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우충원 기자] 토트넘의 상징이자 주장인 손흥민(33)의 거취를 두고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토마스 프랭크 신임 감독이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지만 현지에서는 이 발언이 이적 가능성을 사실상 열어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21일(이하 한국시간) “프랭크 감독은 손흥민에 대해 ‘지금은 팀에 완전히 헌신적이고 훈련 태도도 훌륭하다. 하지만 오랫동안 한 클럽에 남아 있던 선수에게는 결국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 오기 마련이다. 떠나길 원하는 순간이 온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 다만 최종 결정은 구단이 한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언뜻 평범한 대답처럼 보이지만 영국 현지에서는 이 발언이 의미심장하다고 풀이된다. 10년 가까이 토트넘에 헌신해온 손흥민에게 “떠나고 싶다면 가능하다”는 길을 사실상 열어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구단이 이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신호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토트넘이 올여름 손흥민을 매각하지 못했던 이유도 명확히 드러났다. 텔레그래프는 “핵심 선수 조항(Key Player Clause)이 손흥민의 이적을 가로막았다”고 전했다. 토트넘은 7월 말부터 아시아 투어를 진행 중이며, 홍콩 아스널전과 서울 뉴캐슬전을 포함한 일정이 예정돼 있다. 손흥민의 출전 여부가 투어 수익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에 따르면 손흥민이 서울에서 열리는 뉴캐슬전에 나서지 않으면 토트넘은 경기 수당의 75%를 잃게 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수십억 원대 손실이다. 손흥민이 동행하더라도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다면 수당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이 때문에 토트넘은 여름 이적 시장에서 손흥민을 매각하는 것을 현실적으로 고려할 수 없었다.
텔레그래프는 또 “손흥민은 지난 시즌 종료 후 동료와 구단 스태프들에게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고 보도했다. 손흥민은 2015년 토트넘에 합류한 뒤 350경기 이상 출전했고 150골을 돌파했으며 아시아인 최초로 유럽 5대 리그 득점왕(2021-2022시즌)을 차지했다. 지난 시즌에는 유럽 무대 첫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 올리며 토트넘의 41년 만의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손흥민의 이적 시장 가치는 여전히 높다. 사우디아라비아 프로리그 구단과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팀들이 꾸준히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토트넘 내부는 아시아 투어가 끝난 후 손흥민의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프랭크 감독도 “해리 케인이 프리미어리그 개막 하루 전 팀을 떠났던 상황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 손흥민 문제는 5~6주 뒤 생각할 것이다. 지금 그는 토트넘 소속”이라고 밝혔다.
한편 토트넘은 마크 게히(크리스탈 팰리스), 일리야 자바르니(본머스) 등 수비 강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현지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주전급 선수들의 이탈 가능성에 대비하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손흥민뿐 아니라 부주장 크리스티안 로메로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 유럽 주요 클럽의 타깃이 되고 있다.
손흥민은 프리시즌 첫 경기인 레딩전에서 후반 교체로 나서 왼쪽 윙어로 뛰었지만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풋볼런던은 “손흥민은 경기 내내 리듬을 찾지 못했고 터치 실수와 슈팅 실패가 이어졌다. 돌파 시도 때도 볼 컨트롤이 매끄럽지 않았다. 홈팬들로부터 야유가 나왔다”고 혹평했다.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