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를 1위로 이끌고 있는 코디 폰세(29)의 독주가 될 것 같았던 MVP 레이스가 흥미로워졌다.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른 안현민(22·KT 위즈)의 기세가 대단해도 너무 대단하다. 7월 타율 5할대(.512)로 좀처럼 성적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펠릭스 호세와 에릭 테임즈, 역대급 외국인 타자들의 비율 성적까지 근접했다.
안현민은 지난 22일 창원 NC전에서 3회 라일리 톰슨과 8구 승부 끝에 좌측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비거리 130m 투런 홈런을 폭발했다. 1회 볼넷에 이어 홈런, 그리고 5회와 7회 연속 안타를 추가하며 3타수 3안타 3타점 1볼넷으로 4출루 활약을 했다. KT의 7-0 완승을 이끈 맹활약.
이로써 안현민은 올 시즌 64경기 타율 3할6푼6리(227타수 83안타) 17홈런 57타점 출루율 .476 장타율 .661 OPS. 1.137을 마크했다. 규정타석 미달에도 불구하고 홈런 5위, 타점 8위로 누적 기록을 빠르게 쌓았다.
안현민은 4월30일 잠실 두산전부터 본격적으로 1군 무대에서 뛰었다. 다른 레귤러 선수들보다 5주를 늦게 시작하며 아직 규정타석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현재까지 275타석을 소화, 규정타석에 13타석을 남겨두고 있어 진입이 머지않았다.
안현민이 규정타석에 들어오면 타율, 출루율, 장타율, OPS 등 비율 기록은 전부 1위로 이름을 올릴게 된다. 현재 타율 1위 빅터 레이예스(롯데 .339), 출루율 1위 최형우(KIA .434), 장타율 1위 르윈 디아즈(.617), OPS 1위 최형우(1.009)를 훌쩍 뛰어넘는다.
안현민의 비율 기록은 이제 ‘역대급’으로 향한다. 출루율은 2001년 롯데 펠릭스 호세(.503), 1982년 MBC 백인천(.502), 2015년 NC 테임즈(.497), 2003년 현대 심정수(.478) 다음 5위 기록이다. 백인천의 경우 당시 KBO 출루율 계산법에 따라 희생플라이가 분모에서 빠져 계산된 것이다. 현행 계산법으로는 백인천의 출루율은 4할9푼7리. 안현민은 2001년 호세가 사실상 유일하게 갖고 있는 5할대 출루율도 넘볼 만하다.
시대별 리그 환경과 구장 특성을 반영한 조정 득점 생산력인 ‘wRC+’도 놀라운 수준이다. 올 시즌 안현민의 wRC+는 ‘스탯티즈’ 기준으로 221.7에 달한다. 리그 평균 100을 기준으로 안현민의 wRC+는 리그 평균보다 120% 상회하는 수치. 역대로 봐도 1982년 백인천(237.9), 2015년 테임즈(231.8) 다음 가는 3위 기록이다. 팀별 80경기 체제로 샘플이 크지 않았던 원년을 제외하면 테임즈가 KBO리그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시즌을 보낸 타자였다. 안현민은 테임즈에 버금가는 압도적인 타자가 되어가고 있다.
1군 풀시즌 경험이 없는 안현민이라 어느 정도 분석이 되면 성적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안현민의 성적은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조금씩 더 좋아지고 있다. 7월 13경기 타율 5할1푼2리(41타수 21안타) 4홈런 11타점 출루율 .636 장타율. .854 OPS 1.490으로 절정이다. 볼넷 13개를 얻는 동안 삼진은 3개밖에 당하지 않았다. 안현민은 단순히 파워만 좋은 타자가 아니라 공도 골라낸다. 시즌 전체로 봐도 삼진(37개)보다 볼넷(43개)이 더 많다.
앞뒤로 타자들이 약해 좋은 공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상대가 승부를 피하다시피 해서 집중 견제를 받고 있지만 유인구에 속지 않고 참는 능력이 있다. 헛스윙 비율이 5.4%로 200타석 이상 타자 75명 중 11번째로 낮다. 그보다 헛스윙 비율이 낮은 타자 10명의 올해 평균 홈런은 2.2개에 불과하다. 교타자들과 비교될 만한 스윙을 하면서 평균 비거리 130.6m 괴력을 뽐내고 있다. 터미네이터 같은 근육질 몸매로 레그킥을 크게 하지만 투스트라이크 이후 토탭으로 조정하는 등 대응력도 뛰어나다. 투수 유형, 구종도 가리지 않는다. 약점이 안 보이는 수준이라 체력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지금의 이 성적이 시즌 끝까지 유지될 수도 있다.
유력한 MVP 후보 폰세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폰세는 올 시즌 19경기(121⅔이닝) 12승 무패 평균자책점 1.85 탈삼진 169개 WHIP 0.85 피안타율 1할7푼9리로 압도적 투구를 펼치며 한화의 1위 질주를 이끌고 있다. 다승, 평균자책점, 이닝, WHIP, 피안타율 등 투수 주요 기록 전부 1위를 독식 중이다. 공식 타이틀로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3개 부문 트리플 크라운에 승률까지 더하면 투수 4관왕도 기대할 만하다. 만년 하위팀 한화를 33년 만에 정규리그 1위로 이끈 점까지 더해 MVP 0순위로 손색없다.
다만 투수 특성상 한두 경기만 대량 실점해도 기록이 나빠질 수 있다. 유일한 1점대인 평균자책점은 안정적이지만 다승 2위 라일리(NC·11승), 탈삼진 2위 드류 앤더슨(SSG·160개)이 추격권에 있다. 트리플 크라운이 불발될 경우 타율, 출루율, 장타율 3개 부문 1위가 유력한 안현민에게 타이틀 가짓수에서 밀리 수도 있다. 물론 팀 성적 포함 모든 면에서 폰세가 여전히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안현민의 기세라면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