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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쌀과 투자로 美관세 낮춰…성과 놓고 서로 '아전인수' 해석

연합뉴스

2025.07.23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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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관세 10%p·車관세 12.5%p↓…알래스카 LNG 공동 개발 추진 日, 5천500억달러 대미 투자…쌀 무관세 수입 물량 77만t 내서 미국산 조달 확대 농산물 시장 놓고 딴소리…美 "일본 시장 개방" 日 "농산물 희생 안해" 日 연간 GDP 0.55% 하락 전망…'방위비 미포함' 등 한국에 중요 참고자료 될 듯
日, 쌀과 투자로 美관세 낮춰…성과 놓고 서로 '아전인수' 해석
상호관세 10%p·車관세 12.5%p↓…알래스카 LNG 공동 개발 추진
日, 5천500억달러 대미 투자…쌀 무관세 수입 물량 77만t 내서 미국산 조달 확대
농산물 시장 놓고 딴소리…美 "일본 시장 개방" 日 "농산물 희생 안해"
日 연간 GDP 0.55% 하락 전망…'방위비 미포함' 등 한국에 중요 참고자료 될 듯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최근 여러 차례 접촉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던 미국과 일본이 새롭게 설정된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를 일주일가량 앞두고 23일 무역 협상을 타결, 양측의 전격적인 결정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미일은 자동차 관세 인하 등을 둘러싼 견해차가 커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었으나, 미국은 일본에 대한 관세를 낮추고 일본은 대미 투자 대폭 확대와 일부 시장 개방 등을 시행하는 조건에 합의했다.
이번 협상은 한국처럼 제조업과 대미 수출 비중이 크고 대미 안보 의존도가 높은 일본이 미국과 벌인 협의라는 점에서 향후 한미 협상 가늠자로 주목받아 왔다.
한국은 오는 25일 미국과 고위급 '2+2 통상협의'를 개최할 방침인데, 일본이 미국에 제시한 교섭 카드와 합의 내용이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상호관세 25%→15%·車관세 25%→12.5%…日, 자국 업체 자동차 역수입 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발표 등을 종합하면 미국이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기존에 예고됐던 25%에서 10%포인트 낮은 15%로 결정됐다.
아울러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 자동차에 매긴 관세 25%를 절반인 12.5%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본에 대한 자동차 관세는 기존 관세 2.5%를 더해 15%가 됐다. 자동차 관세는 일본이 이번 협상에서 가장 중시한 사안이다.
또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50%를 유지하기로 했다.
관세율 적용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바 총리는 "반도체와 의약품 등 경제 안보 측면에서 중요한 물자는 향후 관세가 부과될 경우 타국보다 나쁜 대우를 받지 않는다는 확약을 얻었다"고 말했다.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관세 인하를 받아낸 대신 5천500억 달러(약 759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시행하고, 쌀을 포함한 일부 농산물과 트럭을 비롯한 자동차 등 미국산 물품 수입을 늘리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시장을 개방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주 액화천연가스(LNG) 사업과 관련해 미국과 일본이 조인트 벤처를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양국 간 합의 내용은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일본의 대미 투자와 관련해 이시바 총리는 관세 협상을 담당한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으로부터 보고받을 것이라면서 "융자, 투자 등을 포함해 미국에 투자해 그곳에서 고용을 창출해 갈 것이라는 내용"이라고 언급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기업의 대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계 금융기관이 5천500억 달러의 출자·융자·보증 틀을 만들 것"이라며 "반도체, 의약품, 철강, 조선, 중요 광물, 항공, 에너지, 자동차, 인공지능(AI), 양자 등 경제안보 분야 투자를 강화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일본은 연간 약 77만t의 쌀을 무관세로 수입하는 최소시장접근(MMA) 물량 제도 내에서 미국산 쌀 수입량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물량에서 미국산 비중은 45% 정도로 알려졌는데, 특히 상한이 10만t가량으로 정해진 주식용 쌀 수입량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이 이외에 미국산 옥수수, 대두(콩) 수입량도 늘릴 가능성이 있다.
일본의 자동차 시장 개방은 안전기준을 상호 인정하는 간소화 절차 도입이 주요 내용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미국 자동차의 일본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일본 업체의 판매망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며 정부가 자국 자동차 업체에 미국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역수입하는 방안을 요청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래스카 LNG 개발도 상세한 내용은 드러나지 않았다. 일본은 중국이 미국산 LNG 수입을 사실상 중단한 것과 관련해 LNG 수입 확대를 검토해 왔다.
양국 간 또 다른 현안인 방위비(방위 예산)는 합의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이 전했다. 가토 가쓰노부 재무상은 환율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 트럼프 "최대 규모 협의"·이시바 "국익에 부합"…日증시는 급등
양국이 합의한 내용의 전모가 아직 밝혀지지 않아 득실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은 아전인수 격으로 이번 합의에서 자국에 유리한 부분을 강조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협상을 발표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이 자동차와 트럭, 쌀과 일부 농산물 등에서 자국 시장을 개방한다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협의 중 최대 규모"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브룩 롤린스 미국 농무부 장관은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이 역사적 합의는 미국 농가와 목장주에게 전례 없는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과거에는 접근할 수 없다고 생각됐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황금시대를 열 것"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롤린스 장관 언급대로 일본이 쌀 시장을 개방한다면 향후 쌀 수입 문턱을 낮춰야 한다.
하지만 이시바 총리는 "농산물을 포함해 일본 측의 관세 인하는 포함되지 않았고 농업을 희생하는 것은 일절 들어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환경상도 "(농업 시장의) 추가 개방은 아니다"라며 "농업계에 안도감이 확산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일본은 무관세 쌀 수입 물량 중 미국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미국의 무역 불균형 개선 요구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시바 총리는 "지킬 것은 지킨 다음에 미일 양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합의를 추진해 왔다"며 이번 합의로 국익을 수호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NHK에 따르면 일본 민간연구소 노무라소켄(野村總硏)의 기우치 다카히데 이그제큐티브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합의로 일본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0.55%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일본에 대한 상호관세가 25%일 경우 GDP 하락 폭은 0.85%로 추산된다면서 "합의 내용을 보면 일본 경제에 대한 타격은 일정 정도 경감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날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이하 닛케이지수)는 3.5% 올라 작년 7월 이후 1년 만에 41,000선을 돌파했다. 시장이 합의 내용을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결과로 보인다.

◇ 미일, 본격 협의 3개월 남짓 만에 마무리…트럼프, 협상 처음과 끝에 등장
일본은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 승리가 확정되자 관세, 방위비 압박 등을 고려해 조기 회동을 추진했으나 불발됐다.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하자 조기 정상회담 기회를 모색했고, 양측은 2월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첫 회담을 했다.
이시바 총리는 당시 회담에서 일본이 세계에서 미국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나라라는 점을 강조하고 투자액을 1조 달러(약 1천381조원)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시작했고 철강·알루미늄 관세, 자동차 관세, 상호관세를 잇달아 발표하면서 한 차례도 일본에 대한 예외 조치를 두지 않았다.
일본은 이러한 조치에 거듭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비교적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이시바 총리는 일본에 대한 상호관세가 발효되기 직전이었던 지난 4월 7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해 관세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에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4월 16일 첫 관세 협상에 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만난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을 상대로 방위비 부담 확대 등을 언급하며 일본을 압박했다.
양측은 6월 중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으나, 회담은 사실상 빈손으로 끝났다.
여기에 아카자와 경제제생상이 지난달 하순 7차 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해 체류 기간을 연장했음에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회담하지 못한 채 귀국하면서 합의가 어렵다는 관측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하순부터 일본의 쌀과 자동차 교역에 대한 비판을 되풀이했고, 지난 7일 일본에 대한 상호관세를 기존 24%에서 25%로 올린다는 서한을 발송했다.
이달 들어 양국 간 관세 협상은 20일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 전까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과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의 면담 이후 극적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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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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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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