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막는 '수면 중 뇌 세척' 실시간 측정…국내서 세계 첫 개발

치매를 유발하는 뇌 속 노폐물이 자는 동안 얼마나 효과적으로 배출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윤창호 교수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부 배현민 교수 공동 연구팀은 수면 중 뇌 노폐물 배출 시스템인 '아교임파계'의 활동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비침습적 검사법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뇌혈류대사학회 공식 학술지 '뇌혈류 및 대사 저널(Journal of Cerebral Blood Flow and Metabolism)'에 실렸다.

아교임파계는 자는 동안 뇌척수액이 뇌 깊숙이 스며들어 아밀로이드 베타 등 치매를 유발하는 독성 단백질을 씻어내고 배출하는 시스템이다. 치매와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을 억제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아교임파계가 수면 중 어떻게 작동하는지 비침습적으로 관찰하기는 어려웠다. 자기공명영상(MRI)은 조영제를 투여해야 하고, 수면 내내 촬영이 불가능해서다.

연구팀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분 변화에 민감한 '무선 근적외선 분광기'를 활용했고, 뇌 내 체액 흐름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해당 장비는 이마에 부착해 700~1000㎚(나노미터) 파장의 근적외선을 두개골 내부로 쏜 뒤 산란한 빛의 흡수율을 분석해 뇌 수분량, 산소 포화도, 혈류량 등을 산출한다. 특히 수분에 민감한 925㎚ 파장을 사용하고, 뇌 혈류량(혈장 수분)의 영향을 제거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해 아교임파계 활동과 직접 연관된 수분량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건강한 성인 41명을 대상으로 검증 연구를 한 결과, 각성 상태에서 잠이 들어 깊은 잠인 비 렘수면(NREM)으로 진행하는 동안 전두엽 수분량이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깊은 수면 단계로 갈수록 뇌 세척 활동이 활발해진다는 뜻이다. 기존 동물 실험에서 확인된 아교임파계 활성 패턴과도 일치한다.

또 잠이 든 뒤 첫 번째 깊은 잠(NREM) 주기에서 수분량이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수면 초반이 뇌 청소 활동의 핵심적인 시간대임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사람을 대상으로 전체 수면 시간 동안 뇌 수분량을 연속 측정해 아교임파계 활동을 실시간 정량화한 세계 최초의 연구다. 윤창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수면과 뇌 건강 간의 연관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밝혔다.

채혜선([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