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체 공정은 다크 작업장입니다. 400대 로봇팔이 100% 자동 조립작업을 실현했습니다.”
지난 17일 찾아간 베이징 샤오미 전기차(EV) 제조공장인 수퍼팩토리의 주요 생산라인에서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안내 직원은 차체 조립 공정을 소개하며 ‘헤이덩(黑燈)’, 즉 사람이 없어 불을 끈 채 로봇이 작업할 수 있는 다크 팩토리라고 말했다. 미국 애플이 끝내 포기한 스마트카를 3년 만에 공장 가동과 함께 13만 6665대를 팔아치운 레이쥔(雷軍·56) 샤오미 회장의 마법은 놀라웠다. 지난해 샤오미의 첫 모델 ’쑤(SU) 7’은 살인적인 경쟁이 일상인 중국의 전기차 중급 시장에서 3위를 차지했다.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양산 중인 테슬라의 모델Y(48.2만대), 모델3(17.7만대)를 시장 데뷔 첫해부터 뒤쫓고 있다.
샤오미 수퍼팩토리는 글로벌 CEO에게도 명소다. 지난 3월 이재용 삼성 회장이 이곳을 찾아 레이쥔 회장과 양사의 협력을 논의했다. 지난 15일에는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레이 회장을 만나 샤오미 스마트카를 극찬했다.
축구장 100개 부지에 세워진 수퍼팩토리는 곳곳에 첨단 자체 기술이 녹아 있었다. 첫 번째 작업장에 들어서니 자체 개발한 하이퍼 다이캐스팅 T9100 기계가 눈에 들어왔다. 700℃로 녹인 알루미늄을 대기의 340배에 이르는 고압프레스로 차체를 찍어내고 있었다. 현장 직원은 “기존 알루미늄 합금의 강도가 성에 차지 않아 후난성 창사의 중난(中南)대학 분말야금실험실과 신소재 샤오미 타이탄 메탈을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11개의 원소를 합성한 타이탄 메탈은 중국에서 유일하게 원자재 특허를 보유한 소재라고도 덧붙였다.
공장 견학에 앞서 들린 전시실에는 창사 15년 만에 샤오미가 구현해 낸 ‘사람·자동차·집(人車家)’을 연결하는 스마트 생태계를 시연하고 있었다. 전시용 차량 패널에 음성을 입력하면 모델하우스의 샤오미 에어컨이 켜지고, 전동 커튼이 자동으로 열렸다. 차량에서 샤오미 가전 브랜드인 미자(米家) 카메라의 각도도 조정할 수 있었다. 휴대폰과 스마트카, 가전제품을 하나로 통합한 카홈 시스템이 이미 실생활에서 구현되고 있다.
제로백(0→100㎞) 1.98초를 자랑하는 쑤7 울트라 모델도 시승했다. 공장 부지에 마련된 총 길이 2.5㎞의 차량 테스트 트랙에서 전문 드라이버의 “3→2→1” 신호와 함께 1548마력의 차체가 마치 총알처럼 질주하는 체험은 잠재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해 보였다.
샤오미 직원은 올해 판매 목표를 연초 30만대에서 35만대로 늘렸다고 자랑했다. 수퍼팩토리 최대 생산 능력인 시간당 40대를 24시간 365일 가동해야 맞출 수 있는 숫자다. 지금도 생산라인에서는 76초에 1대꼴로 출고된다고 덧붙였다.
샤오미는 지난 3월 여대생 3명이 희생됐던 사고의 충격을 지난 6월 26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위(YU) 7’의 성공적 출시로 극복했다. 기자가 샤오미EV 애플리케이션으로 기본형 25만3500위안(4933만원) 모델을 주문하니 1년 뒤인 57~60주 후에야 인도가 안내될 정도로 인기 폭발 중이다. 수퍼팩토리는 추첨에 당첨된 열성 고객을 대상으로 하루 500명, 월간 1만명을 초대해 샤오미 팬심을 고취하고 있다.
샤오미 EV의 시작에도 미국의 압박이 있었다. 지난 2021년 1월 샤오미는 미국 국방부의 ‘중국 군사기업’ 목록에 포함됐다. 5월 목록에서 제외됐지만 언제라도 칩과 시스템 공급 중단이 중단될 것을 우려한 레이쥔은 EV로 눈을 돌렸다. 회장이 직접 6명으로 연구팀을 구성해 10개 도시를 방문하며 전문가 200명을 인터뷰했다. 모두가 반대했지만, 레이쥔이 이사회에 보고한 결론은 달랐다. “스마트 EV는 대세다. EV는 승자독식이 될 것이며 세계 5위안에 들어야만 그룹이 살아남을 수 있다.” 이사회는 격론 끝에 레이쥔이 직접 팀을 이끈다는 조건으로 지지했다.
레이쥔은 스포츠 세단으로 승부했다. 테슬라 모델S, 포르쉐 타이칸과 유사하다는 비판에도 그의 승부수는 적중했다. 쑤7 개발에 3400명의 엔지니어를 투입했다. 현재 엔지니어 규모는 5000~6000명.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이합집산을 앞둔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레이쥔은 기술로 살아남겠다는 각오다. 중국 경제지 차이신은 “샤오미의 시장가치가 향후 ‘애플+테슬라’의 10분의 1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수퍼팩토리에서 확인한 샤오미의 혁신은 놀라웠다. ‘대륙의 실수’라고 낮춰보던 저가 휴대폰 기업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1일 “10년 동안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고도 자체 EV 제조를 포기한 애플의 위업을 샤오미가 해냈다”고 평가했다.
샤오미는 이제 중국을 넘어 세계시장을 노리고 있다. 이미 세계 3위로 올라선 스마트폰 수익의 절반은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사우스에서 나온다. 이제 향후 몇 년간 해외에 1만개 전기차 매장을 열 계획이다. 새로운 사업도 준비 중이다. 자체 휴머노이드 사이버 원(Cyber One)을 개발했다. 지난 5월에는 자체 개발한 3㎚(나노미터) 칩도 공개했다.
지난 16일 베이징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젠슨 황은 이렇게 말했다. “나도 레이쥔의 펜이다. 샤오미는 놀랍다. 스마트폰부터 자동차까지 그 사이에 있는 모든 것을 만들어 낸 기적 같은 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