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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사격으로 흑인 숨지게 한 백인 경찰… '징역 1일' 구형 뒤집혀

중앙일보

2025.07.22 05:21 2025.07.2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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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인종차별 반대 운동에서 한 여성이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팻말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0년 미국 켄터키주에서 발생한 흑인 여성 사망 사건 현장에서 오인 사격을 했던 전직 경찰관에게 징역 33개월이 선고됐다. 연방법원은 '징역 1일'을 구형한 법무부를 향해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뒤 이같이 판단했다.

21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연방법원은 이날 공권력 남용에 따른 시민권 침해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경찰관인 브렛 핸키슨에게 징역 33개월과 이후 3년간의 보호관찰을 선고했다.

핸키슨을 비롯한 백인 경찰 3명은 지난 2020년 3월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마약 수색 영장을 집행하던 중 흑인 여성 브레오나 테일러의 집을 용의자의 집으로 착각해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잠을 자던 테일러의 남자친구는 경찰을 침입자로 오인해 총을 발사했고, 경찰이 대응 사격을 하는 과정에서 테일러가 경찰의 총을 맞아 숨졌다.

이 사건은 같은 해 5월 백인 경찰관의 강압적 체포 과정에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함께 미 전역에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를 확산시킨 계기가 됐다.

테일러의 집에서 10발의 총탄을 발사했던 핸키슨은 경찰관 3명 중 유일하게 기소됐다. 그는 켄터키주 법원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지난해 11월 연방 배심원단은 민권법 위반 혐의로 그에게 유죄 평결을 내렸다.

연방법원의 형량 선고만 남겨둔 상황에서 법무부는 지난 16일 법원에 "(핸키슨은) 테일러를 쏘지 않았으며, 그녀의 죽음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면서 단 하루의 징역형과 3년간의 보호관찰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법무부는 핸키슨이 5년 전 테일러 사건으로 경찰복을 벗으면서 이미 충분한 대가를 치렀다는 점도 강조했다.

테일러의 유족은 징역 1일이라는 구형량을 두고 "모욕적"이라며 "위험한 선례를 남긴다"고 반발했다.

이날 연방법원 레베카 그레이디 제닝스 판사는 앞서 이뤄진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을 고려할 때 징역형을 선고하지 않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징역 하루를 구형한 법무부를 향해 핸키슨의 행위를 "하찮은 범죄"로 여기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법무부의 일부 논거는 "모순되고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정혜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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