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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특명 “오후 6시, 퇴근길 쇼핑객을 잡아라”

중앙일보

2025.07.22 08:01 2025.07.2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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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업체 ‘고객 유치전’

‘퇴근길 쇼핑객’을 잡기 위한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은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운영하는 평일 오후 문화센터 강좌. [사진 각사]
21일 서울 중구의 한 백화점. 오후 6시 이후 정장 차림 직장인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6층 골프 매장을 찾은 직장인 박모(45)씨는 “퇴근 후 개인 시간을 갖는 분위기가 되면서 매주 평일 저녁에 백화점에 온다”고 말했다. 지하 1층 식품 매장에서 반값 할인에 반찬을 구매한 직장인 이송희(32)씨는 “외식 물가가 부담스러워 일주일에 최소 두 번은 퇴근길에 백화점에서 세일 반찬을 산 뒤 나처럼 자취하는 친구와 나눈다”며 “일부러 주말에 나오는 것보다 시간도 절약된다”고 말했다.

‘퇴근길 쇼핑객’의 발길을 잡으려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경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이커머스에 고객을 빼앗겼던 백화점·편의점·대형마트들은 앱과 연계한 서비스, 각종 할인 행사 등으로 ‘고객 되찾기’에 나섰다.

롯데마트가 오후 마감 세일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 각사]
이런 노력으로 평일 초저녁 시간대 쇼핑객은 증가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마다 차이가 있지만 올 6~7월 평일(월~목요일) 오후 6시 이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안팎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퇴근길 직장인이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며 “직장인 대상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SK텔레콤이 지난해 3~6월 수도권 직장인 250만 명을 인공지능(AI) 기술로 분석했더니 20~60대가 평일 퇴근 후 많이 찾는 곳은 복합쇼핑몰·백화점·대형마트·시장 등의 순이었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19 유행으로 잠시 주춤했던 오프라인 쇼핑 수요의 회복, 워라밸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 외식 물가 상승 등이 맞물려 더욱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백화점 업계는 ‘편퇴족’에 이은 이른바 ‘백퇴족’ 모시기에 한창이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인근 직장인을 대상으로 ‘을지로 서식남녀’ 클럽을 운영 중이다. 앱으로 가입하면 백화점 할인 쿠폰, 무료 주차 등의 혜택을 준다. 직장인 회원의 1년 평균 지출 금액이 일반 고객 대비 3배가량 높다는 설명이다.

편의점 GS25가 앱에서 제공하는 마감 할인 행사. [사진 각사]
현대백화점의 무역센터점·판교점 등엔 ‘클럽프렌즈’ 멤버십이 있다. 인근 직장인이면 앱을 통해 가입 가능하고, 문화센터 강좌 할인 혜택 등을 받을 수 있다. 가입자는 40만 명에 이른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올 6~7월 평일 오후(6시 이후) 매출 증가율은 주말 오후와 비교하면 2배에 달한다”며 “그만큼 퇴근길 직장인 고객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백화점들은 공통적으로 직장인 쇼핑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평일 문화센터를 강화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 3~5월보다 6~8월 평일 저녁 강좌 수를 10%가량 늘렸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미식·와인 주제 강좌를 새로 개설했고, 더현대 서울점에 개설된 강좌들은 대부분 조기 마감된다.

편의점 업계는 직장인들이 퇴근길 앱으로 구매한 물품을 원하는 시간에 찾아가는 픽업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우리동네 GS’ 앱은 오후 6~9시 픽업률이 35.5%로 하루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CU도 픽업 서비스 앱 ‘포켓CU’를 운영 중인데, 오후 6~10시 픽업률이 전체 시간대 중 가장 높다.

이마트는 퇴근 후 ‘홈술족’을 겨냥해 안주 코너를 강화했으며, 롯데마트는 수산·축산물 등을 최대 40% 할인하는 야간 세일도 하고 있다. 11번가는 매일 오후 6시부터 1시간 동안 인기 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60분 러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통업체들은 퇴근길 소비 현상에 맞춰 차별화되면서도 고객 맞춤형 전략으로 승부해야 한다”조언했다.





임선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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