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의 한 지식 채널에서 구글 코리아와 미국 본사 모두 경험(2007~2014)한 인사전문가 인터뷰를 보다 적잖이 놀랐다. 전 세계 구직자들이 선망하는 빅 테크 기업들이 사람 보는 관점을 다뤘는데, 통념과 상당히 달랐다.
짧게 요약하자면, 글로벌 기업들은 채용할 인재풀을 적극적 후보군(active candidate)과 소극적 후보군(passive candidate)으로 나눈다고 한다. 누굴 선호할까. 적극·소극이라는 단어가 주는 긍정·부정의 어감 탓도 있고 미국이 워낙 적극적 태도를 높이 사는 강력한 외향(파워 E)의 나라라 당연히 적극적 후보군을 좋아할 줄 알았다.
설명은 정반대였다. 적극적 후보군이란 그 회사에 들어가고 싶어 먼저 이력서 넣는 사람, 속된 말로 직장 구하려 안달 난 사람인데 구글에선 이런 사람을 채용할 확률이 0.01%도 안 된다고 한다. 대신 자기 분야에서 바쁘게 일하며 성과를 인정받기에 다른 회사 구직 사이트 기웃거리며 이력서 낼 필요 없는 숨은 인재(소극적 후보군) 찾는 데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한다고 했다. 사실 따져보면 당연하다. 구직자의 간절함이나 열망보다 실력으로 무장한 준비된 인재 선발이 최고를 지향하는 구글의 기업 철학에 더 맞는다.
이력서 낸 사람 선호 않는 구글
쟁취하려 안달 난 인물 한계 인식
한국 정치는 '자발적 발탁'만 넘쳐
우연히 본 이 영상이 인상적으로 다가온 건 지금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는 강선우(47)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대비해 곱씹어볼 지점이 많아서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여당인 민주당 초선 의원이던 강 후보자는 자기 지역구 민원 해결 안 해준다고 정영애(70) 당시 여가부 장관을 국감에서 윽박지르고, 예산 삭감 들먹이며 의원실로 불러 굴욕적 사과까지 받아냈다. 공적 관계에서 나이나 학연을 따질 필요는 없지만 23살이나 많은 같은 학교(이화여대) 선배를 대하는 안하무인 태도는 보좌관 갑질과 또 다른 차원의 갑질이라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오죽하면 민주당 소속 보좌관들이 민주당 동료 의원들의 엄호에 "2차 갑질"이라며 반발하고 같은 진영 시민단체·정당까지 사퇴를 촉구하겠나. 그런데도 이재명 대통령은 임명 강행 태세다. 대체 어떤 인물인지 궁금해 이력을 찾아봤더니, 아주 강력한 적극적 구직자(active candidate)였다.
"미국 사우스다코타주립대 조교수 하던 2016년 총선 도전을 결심하고, 1월부터 매일 민주당 홈페이지에 들어가 하루 서너 번씩 비례대표 공모 일정 확인. 2월 말 공고가 뜨자마자 귀국 비행기를 예약해 3월 4일 들어오는 비행기에서 입당 원서 작성. 유세 100% 출석. "
지난 21대 총선 당선 직후 몇몇 언론 인터뷰와 최고위원 출마 당시 직접 밝힌 내용이다. 이런 열정으로 정치 경력 없는 온라인 당원이 20대 총선에선 비례 국회의원 29번 순번을 받았지만 낙선했다. 의원 배지 달고 싶은 이 적극적 구직자는 정작 본업인 수업은 내팽개쳤다. 본인은 분명 2016년 봄 학기까지 강의했다는데, 어찌 된 일인지 그해 3월 귀국해 4월 비례대표 후보가 됐고 낙선 후인 5월엔 민주당 상근 부대변인이 됐다. 미국 대학생 강의 평가 사이트 '레이드 마이프로페서'를 봐야 일부 의문이 풀린다. 강의 당시 올라온 2건 모두 '최악' 평가인데, "한 달 이상 휴강하고 숙제만 잔뜩 줬다"라거나 "가족 핑계로 대면 강의 없이 온라인 과제만 내줬다"는 게 이유였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서 조국 사태 때 쓴소리한 현직 금태섭 의원 지역구를 꿰차 당선되기 전까지 그는 "민주당 품 안에서 축적을 시간을 쌓아"왔다. 2017년 4~5월 19대 대선 문재인 후보 선대위 정책 부대변인 등 경력이 화려하다. 그런데 같은 기간(3~5월) 성균관대 소비자가족학과 겸임교수도 했다. 이번에도 정치 구직만 했다. 어지간히 황당했는지 강의 듣던 학부생이 대학 측에 무단 결강과 녹음 수업에 항의하는 문자까지 보낼 정도였다.
강 후보자 이력을 살펴보니 구글이 왜 적극적 구직자를 선호하지 않는지 알 거 같다. 물론 기업 채용과 정치·공직의 인재 발굴 방식이 같을 순 없겠지만 실력 없이 권력자 눈에 띄어 공천받고 공직 가는 후진적 행태의 적극적 구직자는 이제 그만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