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제품 99% 이상에 무관세…美는 상호관세 32%→19%로 낮춰
미국산 車의 안전·환경기준 인정하고 데이터 기업의 과세도 포기
美, 한국에도 자동차·농산물·의약품 비관세장벽 철폐 요구할듯
인니, 관세 낮추려 美 농산물·車 규제 완화…경제안보도 협력(종합2보)
미국산 제품 99% 이상에 무관세…美는 상호관세 32%→19%로 낮춰
미국산 車의 안전·환경기준 인정하고 데이터 기업의 과세도 포기
美, 한국에도 자동차·농산물·의약품 비관세장벽 철폐 요구할듯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인도네시아가 미국이 부과하는 상호관세 세율을 32%에서 19%로 낮추는 대가로 미국이 자국에 수출하는 자동차와 농산물, 의약품에 대해 각종 규제 적용을 면제하기로 했다.
자동차와 농산물, 의약품은 미국이 한국에 대해서도 비관세 장벽이 있다고 주장하며 규제 철폐를 주장해온 품목이라는 점에서 한국에 대해서도 유사한 요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22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와의 무역 합의 세부 내용에 대해 언론에 브리핑하면서 "인도네시아는 미국과의 교역에서 99% 이상의 제품에 대해 관세를 0으로 낮추고 미국에 대한 모든 비관세 장벽도 없앨 것"이라고 밝혔다.
고위당국자는 비관세 장벽과 관련해 "인도네시아는 데이터의 유통을 과세하려는 노력을 중단할 것이며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전자상거래 관세 유예를 즉시, 조건 없이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도네시아는 미국 기업들의 매출을 사실상 빼앗기 위해 인터넷에 세금을 매기고 싶어 한 몇 국가 중 하나"라며 "이번 합의는 미국의 수출업체들에 필요한 명확성을 제공하고 다른 나라에, 관세에서 자유로운 인터넷이 중요하다는 신호를 보냄으로써 역사적인 업적을 달성한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미국 기업들이 개인정보를 인도네시아에서 미국으로 반출하는 데 있어서 "확실성"을 보장하기로 했다.
그간 미국은 한국과의 협상에서도 플랫폼법 제정 움직임에 강력히 문제를 제기하는 등 미국 디지털 기업을 규제하려는 타국의 움직임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했는데 인도네시아와의 협상에서도 이런 요구를 관철한 것으로 보인다.
고위당국자는 인도네시아가 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에 대한 선적 전 검사와 인증 요건을 철폐하기로 했다고도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미국에서 수입하는 자동차에 대해 미국 연방 자동차 안전 및 배출 기준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위당국자는 "이건 미국이 수십년간 전 세계 시장에서 확보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미국은 다른 나라가 수입 미국산 자동차에 미국의 안전 기준과 다른 자국의 안전 기준을 적용하는 게 무역장벽이라고 주장해왔으며, 한국에도 미국의 자동차 안전·환경 기준을 인정해 미국 기업의 인증 부담을 줄이라고 압박해왔다.
고위당국자는 인도네시아가 미국에 대해서는 핵심광물 수출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또 미국 기업에 대해 현지 콘텐츠 요건을 면제하기로 했다.
고위당국자는 "전에는 미국 기업이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제품을 팔려고 하면 거기에 시설을 지어야 하거나 현지 콘텐츠가 일정량을 넘어야 한다는 어떤 요건이 있었지만 이제 인도네시아는 미국 수출업자에 그런 요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는 의료기기와 의약품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의 인증과 사전 판매 허가를 인정하기로 했다.
고위당국자는 미국 기업이 어느 나라에서든 이런 인증과 허가를 받으려면 수년이 걸릴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제 인도네시아는 의료기기와 의약품에 대해 이런 유형의 이중 절차를 하지 않겠다고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간 미국 제약사들은 한국에 대해서도 보건 당국의 신약 허가가 오래 걸리고 복잡하다고 불만을 표출해왔으며 미국 정부도 한국 정부에 개선을 요구해왔다.
미국은 중국 등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인도네시아를 통해 환적한 제품에는 19%가 아닌 4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고위당국자는 이번 합의로 미국이 새로운 시장에 접근하게 되고, 인도네시아가 액화천연가스(LNG) 등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면서 미국이 최소 500억달러의 혜택을 보게 된다고 추산했다.
미국은 2024년에 인도네시아와 교역에서 180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와의 무역 협상 타결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5일 처음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인하(32%→19%) 등 개략적인 내용만 공개했으며 합의 세부 내용은 이날 처음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인도네시아는 귀중한 핵심광물을 미국에 공급할 것이며, 보잉 항공기와 미국산 농산물·에너지를 구매하기 위해 수백억달러 상당의 대규모 거래를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는 관세 장벽 99%를 없애 미국산 공업·기술 제품과 농산물에 개방된 시장이 되겠다고 합의했다"면서 "이 거래는 우리의 자동차 제조사, 기술 기업, 노동자, 농민, 축산업과 제조업을 위한 엄청난 승리"라고 강조했다.
백악관이 발표한 공동성명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미국산 항공기 32억달러 상당, 농산물 45억달러 상당,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 제품 150억달러 상당을 구매하기로 했다.
양국은 수출통제와 투자 안보, 관세 회피 대응 협력 등을 통해 다른 나라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함께 다루면서 경제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이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간 미국은 중국을 대표적인 불공정 무역 국가로 지목하고 중국을 겨냥한 수출통제와 투자 제한 조치에 다른 나라의 참여를 촉구해왔다.
인도네시아는 '철강 공급과잉에 관한 글로벌포럼'(GFSEC)에도 참여하고, 강제노동으로 만든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철강 공급과잉과 강제노동 역시 미국이 중국을 비판해온 부분이다.
이번 합의는 큰 틀의 합의이며 양국은 앞으로 수주간 협상을 계속해 합의 내용을 확정하고 서명한 뒤 각국의 국내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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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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