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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 딱지 뗀 '보험맨' 하태경 "암호화폐 융합보험 시대 곧 온다" [월간중앙]

중앙일보

2025.07.2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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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포커스|‘3선’ 딱지 뗀 ‘보험맨’,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은 AI ‘열공 중’

보험사기 탐지, 사고 시 AI로 견적…보험 업무에 AI 활용 사례 늘어
9월 ‘크립토 스쿨’ 개강, 금융 체제 혁명 일으킬 암호화폐 시대 대비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은 보험 산업과 금융 전반의 전환점으로 ‘AI’와 ‘암호화폐’를 꼽았다. 최영재 기자
한 지역구에서 내리 세 번 연임했던 관록의 정치인 하태경 전 국회의원이 보험연수원장에 취임한 건 작년 9월이었다. 10개월 만에 서울 성북구에 있는 보험연수원에서 만난 그는 새로운 영역인 ‘보험’을 택하고 적응하면서 완벽한 ‘금융맨’이 돼 있었다. 그는 요즘 푹 빠진 게 또 하나 있다고 했다. 바로 인공지능, AI다. 취임사에서도 ‘보험연수원을 인공지능(AI)과 신금융을 선도하는 교육기관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던 그는 그 말을 충실히 실천하고 있었다. 보험업계 최초로 인공지능(AI) 아카데미를 열고 보험 AI 미디어센터를 신설하는 등 AI와 보험금융을 결합하는 시도를 이어갔다.

사실 그는 국회에 있을 때부터 AI, 암호화폐 등 신문물에 관심이 많았던 터였다. 그 두 가지가 보험 산업과 금융 전반의 전환점을 가져다줄 도구라고 봤다. 바로 지금이 AI와 암호화폐를 바탕으로 한 보험업의 구조적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는 게 하 원장의 지론이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와 기술 흐름에 걸맞게 관련 제도와 규제 재정비도 과제로 꼽았다. 취임 1년이 되는 오는 9월 ‘크립토 스쿨’ 개강을 목표로 크립토 교육 태스크포스를 최근 출범시켰다. 7월 14일에는 ‘크립토 스쿨’ 교육 과정 개발과 운영을 총괄하는 교장에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전문가인 오태민 한양대 비트코인화폐철학과 교수를 영입했다. 다소 엉뚱해 보일 법도 한데, 보험연수원에서 만난 하 원장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해 보였다.


Q : 보험 산업에 AI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A : “보험뿐만 아니라 세상 전체가 다 AI 전환을 꾀하고 있지 않나. 변화는 불가피하다. 시대를 거스르면 망하는 길밖엔 없다. 보험사들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이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다들 깊이 있게 고민하는 시대다. 보험사도 그 추세를 따라가야 하고. 다만 속도의 차이는 있다. 중소기업보다 대기업들이 더 빠르게 수용하는 것처럼, 큰 보험사들에 비해 작은 보험자들이 좀 느리긴 하다. 하지만 어차피 우리 인류가 가야 할 길이다.”


Q : 상품개발, 언더라이팅, 손해사정, 마케팅 등 보험의 다양한 분야에 AI를 활용할 텐데, 사회적으로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A : “AI 활용에도 속도의 차이가 있다. 조금 빨리 적용하는 분야가 있고, 더 늦게 적용하는 분야가 있다. 예를 들어 우리 연수원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보험 분야 AI 교육은 영업 활용, 영업교육이다. AI 적용이 가장 빠른 분야라는 의미다. 그다음에 보험 회사에서는 손해사정에 AI를 많이 활용한다. 특히 자동차사고 났을 때 이를 AI로 바로 견적을 낸다거나 보험사기를 탐지하는 데에 AI를 많이 활용한다. 그래서 AI가 똑똑해질수록 더 다양한 분야로, 거의 모든 분야에 이용될 것으로 본다. 다만, 보험에서 현재 AI 도입이 가장 느린 분야는 상품 개발이다.”


Q : 이제 AI를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인 것 같다.

A : “수요자에 맞춤한 AI 활용이 늘 것이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는 제일 힘든 게 CEO의 의사결정이다. 그럴 때 AI CEO를 만들어서 AI가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알면 CEO 의사결정에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AI가 학습하는 대상은 인류 전체의 종합지능이다. 정답이 있는 분야는 AI가 훨씬 잘한다. 수학 문제든, 로스쿨 문제든 이제 평균적인 인간 개인보다 AI가 훨씬 뛰어난 수준이 됐다. AI를 어떻게 쓰는지가 중요해진 시점이다.”


Q : 보험 상품 개발에 AI 적용이 늦어지는 이유는?

A : “왜냐면, 한국의 보험 상품이 되게 복잡하다. 경쟁도 치열하고. 현재 우리 보험의 주 고객은 ‘지인 마케팅’에 의한 나이 든 분들이다. 젊은 세대는 보험에 관심이 없다. 예를 들어 자녀의 보험 가입에 의사결정은 대부분 부모가 한다. 그래서 미래세대인 젊은 세대를 고객으로 영입하기 위해서는 친숙한 온라인보험, 디지털보험에 집중해야 한다. 이런 상황은 보험 시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상황이다.”



젊은 층에 친숙한 디지털보험, 단순해야 성공한다


Q : 해결법이 있을까?

A : “단순하면 된다. 특히 디지털보험은 단순해야 성공한다. 예를 들어 비행기 한 시간 연착하면 보험금 얼마 지급, 이렇게 심플하게 가는 거다. 이걸 위해서는 온라인·디지털보험이 활성화돼야 한다. 이렇게 보험이 단순화되면 AI 도입 적용도 가속화될 거라고 본다. 아직은 ‘복잡한 보험’이 더 많지만, 디지털보험 비중도 늘고 있다.”


Q : 데이터 확보, 기술인력 확보, 규제 완화 등 AI 전환을 위해선 정책적으로 넘어야 하는 단계가 있지 않나?

A : “많다. 지난 윤석열 정부도 그랬고, 이번 이재명 정부도 그렇고 ‘AI 3대 강국’을 목표로 내세웠다. 목표가 똑같다. 좌파든 우파든 시대 흐름에 따라서 달라질 수 없는 목표인 거다. 다만, 윤석열 정부 때도, 지금 정부도 AI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빠졌다. 일자리 문제다. AI로 인한 국민들의 가장 큰 우려가 일자리 감소 아니겠나. 그런데도 이 일자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을 명확하게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러면 AI 정책이 국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한다. 새로운 환경에서는 정부가 어떤 방향성으로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일자리 성과가 크게 날 수도 있고 안 날 수도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다.”
보험연수원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하태경 원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 보험연수원]


Q : AI 일자리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A : “AI 전환에 따라 없어지는 일자리도 많지만 새로 생기는 일자리도 많다. 이 새로운 일자리는 시장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도 있지만, 의식적으로 정부가 노력해야 생기는 일자리도 있다. 전문가들이 다들 ‘한국은 제조업이 강하고, 제조업에 AI 전환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 제조업 AI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가 엄청나게 쏟아질 수가 있다. 우린 제조업, 소부장(소재·부품·장비산업)이 강한 나라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에 협력한 중소기업, 중견기업들이 뛰어나기 때문에 우리가 제조업 강국이 된 거다. 근데 이런 중견·중소기업들은 자기들만의 노하우가 있는데, 이 노하우가 결국 기술자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자산이다. 경험이나 연륜에 따른 건데, 이걸 AI로 전환해야 한다.”


Q : 개인의 기술 자산을 데이터베이스화해야 한다는 말인가?

A : “맞다. 경험이라는 건 직관인데, 이걸 데이터화해야 한다. 그러면 공장이든 회사든 데이터 엔지니어가 수백, 수천 명이 필요하게 된다. AI를 학습시켜야 하니까. 이 학습 데이터를 구성하고 만드는 인력은 공고나 고등학교만 나와도 되고, 정부에서 이들에게 데이터 엔지니어 교육을 잘 시켜서 인재로 양성하면 엄청난 일자리를 만들 수가 있다. 그런데 이런 일자리에 대한 논의가 없다 보니 데이터 제조업자나 데이터 엔지니어를 어떻게 양성할 거냐는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거다. 여기서 창출될 수 있는 일자리가 몇십만 개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쉽다. 특히 요즘 먹는 것, 입는 것, 쓰는 것들이 모두 한류 열풍인데,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한 AI 콘텐트 크리에이터를 육성하는 것도 방법이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방법은 무궁무진하고, AI 시대는 국가 경계를 없애버리기 때문에 정부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단순히 시장에만 맡기면 일자리 창출은 실패한다. 이재명 정부는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일자리가 생긴다는 것을 인지하고, 일자리 확대를 위해 연구하고 정책적 노력을 해야 한다.”


Q : 문화부터 제조업까지 K-콘텐트가 강세인데, 유독 금융권에서만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만연하다.

A : “맞다. 우리나라는 금융 후진국이다. 가장 큰 이유는 은행이 글로벌화돼 있지 않아서다. 우리는 은행 중심의 금융구조인데, 은행이 기업금융을 하지 않고 개인을 상대로 하는 상업금융을 하는 후진 형태다. 투자은행이라 불리는 미국 은행처럼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투자와 대출 중심이 아닌, 개인을 상대로 하니 글로벌하게 뻗어 나갈 수가 없는 거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해외에서 우리나라 은행의 인지도는 처참할 정도다. 여기엔 근본적으로, 결정적인 정책 실수가 있었다. 은산분리 원칙이다.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됐으니, 지금 중요한 것은 새로운 금융 트렌드에 올라타는 거다. 그래야 금융도 K자를 붙일 수 있다.”



이재명 AI 정책…가장 중요한 일자리 정책 빠져


Q : 새로운 금융 트렌드는 뭔가?

A : “금융만 한정해서 보면 AI보다도 오히려 암호화폐가 끼치는 영향이 훨씬 더 절대적이다. 금융 체제의 혁명을 불러올 정도의 큰 충격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 그래서 우리 연수원에서도 이 암호화폐 시대에 맞춰 어떻게 전환할지, 어떤 리더가 돼서 이끌어 나갈지 고민하고 있다. 연구 TF를 만들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Q : 이전부터 암호화폐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해 왔는데, 이유는?

A : “제가 생각한 암호화폐는 크게 3개다. 비트코인, 스테이블코인, 이더리움. 이재명 정부가 국가 목표를 ‘AI 3대 강국’으로 했듯 ‘암호화폐 강국’으로 잡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비트코인은 국가가 앞장서서 채굴해야 한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남는 전기를 그냥 버리지 말고 비트코인 채굴에 활용하면 1년에 약 3조원의 수입이 생긴다고 한다. 가령, 이렇게 얻은 돈을 복지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거다. 물론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도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지금까지 진폭이 크지만 우상향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가적 이득이다. 보험업 입장에서도 생명보험이나 종신보험처럼 장기보험에 비트코인 보험을 도입, 적용하면 훨씬 큰 차익을 노릴 수 있어 이득이다.”



스테이블코인, 국가 경쟁력 높일 강력한 무기


Q : 암호화폐 도입 시 국가적 이득이라 보나?

A :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취지가 외국인들에게 자국 화폐(달러)를 쓰게 하려는 거였다. 때문에 두 가지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개인은 환전할 때 훨씬 편리하고 유용하다는 것, 대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해외 결제를 할 때 달러나 유로화, 또는 다른 현지 화폐로 환전해야 하는데 수수료 등이 만만찮다. 그때 우리도 스테이블코인을 갖고 있으면 수수료가 없으니 비용 면에서 이득이다. 무엇보다 미국이 우리를 함부로 하지 못한다.”


Q : 스테이블코인이 국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보나?

A : “그렇다. 트럼프 정부 들어서 우리를 함부로 하는 상황인데,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미국 국채를 사는 건데, 트럼프도 함부로 못 하게 될 것이다. 대미 협상의 큰 카드가 될 수도, 한·미동맹을 대등한 동맹 관계로 만들어 더 굳건해질 수 있는 카드가 될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으로 대기업이 강화되고 대한민국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의 외교에 이익이 되는 거다.”

암호화폐의 미래에 대해 대화하는 하태경 원장과 오태민 크립토 스쿨 신임 교장. [사진 보험연수원]

Q : 원장으로 함께하면서 보험연수원에 괄목할 만한 변화를 꼽는다면?

A : “예전보다 매출이 늘었다(웃음). 그리고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AI 교육을 신설하고 강화한 결과 현재 금융권에서는 보험연수원이 AI 교육 과정을 선도하는 곳으로 손꼽히고 있다. 지금까지 AI 강좌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합쳐서 약 100개 있다. AI전략팀을 신설했고 첫 시작이라 직원들이 많이 힘들었는데, 열심히 해줘서 가능했다. 크립토팀(TF)도 만들어 ‘크립토 스쿨’을 개강할 예정이다.”


Q : AI 다음 단계는 ‘크립토’가 되는 건가?

A : “그렇다. 디지털자산팀을 만들어 암호화폐가 가져올 금융 변화와 근무 혁명에 대비해서 뭘 준비할 것인지, 거기에 맞춰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지 등을 설계하고 실행하게 된다. 앞으로 크립토가 들어오면 완전히 새로운 기관, 새로운 제도, 새로운 자격 등이 줄줄이 생길 것이기에 우리도 준비해야 한다.”


Q : 원장 임기 동안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이 있다면?

A : “제 임기 동안에는 양 날개로 ‘AI’와 ‘크립토’ 그리고 그 둘의 융합이다. 특히 보험 분야에서 AI·크립토 융합, 이걸 선도하는 기관이 되려고 한다. 앞으로 디지털 자산이 보험 건에도 많이 융합될 거라고 예상한다. 스마트 컨트랙트(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전자 계약 시스템), 암호화폐 융합보험이 많이 도입될 것이다. 암호화폐 융합보험의 장점은 국내 보험사가 글로벌로 뻗어 나갈 수 있는 훨씬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거다. 예를 들어, 만약 해외에서 사고가 나면 현지에 가서 데이터 받고 심사하고, 보험료도 현지 화폐로 주고받아야 하는 등 외국 회사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근데 암호화폐 융합보험은 이 과정이 모두 온라인에서 가능해진다. 기술만 좋으면 보험사의 규모나 입지에 영향을 덜 받으면서 글로벌하게 커질 기회인 거다. 그래서 AI 암호화폐 융합을 임기 과제로 여기고, AI뿐만 아니라 암호화폐 전환을 굉장히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Q : 정치에서 한발 물러나 있는데, 정계 복귀 계획은?

A : “아직 먼 이야기여서 지금 언급하는 건 의미가 없을 것 같다. ”


박세나 월간중앙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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