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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AI 수업 찬성한 하버드대 학장 "단, 평가방식 싹 바꿔야"

중앙일보

2025.07.22 13:00 2025.07.2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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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클레이보 학장. 그는 ″대학은 미래 학생들이 사회에서 AI를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을 요구받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새로운 교육을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혜연 기자]
" “AI는 보완재(supplement)일 뿐 대체재(replacement)가 아닙니다” "

1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아만다 클레이보 하버드대 학부교육 학장은 이 말을 거듭 되풀이했다. 클레이보 학장은 2010년부터 하버드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2018년 7월 학부교육 학장을 맡고 있다. 학부교육 학장은 학부 커리큘럼을 총괄하고 일반 교양프로그램을 짜는 역할을 한다. ‘하버드의 심장’으로도 불린다.



“AI는 최고의 학습도구” 수업 활용 장려하는 하버드


클레이보 학장은 우선 AI를 대학 교육에 도입하는 데 대해 적극 찬성했다. 하버드대는 이미 2023년 9월부터 컴퓨터 과학 입문 과정인 ‘CS50’에서 AI봇을 도입해 학생 수준별 1:1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하면서다. 그는 “학생들이 AI에게 부끄러움 없이 언제든지, 몇 번이고 궁금한 점을 질문할 수 있다”며 “특히 AI봇은 학생들에게 직접 답을 알려주기보다 답변에 이르는 방법을 안내하기 때문에 너무나 좋은 학습 도구”라고 설명했다.

AI의 또 다른 강점으로 융합적·학제간 학습에 적합하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그간 하버드의 역사학도들은 문서만 다뤘다. 이제는 챗GPT와 데이터셋을 통해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까지 만들 수 있게 됐다. 예전엔 코딩을 몰라서 못 했던 일을 AI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 “AI는 이런 새로운 일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고, 그것이 매우 흥미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클레이보 학장. 그는 ″대학은 미래 학생들이 사회에서 AI를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을 요구받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새로운 교육을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혜연 기자]
클레이보 학장은 “학생들에게 수업 준비에 챗GPT를 활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미국 남북전쟁에 관한 수업을 한다면, 학생이 챗GPT에게 ‘저는 하버드 학생이고, 교수님이 내일 남북전쟁의 원인에 대해 가르치실 건데 어떤 질문을 하실까요?’라고 묻는다. 이런 방식이 학생들이 미리 수업을 준비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된다”고 했다.



1학년 교양 글쓰기 수업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


하지만 “아직 대학교육에 AI를 접목할 때 문제들도 여전히 많다”고도 지적했다. ▶학생 평가의 문제 ▶학생 동기부여 측면에서 문제 ▶변화하는 직업 시장에 대처하는 데 문제 ▶AI 학습자료 저작권에 대한 문제 등을 예로 들었다.

클레이보 학장은 “시험·과제·에세이 같은 평가 방식을 싹 바꿔야 한다”며 “AI 덕분에 자기 힘으로 과제를 하지 않을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새로운 평가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손쉽게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학습 동기를 유발하는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환경 변화와 관련 “우리가 학생들을 준비시키고 있는 직업이 AI 시대에 의미가 있을까 하는 고민이 계속 있다”고 말했다.

그는 “ AI가 거짓 정보에 취약하다는 지적에 나도 동의한다”며 하버드대 1학년 필수 교양 글쓰기 수업을 대안으로 소개했다. 그는 “이 수업은 단순히 글쓰기뿐만 아니라, 논리적인 주장을 구성하는 방법, 증거를 수집하는 방법도 가르친다”며 “그중 중요한 부분은 ‘정보 활용 능력’, 즉, 신뢰할 수 있는 출처와 그렇지 않은 출처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AI, 교육에 대한 패러다임 바꿀 것”


AI 인사 담당자가 등장한 시대에 하버드도 학생들의 에세이 채점을 AI에게 맡길까? 이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은 “충분히 신중해야 한다”였다. 그는 “내부에선 박사 과정 지원서를 읽는 데 AI를 사용할 수 있을지, 사용해야 하는지를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아니라고 생각하고, 여전히 우리가 직접 읽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는 각 기관이 자신들에게 맞는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 될 수 있다”고도 열어뒀다.

그는 “생성형 AI는 우리 일을 대체하기보다는 보완하는 용도로 사용해야 한다. 수업 뿐만 아니라 평가, 지원서 심사, 입학 결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도구들이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궁극적인 결정은 여전히 인간이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하버드대 캠퍼스. 사진은 기사 본문과 무관. [케임브리지=김형구 특파원]

미래에 교육이 어떻게 변할지 묻자 “AI를 신중하고 현명하게 사용하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면 이러한 기술들을 사용할 줄 알기를 요구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우리는 학생들에게 직장에서 요구하는 기술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답했다.

클레이보 교수는 끝으로 AI 시대 교육에 대한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는 교육을 개인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며, 학생이 혼자 공부하고, 평가도 개인 단위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온 지 오래다. 하지만 나는 생성형 AI가 이러한 개념을 완전히 무너뜨릴 것이라고 생각하며, 교육에 대한 새로운 근본적인 사고방식을 찾아야 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24일 12시 30분부터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 5층에서 ‘혁신과 인간성: 문화, 보건, 교육의 변화를 촉진하다’란 주제로 글로벌 콜로키움이 열린다. 클레이보 학장은 이날 ‘AI와 대학 교육 통합의 길을 묻다’란 주제로 기조 연설을 한다.



신혜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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