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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걸고 미군 도왔는데…'미국행 오매불망' 아프간인들 절망

연합뉴스

2025.07.22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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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망명 지원 프로그램 축소…UAE선 아프간으로 사실상 추방 기약 없는 피신 생활 계속…"아프간 송환은 사형 선고" 호소
목숨걸고 미군 도왔는데…'미국행 오매불망' 아프간인들 절망
미국 망명 지원 프로그램 축소…UAE선 아프간으로 사실상 추방
기약 없는 피신 생활 계속…"아프간 송환은 사형 선고" 호소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집도, 직장도, 가족도, 미래도 포기하고 희생했습니다. 이제는 (미국으로의 망명을) 기다리다가 목숨을 잃고 있어요. 나는 아들을 잃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 정부의 지원을 받는 기구에서 일했던 나시마는 동료들이 탈레반의 표적이 되자 파키스탄으로 도망쳤다.
미국 정부가 망명을 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해서 신청을 했지만 기대만큼 금방 처리되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들은 소식이 1년 전이다.
비극은 지난 5월 2일 발생했다. 난데없이 집안으로 날아든 총알에 여섯살 아들이 머리를 맞고 사망했다.
범인을 알 수 없지만 파키스탄에서 활동하는 탈레반 조직의 소행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급히 병원을 찾았지만 아프간인이라는 이유로 쫓겨났다. 집주인도 총격 사건을 빌미로 나시마를 쫓아냈다.
미군을 도왔다가 탈레반의 표적이 돼 타국을 전전하면서 미국으로의 망명을 기다리고 있는 아프간인들의 절박한 상황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2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나시마와 같은 처지에 놓였거나 아예 아프간으로 송환돼 목숨을 잃을 위기에 놓인 아프간인들의 상황을 조명했다.
미 정부는 2006년 미국을 도운 아프간인들의 미국 이주를 돕기 위한 절차를 마련했다. 아프간 전쟁 20년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미군에 통역, 운전, 의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미국 정부의 후원 속에 시민사회 활동을 한 이들이 대상이다.
아프간 특별이민비자(SIV)가 마련됐고 지난 5월 20일 기준으로 90개국에 흩어진 25만여명의 아프간인 대상자 중 16만7천명이 신청한 상태다.
그러나 백악관의 내년도 예산안에는 SIV 프로그램 관련 직책이 상당수 없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더디던 비자 처리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아프간인의 미국 정착을 지원하는 미 국무부 산하 아프간이주조정국(CARE)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기관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폭 축소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올해 초에는 200명 정도의 직원이 있던 조직이었는데 이제는 50명도 되지 않고 대부분 계약직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약 없고 열악한 피신 생활 속에 미 정부의 SIV 승인과 이주 지원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아프간인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남편이 아프간군 소속으로 미군과 함께 싸우다 탈레반에 고문당하고 살해됐다는 한 여성은 WP에 "CARE는 사라진 거나 마찬가지"라며 "우리는 미국 때문에 이런 상황에 놓였고 미국이 우리를 여기서 꺼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UAE)가 아프간 난민을 본국으로 돌려보내기 시작한 것도 미국을 도왔던 아프간인들에게는 불길한 소식이다.
기다림에 지친 아프간 난민 두 가족이 직접 송환을 요청했고 25명을 더 돌려보낼 예정이라는 게 UAE의 설명인데, UAE를 시작으로 각국에서 사실상 추방이나 다름없는 송환 조치가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UAE의 아프간인 송환 보도가 나오자 지난 20일 트루스소셜에 이들을 구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아프간인 미국 정착을 지원하는 사업을 축소한 데서 보듯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다.
탈레반은 송환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송환된 이들은 고문과 사형 등의 극심한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UAE에 머무는 한 아프간인은 "아프간으로 돌아가는 것은 사형 선고"라면서 "미국에 꼭 가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제발 나를 사형집행인에게 넘기를 말아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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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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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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