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한 중학교 교사가 학생 가족의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심리부검을 의뢰했다.
제주동부경찰서 관계자는 23일 "고인의 사망 동기를 명확히 하기 위해 국과수에 심리부검을 의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리부검은 유족의 진술과 고인이 남긴 기록을 살펴 고인의 죽음에 영향을 미친 여러 요인을 살피고 구체적인 원인을 찾아내는 조사 방법이다. 2년 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때도 경찰은 국과수에 심리부검을 의뢰했었다.
경찰은 고인의 사망 경위와 관련해선 "범죄 혐의점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제주경찰청은 동부경찰서장을 중심으로 12명의 전담팀을 구성해 2개월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22일 새벽 제주의 한 중학교 창고에서 40대 교사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남편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A씨 아내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학교 주변을 수색하던 중 숨진 A씨를 발견했다.
교무실에서 발견된 A씨 유서에는 학생 가족과의 갈등으로 힘들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유족도 고인이 최근 학생 가족의 지속적인 민원을 받아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할 만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유족에 따르면 3학년 담임이었던 A씨는 지난 3월부터 교내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제대로 등교하지 않는 등 일탈 행위를 해 온 학생 1명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학생 가족으로부터 계속 항의를 받았다. A씨 휴대전화 통화 목록에는 평일과 주말 할 것 없이 학생 가족이 아침부터 밤까지 많게는 십여 차례 전화한 기록이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