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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현의 어쩌다 문화] 서초동

중앙일보

2025.07.22 08:10 2025.07.2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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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재판장님’이라며 비장한 초짜 변호사(김도훈)에게 돌아온 건 “마이크에 대고 앉아서 말씀해주세요”라는 판사의 핀잔이다. 9년 차 변호사 안주형(이종석)은 풀죽은 1년 차 변호사에게 이렇게 툭 던진다. “드라마로 변론 배우지 마세요.”

그간 드라마 속 재판정 풍경은 실제와 괴리가 컸다. 변호사가 정의의 사도처럼 웅변하는 모습, 결정적 증인이 (비장한 음악과 함께) 벌컥 법정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내는 일. 실제로는 있을 수 없다.

tvN 드라마 ‘서초동’(사진)이 그린 법정 광경은 기존 드라마에 비춰 단연코 가장 현실적이다. ‘서초동’의 이승현 작가는 현직 변호사다. 그는 법정 풍경 못지않게 변호사의 일상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당연히 이 작가의 경험에서 비롯된 장면이 많을 텐데, 그의 변호사 노릇은 힘들었나 보다. ‘서초동’에 등장하는 ‘어쏘 변호사(법무법인 고용 변호사)’는 여느 직장인 못지않게 짠 내를 풀풀 풍긴다. 여기저기서 툭툭 튀어나오는 예상치 못한 갑질에 무방비다. 법정 좌석에 무심코 앉았는데 판사는 “아직 앉으라고 안 했는데요”라고 쏘아붙인다. 의뢰인은 “당신 돈 주고 산 거야”라고 비아냥댄다. 최악은 역시 직장 상사. 대표 변호사는 부당한 일을 지시하면서 “시간 때우고 좋지 않냐”라고 히죽거린다.

대표 고연봉 직군인 변호사의 일상 이야기가 공감을 얻고 있는 듯하다. 약 140개 나라에서 시청자 수 톱5(라쿠텐 비키 기준)에 올랐다. 이종석은 “보통 법정 드라마에서는 거대 악을 물리치고 정의를 구현하는데, ‘서초동’은 죽고 사는 얘기보다 먹고사는 것을 이야기한다”라고 했다. 누구든 먹고사는 건 힘든 일인 듯하다.





하남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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