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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판 송태섭'...172㎝ 가와무라, 시카고서 NBA 재도전

중앙일보

2025.07.21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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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불스와 투-웨이 계약을 맺은 가와무라(왼쪽). 사진 NBA
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의 소셜미디어(SNS)는 최근 한 동양인 선수의 사진과 영상으로 도배가 됐다. 바로 일본인 가드 가와무라 유키(24)다. 최근 시카고 구단이 게시한 16개의 피드 중 12개의 주인공이 가와무라였다.

시카고는 22일(한국시간) "가와무라가 등번호 8번을 달게 됐다"고 발표했다. 8번은 지난 시즌까지 7시즌 동안 시카고의 에이스였던 잭 라빈(30·새크라멘토)의 등번호다. 이 정도면 팀의 간판스타급 대우다. 그런데 가와무라는 '풀타임 NBA 선수'가 아니다. 그는 지난 21일 시카고와 '투-웨이(two-way) 계약'을 맺었다.

정식 계약도 맺지 못한 가와무라가 주목 받는 이유는 한계와 싸우고 있어서다. 그는 키가 1m72㎝에 불과하다. 2m대 거구가 즐비한 NBA에서 살아남기엔 턱없이 부족한 신체조건이다. 가와무라는 작은 키를 육상 단거리 선수처럼 빠른 발과 화려한 드리블 그리고 날카로운 패스로 극복했다. 힘과 높이로 싸우는 NBA에선 보기 드문 유형의 선수다.

가와무라의 목표는 농구에서 신장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사진 NBA
가와무라가 NBA에서 투-웨이 계약을 맺은 건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지난 시즌인 2024~25시즌 멤피스와 투-웨이 계약을 맺고 생애 처음으로 NBA에 입성했다. 하지만 경기당 평균 4.2분(22경기), 그것도 대부분 '가비지 타임(승부가 기운 4쿼터 후반)'에만 기용된 탓에 평균 1.6점에 그쳤다. 멤피스와 정식 계약도 실패했다. 일본 복귀를 고민하던 시점에 시카고가 손을 내밀었다. 가와무라는 출전 시간이 적었던 NBA에선 성적이 저조했지만, 기회를 충분히 받은 G리그에선 펄펄 날았다.

시카고는 신인급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는 서머리그(6~21일)에 그를 초청했다. 가와무라는 평균 23.9분(5경기)을 뛰며 10.2득점·2.4리바운드·6.2어시스트로 실력을 입증했다. 전매특허인 노룩패스는 더 날카로워졌고, 이전엔 없던 과감한 골밑 돌파에 이은 슛과 정교해진 3점슛까지 장착해 빌리 도너반(60) 시카고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시카고 팬은 경기마다 "우린 가와무라를 원해!"를 외쳤다. NBA는 "가와무라의 올여름 쇼의 주인공"이라고 평가했다. 가와무라는 일찌감치 일본 리그를 평정했다. 요코하마 B커세어스 소속으로 뛴 2022~23시즌 일본프로농구 B리그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세계적으로 주목 받은 건 작년 파리올림픽 때다.

일본 국가대표 나선 그는 NBA 수퍼스타 빅토르 웸반야마(2m24㎝·샌안토니오)와 뤼디 고베르(2m18㎝·미네소타) 등 거구들이 버틴 개최국 프랑스를 상대로 29점·7리바운드·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프랑스의 '2m대 장대숲'을 헤집고 노룩패스를 뿌리는 가와무라는 마치 만화 속 주인공 같았다. 농구 팬은 일본 농구만화 '슬램덩크'의 등장인물인 북산고의 단신 가드 '송태섭의 현실판'이라며 열광했다. 여기에 슬램덩크 작가가 시카고의 유니폼에서 영감을 받아 북산고의 유니폼을 붉은색으로 정한 것이 알려져 가와무라의 시카고 입단은 더 큰 관심을 받았다. 가와무라는 "크지 않아도 NBA에서 통할 수 있다. 신장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피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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