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국회에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24일까지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주에 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의미다. 강 후보자는 보좌관뿐 아니라 장관을 상대로 보복성 갑질을 한 사례까지 드러나 만신창이가 된 상태다. 이 대통령이 이런 강 후보자를 기어코 장관에 앉히겠다는 것은 민심보다 자기 식구 챙기기가 더욱 중요하다는 의미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지명을 철회한 이진숙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달리 강 후보자는 여당의 현역 국회의원 신분이다.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이후 현역 의원이 낙마한 경우는 아직 한 번도 없다. 이 대통령은 강 후보자가 첫 의원 낙마 사례가 되면 여당에 대한 리더십에 손상이 갈 것을 걱정했을지 모른다. 이번에 현역 의원들이 대거 입각하면서 여당에선 장관 발탁 기대감이 잔뜩 부풀어 오른 상태라고 한다. 현역 의원도 청문회에서 탈락하는 환경이 조성되는 건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셈이다.
그러나 강 후보자 임명을 밀어붙이는 건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며, 결국 장기적으로 큰 정치적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보수 진영은 물론 민주노총·참여연대조차 강 후보자 비판 성명을 내는 마당에 임명을 강행하면 이재명 정부와 윤석열 정부가 뭐가 다르냐는 불만이 안 터져나올 수 있겠나.
더욱 국민의 부아를 돋우는 건 강 후보자를 비호하는 여당의 궤변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어제 “일반적인 직장 내 갑질과 보좌진과 의원 관계에 있어서의 갑질은 약간 성격이 좀 다르다”고 말했다. 의원 갑질은 일반 직장 갑질보다 양호하단 말인가. 오히려 일반 직장의 갑질 피해자는 노조나 노동청의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의원실 보좌관은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는 파리 목숨이다.
같은 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갑질은 아무래도 좀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측면이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마치 별것 아닌데 피해자가 과잉 반응했다는 뉘앙스다. 아무리 동료 의원이라지만 이렇게 막무가내로 감싸면 민주당에 갑질하는 의원이 워낙 많아 강 후보자를 못 자른다는 얘기가 나오기 마련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의 주권 의지가 일상적으로 국정에 반영되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과연 강 후보자 임명이 국민 주권 의지와 부합하는지 숙고하길 바란다.
한편 비상계엄 옹호 논란에 휩싸였던 강준욱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은 어제 스스로 물러났다. 아무리 보수 진영 발탁 케이스라지만 비상계엄의 불가피성을 설파하고 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두둔한 인사를 대통령 참모로 앉힌 것은 완전히 난센스였다. 이 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