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의원은 이날 국회박물관에서 출마 회견을 열고 “탄핵의 바다를 건너자는 말은 더불어민주당이 만든 보수 궤멸 프레임에 동조하는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 민주당과 제대로 싸우는 것이 혁신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어 “계엄은 수단이 잘못되기는 했지만,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기 위해 의회 폭거를 저지른 민주당에 계엄 유발의 커다란 책임이 있다”며 “민주당과 싸우지 못하고 내부총질만 일삼은 국민의힘에게도 나머지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날 회견에서 지지자들은 ‘자유 광장의 눈물, 지켜드리겠습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장 의원 곁에 섰다. 장 의원이 민주당을 비판하거나, 당의 결속을 강조하면 지지자들은 “옳습니다”라고 소리쳤다.
그간 “언제까지 사과만 하느냐”고 탄핵 찬성파에게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던 장 의원은 이날도 작심한 듯 날을 세웠다. 그는 탄핵 국면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관저 집회에 참석한 45명의 국민의힘 의원을 청산 대상으로 지목한 조경태 의원을 향해 “민주당 가서 대표 하시면 된다”고 했다. 나경원·윤상현 의원,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자신을 쇄신 대상으로 지목한 윤희숙 혁신위원장을 겨냥해서는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당을 싸움터로 되돌려 놓은 것 외에 그분이 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공격했다. 이어 “제가 탄핵에 반대했다고 극우라고 비판하는 분들은 왼쪽 어디쯤 있는 분들이냐”고 반문했다.
강성 지지층 일각에서 고개를 든 부정선거론에 대해선 “부정선거는 논란이 있는 주제”라며 “선거관리위원회는 부실 관리의 책임이 있다. 부정선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사전투표를 없애고 본 투표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래 장 의원은 2024년 총선 당시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호흡을 맞추며 사무총장을 맡는 등 대표적인 친한계 인사였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반대를 주장하며 탄핵 찬성 쪽으로 기운 한동훈 전 대표와 갈라섰다. 장 의원은 이후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광장 집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석했고,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재기를 촉구하는 집회 ‘윤 어게인(Yoon Again)’을 주도하는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를 국회 토론회에 초청하는 등 아스팔트 우파와 접점을 넓혔다.
탄핵 반대파의 유력 주자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0일 대표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당내에선 최근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끌어모으는 장 의원의 세가 만만치 않다는 평가도 있다. 야권 관계자는 “향후 김 전 장관과 장 의원의 교통정리가 전대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