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여성 스탠딩코미디' 열풍…관영매체는 '성 갈등' 우려도
결혼·직장생활 등 여성 차별 이슈 다룬 출연자 늘어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에서 여성 진행자가 여성 이슈를 다룬 스탠딩코미디가 인기를 끌자 관영매체가 '성 갈등'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고 홍콩 성도일보가 22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텐센트와 아이치이 등 중국 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는 최근 '토크쇼와 그(Ta)의 친구들 2', '희극지왕 만담 시즌2' 등 스탠딩코미디쇼가 방영 중이다.
성도일보는 이전 시즌들에 비해 올해는 이들 쇼의 여성 출연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인원수로 따지면 42명에 비중은 40%가량 된다.
올해 45세인 왕샤오리는 '독신 무자녀'를 강점으로 내세우면서 "45세에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 어떡해야 하는지 아무도 모르니 내가 모범이 되겠다"는 말로 주목 받았다.
운동선수 출신인 전직 승무원 '시하'는 넉넉한 치수의 티셔츠를 입고 무대에 나와 항공사 복장 규정을 비판했고, 작년 시즌에 여성의 월경을 소재로 활용해 주목받은 2000년대생 여성 '차이차이'는 올해에는 여성 속옷의 와이어가 여성의 심신에 가하는 압박을 거론했다.
동부 산둥성 린이의 마을 정보센터에서 온 50세 '방 담임'은 남편의 가정폭력·외도에도 부모에게서 '참으라'는 말을 들었지만, 두 딸을 데리고 이혼을 결심했다는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는 "만약 내 딸이 결혼했는데 어느 날 문을 열고 '엄마, 그가…'라고 한다면 나는 '이혼해!'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의 스탠딩코미디 업계는 코로나19 대유행과 OTT 보급을 통해 최근 규모를 키우고 있다.
성도일보는 경기 침체와 높은 실업률, 직장 내 경쟁 심화 속에 스탠딩코미디쇼에 나온 유머와 비판이 중년과 청년층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진통제 역할을 해왔고, 여성 출연자들이 남존여비나 출산·육아 걱정, 성별 부담, 직장 내 차별 등 여성들이 겪어온 문제를 다루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짚었다.
싱가포르 매체 연합조보는 스탠딩코미디 여성 출연자들이 더욱 대담하게 발언하고 금기였던 화제를 깨는 것은 중국 사회의 전통적 성별 의식과 권력 구조가 도전받는 상황임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중국 당국 일각에서는 이 같은 '여성주의' 스탠딩코미디쇼를 탐탁지 않게 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동부 저장성 당위원회 선전부 산하의 '저장 선전'은 최근 논평을 내고 "스탠딩코미디쇼가 사회 의제 토론에 독특한 공간을 제공하지만, 일부 내용은 사상 충돌의 장에서 감정 배출의 전장으로 비화하고 있다"며 "이는 집단적 이해에 이롭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성별 대립을 자극하는 촉매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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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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