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단독]안철수 "尹, 단일화하면 뭐든 다해준다더니 딱 한번 복지장관 제안"[강찬호의 뉴스메이커]

중앙일보

2025.07.22 08:26 2025.07.22 18:36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 탄핵 찬성, 인적 쇄신 선봉의 단일화 비화
국민의힘이 대선 패배보다 더한 위기를 맞고 있다. 친한·친윤의 골육상쟁에 이어 계엄을 옹호하는 극단세력의 유입 우려가 높아져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가장 먼저 찬성했고 단기간이나마 혁신위원장으로 인적 쇄신의 선봉에 선 데 이어 전당대회에도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안철수 의원을 만나 보수의 위기 타개책을 들어봤다.

“국힘 의원들, ‘윤통’ 없는 요즘이 편해”
 안철수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는 당원 투표 80%, 여론조사 20%로 치러져 온 룰을 바꿔 민심(여론조사)의 비율을 늘려야만 당이 되살아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을 발전시켜 온 정치세력은 결국 보수인 만큼 당을 제대로 개혁해 유능함을 인정받도록 하는 게 내가 전당대회에 출마한 취지”라고 강조했다. 전민규 기자

Q : 지난 3일 송언석 원내대표 겸 비대위원장에 의해 혁신위원장에 지명된 뒤 닷새 만에 사퇴했는데요.
A : “송 위원장이 원내대표 경선 당시 날 찾아 지지를 호소하길래 ‘원내대표 되면 당 혁신은 힘에 부칠 테니 혁신위원장을 따로 세우라’고 제안했더니 그게 꽂혔는지 공약으로 제시하더군요. 당선 뒤 내 지역구 사무실로 찾아와 혁신위원장 맡아달라고 해요. ‘최고 수준 혁신을 하겠다’고 해 수락하면서 1호 혁신안으로 1~2주 내 ‘2인’의 인적 쇄신을 제시했는데, 송 위원장은 ‘백서 나온 뒤 하자’고 해 ‘너무 늦는다’고 반박했어요. 그게 6일이었는데 다음날 아침 9시쯤 송 위원장이 돌연 ‘혁신위원 인선을 비대위에서 의결하겠다’고 문자를 보내더군요. 전날 이재영 전 의원·광주 출신 박은식 의사를 천거했는데 ‘곤란하다’더니 내가 전혀 모르는 이를 위원으로 발표한다는 거예요. ‘멈춰 달라’고 했는데도 강행하더군요. 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를 선언했죠. (송 위원장이 전화해 말리지 않던가요?) 그런 일 없었어요. 그 뒤 본 적도 없습니다.”


Q : 쇄신 대상 ‘2인’은 권성동·권영세 의원이죠?
A : “그렇게들 해석하는데 이름을 말한 적은 없습니다. (혁신위원장 사퇴와 전당대회 출마 선언이 너무 빨랐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이렇게 혁신을 거부하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합니다. 집행권 없는 혁신위원장 대신 당 대표가 되면 혁신을 직접 결정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결단한 겁니다. 후퇴가 아닌 전진이죠.”

3년 전 이재명 이길 공산 커 윤과 단일화 결단
“뭐든 다 해준다”던 윤, 장관 제안 한 번이 전부
생면부지 인사, 혁신위원 임명에 위원장 사퇴
한동훈 만났지만‘반극단 연대’는 사실 아냐


Q : 국민의힘 의원으로 3년을 보냈는데 ‘친안파’를 모으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A : “윤 전 대통령 집권 기간 내내 용산의 견제로 의원들과 밥 한끼 먹기도 힘들었어요. 식사 제의하면 (용산) 눈치가 보이는지 확답을 못하더군요. 윤 전 대통령이 물러난 지금은 의원들 분위기가 편해져 나랑 밥 먹자는 이들이 많아졌어요. 게다가 친윤도 분화하고 있어요. 지난 3일 내가 혁신위원장에 내정된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재선 친윤 의원 10여명의 대표들이 각각 내 옆에 앉더니 ‘지역 주민들한테 들은 얘긴데, 인적 쇄신부터 하셔야 합니다’라고 촉구해요. 영남 주민들도 당이 수도권에서 이겨야만 수권정당이 된다는 걸 알고 중도화를 요구하는 거죠. 이런 민심에 따라 친윤도 변화할 수밖에 없으니 해볼 만 합니다.”


Q : 제3당을 고수한 다당제주의자였는데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하면서 정치적 입자가 변했다는 평을 듣는데요.
A : “10년 동안 제3당을 이끌며 대표만 4번을 해봤지만, 소선거구제로 사표가 근 70%에 달하는 우리나라에선 3당 실험은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 단일화를 결심한 거죠. 남은 두 후보 중 한 명은 범죄 혐의자고, 한 명은 정치 초보자인데 그래도 초보자 손을 들어주자는 생각에 국민의힘에 합류했죠.”

용변 참으며 텅 빈 당사 4시간 반 지켜

Q : 단일화로 대선 승리에 기여했지만 돌아온 건 찬밥 대접 아니었나요?
A : “단일화 합의 당시 윤 후보는 ‘원하는 거 뭐든지 하게 해 주겠다’고 얘기했고 발표문에도 ‘공동 정부’를 명시해 난 뭐든 맡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2023년 당의 개혁을 위해 전당대회에 나가니까 ‘국정의 적’이라 공격하더군요. 들이받고 싶었지만, 당에 해가 될까 봐 참았습니다. 소속된 조직에 충성을 다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Q : 윤석열 정부 시절 총리를 제안받았나요?
A : “없어요. 보건복지부 장관 제안을 한 차례 받은 게 전부예요. 후보 2명이 연속 낙마하자 세 번째로 제안하길래 거절했죠. (윤 전 대통령 재임 중 그를 만난 적은요?) 독대는 전무하고 2023년 1월 2일 당정 신년 인사회에서 악수한 게 전부예요. 그때 윤 전 대통령이 ‘조만간 만나 밥이라도 먹자’고 했는데 그 뒤 연락이 없어 유야무야됐죠.”


Q : 3년 전 대선 당시 투표일 직전까지 단일화 줄다리기가 이어졌는데 비화를 소개하시면.
A : “당시 윤 후보 측은 10% 포인트 차이로 이긴다고 봤지만, 내가 여론조사 돌려보니 이재명 후보가 이기겠더라고요. 민주당도 그렇게 봤어요. 당시 이재명 후보 선대본부장을 지낸 우상호 전 의원(현 정무수석)과 지난 국회 때 해외공관 국정감사를 함께 갔는데 그가 ‘당시 자체 조사 결과 안철수가 윤석열과 단일화만 안 하면 이재명이 이기는 걸로 나오더라’고 해요. 그래서 이재명 캠프는 나의 TV 토론 완주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답니다. 내가 마지막 4차 토론까지 다 나오는 걸 보고 ‘저러면 끝까지 간다’고 안심했대요.”


Q : 그런 민주당의 허를 찔렀죠.
A : “내 전략은 달랐죠. 당시 내 지지율이 17% 선으로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TV토론은 최선을 다해 마친 다음 나라를 위해 차악을 민다는 생각으로 그때까지 쓴 선거 비용 70억원 버리는 셈 치고 단일화를 결단한 거죠. 그래서 당시 측근 이태규 의원을 통해 윤 후보 측에 만남을 제안했어요. 그쪽 연락책인 장제원 의원이 급히 처남 집을 섭외해 윤 후보를 비밀리에 만났죠. 내가 ‘이대로 가면 진다. 그래도 당신의 당선이 나라에 나은 일이라고 판단해 단일화에 응하겠다’고 했고 윤 후보가 고맙다며 집권 시 공동 정부 출범에 합의해 일이 풀렸죠.”


Q : 탄핵안에 대해 가장 먼저 찬성 입장을 밝히고 투표도 참여했는데 당내에서 ‘배신자’ 소리를 듣지 않았나요.
A : “전혀 들은 적 없어요. 12·3 계엄 다음날 의원총회 첫 발언자로 나와 ‘계엄은 위헌이므로 탄핵안에 찬성 투표하겠습니다’라고 못박았더니 총회장이 물 끼얹은 듯 조용해요. 12월 7일 탄핵안 첫 표결 당시 국민의힘에선 나 혼자만 본회의장에 앉아있는데, 어깨 두드려주고 가는 우리 당 의원도 있었습니다. 워낙 분명하게 의지를 밝혔기에 아무 소리가 없었던 듯해요.”


Q : 대선 당일 출구조사 발표 직후 당사에 홀로 앉아있던 모습도 기억나네요.
A : “김문수 후보가 10%포인트 넘게 지는 것으로 나오니까 함께 앉아있던 지도부와 중진들이 바로 사라지는 거예요. 카메라 기자들은 자리를 지키고 있길래 나마저 떠나면 다음날 조간신문이 ‘텅 빈 국힘 상황실’ 사진으로 도배될까 걱정돼 앉아 있었던 거죠. 2시간 지나면서 화장실에 가고 싶었는데, 잠시 자리 비운 모습이 찍혀 조간에 나올까봐 김문수 후보가 승복 연설하러 상황실에 올 때까지 4시간 반을 참고 앉아 있었습니다.”


Q : 김문수를 제대로 도운 유일한 경선 후보란 평을 듣는데요.
A : “영남을 돌때 ‘김문수’ 로고 들어간 빨간 상의를 꼭 입고 ‘김문수 유세하러 왔다 아입니까?’라며 고향(부산) 사투리를 쓰면 다들 좋아하세요. 그러면 이재명과 대비되는 김문수의 도덕성을 열심히 설파했죠. 김 후보가 고마웠는지 유세에서 조우하면 꼭 나를 옆에 세우고 ‘집권하면 의사에다 인공지능 전문가인 이 분과 일하겠습니다’고 하더군요. 대선 뒤 그가 나를 감사의 뜻으로 한정식집으로 초대해 둘이 저녁을 하기도 했는데, 요즘 그분한테 너무 놀라고 있어요.”

“김문수 돌변에 경악, 이러면 당 망해”

Q : 놀라다니요?
A : “김 후보는 대선 기간 후반부에 가는 곳마다 큰절을 하며 계엄을 사과했기에 41%까지 득표할 수 있었는데 그제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도로 원점으로 회귀해 ‘윤 어게인’ 세력까지 다 받아야 한다고 하더군요. 강성 지지층 표로 당선을 노리는 듯한데 5% 극단 세력이 입당하면 합리적 당원 20%가 탈당할 게 뻔합니다. 어떻게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있겠습니까?”


Q : 지난 주말 한동훈 전 대표와 만났는데요.
A : “지난 16일 한 전 대표가 ‘뵙고 싶다’고 텔레그램을 보내왔길래 ‘언제가 편하세요’ 하니 ‘19일 경복궁 인근에서 뵈면 좋겠다’고 해서 회동이 이뤄진 거죠. 그분이 나에게 한 얘기를 옮기기는 부적절하고요. 나는 그에게 ①인적 쇄신 ②당 시스템 혁신③인재 풀 확장 등 3대 개혁안을 제시했어요. (인적 쇄신과 관련해 한 전 대표가 대상자를 거명하지 않던가요?) 그런 얘기는 없었어요. 다만 나는 ‘전한길씨 등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분들의 입당은 막아야 한다’고 했고 그도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Q : 회동을 ‘반극단 연합 전선’ 결성으로 보는 분위기가 있는데요.
A :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전당대회에 결선투표가 도입되면 그런 연대가 필요 없죠. 또 조경태 의원도 전당대회 출마 선언을 했는데, 연대를 생각한다면 친한계인 조 의원의 출마 문제부터 정리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Q : 한 전 대표는 전대 출마한답니까?
A : “출마 여부를 물어봤더니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만 답해요. 혹 출마한다면 당의 비전을 놓고 포지티브 경쟁을 해 전대를 개혁의 시발점으로 만들었으면 해요.”
강찬호 논설위원




강찬호([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