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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짓만 안하면 최고 투자처" 李정부서 무섭게 뛴 종목

중앙일보

2025.07.22 13:00 2025.07.2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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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증권주 ‘새 정부 허니문’ 왜
경제+
국내 금융주는 오랜 기간 투자자들 사이에서 “은행 이자처럼 따박따박 배당을 받는 주식”으로 꼽혀왔다. 그런데 새 정부 출범 뒤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 등에 힘입어 금융주 주가가 무섭게 뛰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하지만 주가가 지속해서 오르려면 정책 효과에 더해 금융기업 자체의 리스크 관리와 장기적 관점의 자본 운용이 필수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금융업은 어리석은 짓만 하지 않는다면 최고의 투자처”라고 강조한 이유다. 금융주의 고공행진은 어디까지일까, 지금 사도 늦지 않았을까. ‘어리석음을 피할’ 금융주 투자의 미래를 살펴봤다.
금융주 주가는 지난해 말부터 올 3월까지 약세였지만,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점차 회복세를 보여왔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코스피 5000시대’를 내세우며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펴고, 금융기업들이 이에 앞장서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융지주사로 구성된 ‘KRX 은행’ 지수는 올해 초(1월 2일) 대비 49.98%(833.88→1250.61) 상승했고, 대형 증권사로 구성된 ‘KRX 증권’ 지수는 95.68%(732.46→1433.11) 올랐다. 배당주 대표주자로 꼽혀왔던 금융주의 재평가인 셈이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사(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의 시가배당률은 3.83~7.81% 수준이었고, 주요 증권사(미래에셋증권·한국금융지주·NH투자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는 3.11~8.05% 수준이었다. 코스피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2.72%), SK하이닉스(1.27%)와 비교했을 때 확실히 높은 수준이다.

차준홍 기자
금융주가 뛰기 시작한 건 ‘코스피 5000시대’를 내건 새 정부 정책 덕분이다. 여기에 정부·여당은 집중투표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의 상법 추가개정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세법 개정을 논의 중인데, 이는 금융주가 더 크게 타오를 장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천기훈 신한자산운용 상장지수펀드(ETF)컨설팅 팀장은 “정부의 상법개정 추진과 금융투자 활성화 기조에 따라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외국인 자급 유입 기대감이 높아지며 관련 주식들이 (더 오를 수 있는) 재평가 구간에 진입한 상태”라고 짚었다. 금융주 투자의 매력도 재평가해 봐야 한다는 의미다.

그간 은행주(금융지주사)의 주가는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순이자마진(NIM)과 연동해 움직였다. 금리가 상승하는 시기에 마진이 커지기 때문에, 전형적인 ‘금리 상승 수혜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지난해는 달랐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10월 3.25%, 11월 3%)했지만 ‘KRX 은행’ 지수는 오히려 23.87% 오르는 등 전례 없는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금리 상승 수혜’ 공식 깨진 은행주
올 하반기 은행업은 기준금리 인하와 시장금리의 하락,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등으로 NIM의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행스러운 건 은행주 주가와 NIM의 ‘디커플링’이다. 김현수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최근 정부의 6·27 부동산 대출규제가 은행의 수익성을 제한하는 것은 맞지만, 현재의 은행주는 펀더멘털(기초체력)로 올라가는 게 아니다”며 “주주환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지 여부가 주가를 판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달러당 원화값이 상승세(환율은 하락)인데, 이는 은행들의 하반기 자본비율 개선과 자사주 매입·소각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차준홍 기자
전문가들은 주주환원율에 더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PBR이 1배보다 낮으면 주가가 회사의 장부상 기록 가치보다 저평가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국내 금융지주 4곳의 실제 PBR은 0.33~0.54배 수준이었다. 업계에선 은행주의 목표 PBR을 1배 수준으로 보고 있는데, 여전히 55% 이상 할인돼 있다는 의미다.

김 연구원은 “은행업은 금융 당국이나 중앙은행이 정책과 규제를 결정하면 시중은행이 이에 따라 영업하는 전형적인 톱다운 산업”이라며 “(비슷비슷해 보이는) 은행주 안에서 투자 매력도가 더 높은 종목을 찾아야 한다”며 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iM금융지주 등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에 대해 “KB금융지주보다 체급이 작지만 예상되는 PBR 변동 폭이 크다”고, iM금융지주에 대해선 “지난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며 시장 평가가 좋지 않았다. 일반 은행은 이자이익 의존도가 높은데, iM금융지주는 상대적으로 비(非)이자이익 의존도가 커 자산 효율성이 높은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거래대금 늘어나 수익 확대
김주원 기자
증권주는 올해 들어 ‘허니문 랠리’의 수혜를 톡톡히 입었다. 그런 만큼 전망에 대해서도 “더 오를 수 있다” “이미 고점이다” 등 의견이 갈린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이 상대적으로 주주환원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지 않아 가치평가를 받지 못한 것”이라며 “정부가 주식시장 친화정책을 펴며 주가가 재평가되고 있고, 그 와중에 투자자들이 찾아낸 저평가된 분야가 증권주”라고 말했다. 실제로 증권주의 지난해 상승률은 13.84%(‘KRX 증권’ 지수)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 수혜를 받았던 은행주(‘KRX 은행’ 지수 23.87%)보다 낮았다.

정근영 디자이너
증권사들은 ▶리테일 ▶투자은행(IB) ▶트레이딩(자기매매) ▶홀세일(기관·법인영업) 등의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회사별로 비중 차이가 있다. 새 정부 출범 뒤 주식 거래량이 늘어난 건 증권업계에 호재다. 2분기 국내 일평균 주식 거래대금은 23조원 수준인데, 업계에선 올해 말 28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다.

정근영 디자이너
‘코스피 3000시대’에 재진입한 지금 증권주는 더 오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거래대금 확대 말고도 증권사들이 보유한 자산들의 가치가 올라가고 있고, 실적 부분에서도 여전히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 “증권사들에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등의 여력이 있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 등의 의견을 냈다.

정근영 디자이너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은 올 하반기나 내년 초 향후 3개년(2026~2028년)에 대한 주주환원책을 발표할 예정인데, 기존의 주주환원율(30%)보다 높일 가능성이 있다”며 “배당소득 분리과세 기준이 배당성향 35% 이상이고, 시장에서도 키움증권의 주주환원율 상향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거래대금 수수료가 올라가며 키움증권이 이를 감당할 수 있게 됐는데, 주주환원율 상향 발표 자체가 새로운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정민기 연구원은 “NH투자증권은 다른 증권사보다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NH가 강점을 가진 전통 IB(회사채 발행, 기업공개, 인수금융, 프로젝트파이낸싱 등) 시장이 침체하며 상대적으로 주가도 부진했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배당수익률이 높아지며 NH증권의 장점이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에셋증권에 대해서는 미세한 온도차를 보였다. 정 연구원은 “자사주 소각 가능성, 스테이블코인 상표 등록에 따른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반영된 만큼 앞으로 실적을 지켜봐야 한다”고, 윤 연구원은 “해외 투자자산(상업용 부동산 등)이 최근 2년간 금리 인상기를 거치며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지만 올 1분기 플러스로 돌아섰고, 리테일 지배력이 높은 데다가 자사주 소각까지 기대된다”고 각각 내다봤다.





고석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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