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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무솔리니 비판한 마테오티 추모비 산산조각 충격

연합뉴스

2025.07.22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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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무솔리니 비판한 마테오티 추모비 산산조각 충격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1924년 파시스트 폭력배들에게 납치·살해된 이탈리아의 저명 사회주의자 자코모 마테오티를 기리는 추모 비문이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전날 오전 7시께 로마 시내 테베레 강변 인근의, 마테오티가 납치된 장소에 설치된 추모 비문 2개가 산산조각이 난 채로 발견됐다.
파손된 비문 가운데 하나는 1999년 6월 10일 세워진 것으로, "나를 죽여도 내 사상을 죽이지는 못한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또 다른 비문은 마테오티 사망 85주년을 기념해 설치됐다.
이번 사건은 이탈리아 정치권 전반에 큰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알레산드로 줄리 문화부 장관은 전날 현장을 방문한 뒤 "공동의 시민적 기억을 공격하는 중대한 행위"라며 "이런 사건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이탈리아 민주주의 의식의 기초를 이룬 인물에 대한 존경심은 모두가 지녀야 할 의무"라고 말했다.
안토니오 타야니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우리 모두의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친 한 이탈리아인을 기리는 추모비가 훼손된 것"이라며 분노했다.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로마 시장은 "비겁하고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반파시즘과 우리의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빛나는 상징에 대한 모욕"이라고 규탄했다. 그는 시 당국이 추모 비문을 즉시 복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아직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1924년 5월30일 사회당 소속이었던 마테오티는 하원 개회식에서 연설을 통해 무솔리니가 이끄는 파시스트당이 부정선거를 저지르고 폭력을 사용했다며 강력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로부터 2주 뒤인 6월10일 당시 39세였던 마테오티는 로마 한복판에서 파시스트 폭력배들에게 납치돼 살해됐다. 그의 시신은 두 달 뒤인 8월16일 발견됐다.
무솔리니의 공보 비서관이 직접 암살을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대규모 시위로 무솔리니 정권은 붕괴 위기에 처했지만, 국왕이 무솔리니를 해임하지 않으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무솔리니는 1925년 1월 마테오티 암살 사건에 대해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선언하면서 의회를 해산했고, 이후 독재 권력을 장악해 전체주의적 파시스트 체제를 구축했다.
지난해 마테오티 납치·살해 100주기를 맞아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은 마테오티 추모비에 헌화한 뒤 그를 "민주주의의 순교자"라고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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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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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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