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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전북 2036 올림픽, 희망을 현실로 바꿀 열쇠

중앙일보

2025.07.22 08:14 2025.07.22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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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진 디지털국 기자
“평양 올림픽, 응원할게”라는 인사를 받을 줄이야. 14년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남미 출신 베테랑 위원이 윙크하며 건넨 말이다. ‘평창’과 ‘평양’을 헷갈린 거였다. 어찌 이럴 수가, 싶었지만 IOC 현장을 누비다 보니 알게 됐다. 100명 넘는 IOC 위원 중 ‘평창’을 ‘평창’이라 발음하는 이는 없다는 걸. 고(故) 자크 로게 당시 IOC 위원장도 인터뷰 중 내게 “발음 연습했는데, ‘푱샹’ 어떠냐”고 물었다. 궁금하다. IOC가 ‘전북’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서울 종로구 역사 박물관 앞에 전시된 서울올림픽 의전 버스. 전북 올림픽 버스도 볼 날이 올까. 전수진 기자
단순한 발음의 문제가 아니다. 올림픽은 유치에서부터 개최, 그 이후 레거시 관리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혈세가 드는 메가 프로젝트다. 너무 이른 것 아니냐고? 천만에. 2036년 하계올림픽에 도전장을 낸 국가들은 이미 전력 질주 중이다. 인도는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유치를 위해 한마음으로 액션 플랜을 착착 진행 중이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2036 올림픽 유치라는 꿈을 이룬다면 인도의 소프트 파워는 더 강해질 것”이라는 요지의 연설을 되풀이하고 있고, 인도 굴지의 대기업이 지원군을 자임했다. 영국 및 캐나다와 호주 등 IOC 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커먼웰스 게임의 2030년 대회 개최 의사도 공식화하며 진심을 보여주고 있다. 말만 앞서고 있는 듯한 인상을 본의 아니게 주고 있는 전북과는 사뭇 다르다.

유치의 열쇠를 쥔 핵심 인물은 커스티 코번트리 IOC 위원장이다. 여성으로서 아프리카(짐바브웨) 출신 첫 위원장이고 최연소(42세)다. IOC 사정에 정통한 북미 지역 소식통들의 전언에 따르면 그는 직전 위원장인 토마스 바흐가 후계자로 낙점했다고 한다.

코번트리는 지난달 IOC 기자회견 등에서 “2036년 개최지 결정 방식을 리뷰하기 위해 그 진행을 잠시 멈추겠다”라고 했지만, 큰 틀은 바흐가 이미 짜놓았다. 바흐 전 위원장은 평창의 호적수였던 후보지, 뮌헨의 유치 위원장이었는데, 그는 당시 내게 “이젠 올림픽의 뿌리이자 발상지인 유럽이 올림픽을 개최할 차례”라고 주장했다. 이를 반대로 활용하면 전북에 유리할 수 있다. “유럽에서 그간 많이 개최했으니, 이젠 전북과 같은 신선함이 필요하다”는 전략이 가능하다.

안타까운 건 전북의 도전에 가속도는커녕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는 것 같다는 불안함이다. 서둘러 움직여도 이미 우선 주자로 꼽히는 인도를 꺾을 묘안을 짤 시간이 부족하다. 혹시 전북이 벌써 “평창도 삼수했는데”라는 무력감에 안주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묻는다. ‘전북’을 각인시키기 위한 전략,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액션 플랜은 어디 있는가.





전수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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