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서울월드컵경기장, 이인환 기자] "코너킥 상황에서 압박감은 당연한데, 말컹이 있으니 눈 앞이 깜깜하더라".
FC 서울은 23일 제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는 2025 하나은행 K리그1 2025 23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 원정에 나선다. 서울은 이 경기를 앞두고 22경기에서 승점 33(8승 9무 5패)로 4위에 위치하고 있다. 한때는 바닥까지 떨어질뻔 했으나 6월과 7월 전열을 정비해서 치고 올라왔다. 최근 리그 5경기서는 3승 2무로 안정적인 모습이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팀 레전드 기성용의 이적을 둘러싸고 '방어회 게이트'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팬들의 응원 보이콧이 나오기도 했다. 흔들리던 상황에서 서울은 하나로 단결했다. 팬들이 응원을 보이콧한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4-1로 대승을 거뒀다.
뿐만 아니라 재개 이후 첫 경기인 울산 현대전에서 지긋지긋한 악연을 끊었다. 서울은 지난 20일 열린 전반 42분 터진 린가드의 환상 중거리 득점으로 1-0으로 승리했다. 서울이 울산을 꺾은 건 2017년 10월28일 K리그1 홈경기에서 3-0으로 이긴 뒤 8년 만의 일이다.
그사이 23경기에서 8무15패로 절대적인 열세였다. 그런 울산을 상대로 승리한 것은 서울 입장에서는 분명히 하나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던 경기. 김기동 감독 역시 "지난 시즌 전북 현대 상대로 승리하고 팀 분위기가 올라온 적이 있다. 이번 울산전 승리도 그런 의미가 될 것"이라고 경기 후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경기는 접전이었다. 린가드의 전반 42분 원더 동점골로 리드를 잡은 서울이었으나 후반 들어서 말컹을 투입한 울산의 총공세에 흔들렸다. 그런 서울의 승리를 지킨 것은 강현무. 그는 빠른 판단과 이진현의 직접 프리킥 등을 막아내면서 팀 승리에 기여했다.
단 안정적인 모습만을 보여주진 않았다. 코너킥 장면에서 제대로 공을 처리하지 못해서 펀칭을 연달아 실수한다거나 너무 빠르게 튀어 나와서 불안한 장면을 연출했다. 경기 후 만난 강현무는 인터뷰 요청에 멋쩍은 미소와 함께 "아 이거 인터뷰를 해도 되나"라면서 다가왔다.
고생했다는 말과 함께 강현무에게 서울 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펀칭 장면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그는 해당 장면에 대해 "이전에 경기하다 보니 공이 너무 미끄러워서 잘 안 잡히더라. 그래서 펀칭으로 대응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라면서 "펀칭하려는 순간 내 앞에 말컹이 있었다. 그 순간 너무 긴장하게 되더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과거 K리그에서 뛰던 시절과 달리 벌크업에 성공한 말컹은 키가 196cm에 몸무게가 110kg은 가볍게 넘어가는 상황. 말 그대로 눈 앞에 탱크가 서있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2444일만에 K리그에 복귀한 말컹은 이전과 달리 빠르진 않았으나 서울의 수비수 김주성과 야잔을 힘으로 제압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강현무는 "코너킥을 할 때는 원래 골키퍼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근데 말컹은 진짜 존재감이 달랐다. 그냥 괴물이 있는 것 같았다"라면서 "그래도 아직 반 박자 느린 것이 보였다. 제 몸 상태는 아닌 것 같은데 올라오면 정말 잘할 것 같다"라고 말컹에 대해 칭찬했다.
한편 잠시 불안하다 점점 폼을 올리고 있는 강현무는 "사실 내가 여름에 좀 약하다. 날씨가 더워지면 집중력이 매번 흔들린다. 매번 여름마다 이러는 것 같다. 나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데 대응법을 잘 모르겠다"라면서 "상대와 싸우는 것보단 더위와 싸운 것이 젤 힘들다. 날씨가 괜찮아져서 다행"이라고 미소를 보였다.
서울은 1위 전북 현대(승점 48)와 격차는 크게 벌어져있으나 2위 김천 상무와 대전 하나(이상 승점 36, 다득점 김천 31득점 대전 30득점 서울 24득점)는 사정권에 두고 있다.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충분히 파이널 A를 넘어 2위가지는 확보가 가능한 상황이다.
강현무는 "홈에서는 무조건 이기려고 한다. 경기장에서 자신감을 가지려고 한다. 리그 경기에 총력을 다하겠다"라면서 "올해 무조건 2위는 하고 싶다. 마음은 2위다. 그래도 어떻게든 이기면서 최대한 높게 올라가고 싶다. 팬들에게 항상 감사하다"라고 인터뷰를 마쳤다.
강현무를 포함해서 서울의 후방이 전반적으로 안정되자 서울도 살아나고 있다. 서울은 이미 여름 이적 시장서 야심찬 영입으로 안데르손을 영입해서 린가드와 최강 외인 군단을 결성했다. 이 기세를 이어서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