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마르크 쿠쿠레야(27, 첼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주했던 순간을 솔직히 털어놨다.
영국 '더 선'은 22일(이하 한국시간) "쿠쿠레야는 첼시 선수들이 따를 수밖에 없었던 트럼프의 기이한 규칙을 밝히면서 '너무나 무서웠다(scared s***less)'라고 고백했다. 트럼프는 결승전에서 계속해서 선수들을 혼란스럽게 했다"라고 보도했다.
첼시는 지난 14일 미국 뉴저지 매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결승전에서 파리 생제르맹(PSG)을 상대로 3-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첼시는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컨퍼런스리그(UECL)에 이어 2관왕에 올랐다.
클럽 월드컵은 지금까지 1년마다 열려 왔지만, 이번 대회부터 월드컵과 똑같이 4년 주기 개최로 변경됐다. 참가팀도 32개 팀으로 바뀌었다. 상금 규모도 총 10억 달러(약 1조 3782억 원) 수준으로 대폭 상승했다. 그 덕분에 첼시는 우승 상금까지 포함해 9200만 파운드(약 1711억 원)에 달하는 '잭팟'을 터트리게 됐다.
다소 일방적인 경기였다. 첼시는 전반에만 3골을 몰아치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콜 파머가 혼자서 2골 1도움을 올리며 PSG를 무너뜨렸다. PSG는 후반 들어 반격을 시도해 봤지만, 경기 막판 주앙 네베스가 쿠쿠레야 머리채를 잡아당겨 퇴장당하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무득점으로 패배했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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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열린 첼시의 우승 시상식. 뜬금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신스틸러'로 나타났다. 그는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 함께 자국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을 관람했고, 첼시의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시상대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승 트로피를 첼시 주장 리스 제임스에게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여기까진 괜찮았지만, 이후 당황스러운 장면이 연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상과 달리 시상대를 내려가지 않고 꿋꿋이 자리를 지킨 것. 보통 시상사는 트로피만 주고 자리를 떠나는 경우가 많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제임스가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릴 때까지 바로 옆에 남아서 웃으며 박수를 쳤다.
첼시 선수들에게 축하 메시지를 건네며 대화를 나눈 것으론 모자랐던 모양. 그러자 몇몇 첼시 선수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특히 파머는 제임스가 트로피를 높이 치켜들 때도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나중에 파머는 "트럼프가 여기 올 줄은 알았다. 하지만 그가 트로피를 들어 올릴 때도 시상대에 있을 줄은 몰랐기 때문에 조금 혼란스러웠다"라고 고백했다. 제임스 역시 "그가 우리와 함께 트로피를 들어 올릴 줄 몰랐다"라며 "하지만 대회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나와 팀을 향해 그냥 축하하면서 지금 이 순간을 즐기라고 했다"라고 밝혔다.
[사진]OSEN DB.
쿠쿠레야는 더 솔직하게 당시 상황을 되돌아봤다. 스페인 언론인 제라르 모레노의 인터뷰 방송에 출연한 그는 트럼프 대통령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다시 한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은 그는 눈을 감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쿠쿠레야는 "누가 그에게 뭐라도 한마디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알지 않는가...나는 XX 무서웠다"라며 유쾌하게 당시 느꼈던 감정을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세계 최강국 미국의 수장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상대에서 내려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터.
더 선은 "쿠쿠레야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례적인 행동에 첼시 선수들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털어놨다. 첼시 선수들은 PSG를 3-0으로 꺾은 뒤 트럼프로부터 메달을 받았지만, 예상보다 더 많은 것까지 받았다"라며 "쿠쿠레야는 트럼프가 첼시의 클럽 월드컵 트로피 수상을 망치자 겁에 질렸다"라고 전했다.
[사진]OSEN DB.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기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는 시상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첼시의 우승 메달도 하나 슬쩍했다.
더 선은 "경기 후 트럼프 대통령은 인판티노 FIFA 회장과 함께 메달 수여식을 진행했다. 그는 모든 메달이 수여된 뒤에도 여전히 메달을 들고 있었고, 인판티노 회장에 따라 갖고 있던 메달을 양복 안주머니에 넣었다"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클럽 월드컵 우승 트로피도 갖고 있다. 그는 원본 트로피가 현재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 보관돼 있다고 밝혔다. 제작 비용만 약 23만 달러(약 3억 원)를 쓴 '진짜' 트로피는 황당하게도 트럼프 대통령이 가져갔고, 첼시에는 추후 다시 제작된 트로피가 주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DAZN'과 인터뷰에서 "트로피는 언제 가져갈 거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아예 가져가지 않을 거다. 영원히 오벌 오피스에 보관할 수 있다. 새 트로피를 만들 거다'라고 하더라. 실제로 첼시를 위해 새로 하나 만들었다. 꽤 신났지만, 지금 원본은 오벌 오피스에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