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주도 검찰총장 반부패 기관 감독권 강화에 수천명 거리로
주변국도 우려 표명…"우크라 EU 가입에도 영향" 의견도
우크라 전쟁 후 첫 反젤렌스키 시위…"반부패국 권한 제한 반대"
대통령실 주도 검찰총장 반부패 기관 감독권 강화에 수천명 거리로
주변국도 우려 표명…"우크라 EU 가입에도 영향" 의견도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반부패 기관의 권한을 제한할 여지가 있는 법안에 서명하면서 수도 키이우와 중부 도시 드니프로 등에서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우크라이나에서 반정부 시위가 발생한 것은 러시아가 지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처음이다.
참전용사를 포함해 수천명이 벌인 시위에서 참가자들은 정부가 전시를 구실로 권력의 중앙집권화를 꾀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이날 보도했다.
시위는 검찰총장이 독립 기관인 국가반부패국(NABU)과 부패 사건 기소를 담당하는 반부패특별검사실(SAPO)을 대상으로 더 많은 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안을 의회가 통과시키면서 촉발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날 저녁 법안에 서명했다.
검찰총장이 NABU와 SAPO을 대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에는 수사 재지정, 이관 등이 포함됐다.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해당 법안은 대통령실이 추진했으며 의회에서 찬성 263명, 반대 13명, 기권 13명으로 통과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서명으로 법안이 발효되자 NABU와 SAPO는 즉각 반발했다. 세멘 크리보노스 NABU 국장은 이 법이 두 기관의 업무를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올렉시 곤차렌코 야당 의원도 "우크라이나 내 반부패 기관의 독립성을 종식시키려는 것"이라며 "작은 민주주의 국가들은 큰 독재 국가들을 이길 수 있지만 작은 독재 국가들은 조만간 큰 독재 국가들에 삼켜질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시위 참가자들도 '러시아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플래카드를 들며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가 정부가 권위주의적 성격을 강화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법안을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이번 사안이 NABU가 젤렌스키 대통령의 측근인 올렉시 체르니쇼우 전 부총리를 부패 혐의 피의자로 지목해 지난주 그가 사임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시민사회의 요구로 신설한 NABU 활동에 불만을 가져 법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전날 우크라이나 검찰과 보안국은 NABU와 SAPO를 수색하고 NABU 직원 가운데 1명을 러시아 간첩 혐의로 체포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반부패기관 권한 축소에 대한 우려는 내부뿐 아니라 주변국에서도 나온다.
유럽위원회 기욤 메르시에 대변인은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기 전 "(NABU와 SAPO)는 우크라이나 개혁 의제에 매우 중요하며 부패와 싸우고 대중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외무부는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반부패 기관의 독립성과 역량은 최근 우크라이나 개혁 노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며 "우크라이나는 앞으로도 이런 노력의 진전을 바탕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반부패 기관 억누르기가 유럽연합(EU) 가입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발발 직후에 EU에 가입을 신청했다.
싱크탱크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선임연구원인 나이벨 굴드-데이비스(전 벨라루스 주재 영국 대사)는 이번 문제는 "키이우의 실책"이라며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문제는 이제 어떻게 되는것인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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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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