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탬파베이 레이스 김하성(30)이 또 부상으로 쉬어갔다. 부상자 명단에 오를 만큼 심각한 상태는 아니지만 잦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면서 최대 2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7억원 타석 인센티브를 한푼도 못 받게 됐다.
김하성은 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 조지 M. 스타인브레너 필드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제외 후 교체로도 출장하지 않았다. 이날 경기는 탬파베이가 4-3으로 승리했다.
지난 22일 화이트삭스전에 6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장한 김하성은 1볼넷 1도루를 기록했지만 4회 수비를 앞두고 교체됐다. 2회 볼넷으로 걸어나간 뒤 2루 도루에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허리에 긴장 증세를 보였고, 3회까지 수비를 소화했으나 결국은 교체됐다.
경기 후에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은 김하성은 결국 23일 화이트삭스전에도 결장했다. 다행히 부상자 명단에는 들어갈 정도로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다. 탬파베이는 이날 주전 2루수 조쉬 로우를 왼쪽 발목과 발 건염으로 1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렸지만 김하성은 로스터에 남겼다.
‘MLB.com’에 따르면 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은 김하성의 몸 상태에 대해 “괜찮은 소식을 받았다”고 밝혔다. 24일 화이트삭스전도 결장할 가능성이 있지만 25일 휴식일을 가진 뒤 26일부터 신시내티 레즈를 상대로 시작되는 원정 7연전에는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큰 부상은 아니지만 김하성으로선 좌절감을 느낄 만하다. 22일 경기 후에도 김하성은 “내 커리어에서 이렇게 자주 다쳐본 적이 없다. 정말 실망스럽다. 재활, 러닝, 컨디션 등 모든 준비를 했고, 이제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이게 마지막 관문이라 생각하고 있다. 수술 때문에 이미 많은 경기를 결장했기 때문에 정말 완전한 회복을 위한 마지막 관문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하성의 가장 큰 장점이 부상이 없다는 것이었다.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시절 주전 유격수로 자리잡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간 총 831경기를 출장하며 33경기만 결장했다. 이 기간 박해민(849경기), 최형우(843경기) 다음 많은 경기 출장으로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 포지션에선 독보적으로 많이 뛰었다는 점이 대단했다.
[사진] 탬파베이 김하성.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8년 5월 집에서 화분을 옮기다 손바닥을 다쳐 1군에 빠진 적을 빼곤 큰 부상이 없었다.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도 주전이 된 2022년 150경기, 2023년 152경기로 풀시즌을 소화했다. 지난해에도 부상 전까지 샌디에이고의 125경기 중 121경기를 출장했다. 엄청난 이동 거리와 시차로 인해 체력적인 소모가 큰 메이저리그에서도 엄청난 내구성을 자랑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19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1루로 귀루하다 오른쪽 어깨를 다친 뒤 김하성의 몸도 예전 같지 않다. 시즌 내 복귀를 시도했지만 통증이 가시지 않아 10월에 오른쪽 어깨 관절와순 봉합 수술을 받았다. 재활을 하는 사이 FA가 돼 탬파베이로 이적했고, 5월말부터 트리플A에서 실전 복귀했다.
하지만 7개월 동안 어깨 재활에 집중한 여파인지 몸 다른 곳에서 통증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트리플A에서 오른쪽 햄스트링 통증을 느껴 8일을 쉬었다. 통증을 다스린 뒤 트리플A에서 9경기를 더 뛰고 지난 5일 미네소타 트윈스전에서 빅리그에 복귀했지만 3루 도루 시도 과정에서 오른쪽 종아리 통증으로 3경기를 결장했다. 이후 팀의 9경기 중 8경기를 뛰었으나 이번에 다시 도루를 시도하다 허리 통증을 일으켰다.
[사진] 탬파베이 김하성(오른쪽)이 2루 도루를 하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어깨 상태는 회복됐지만 실전 공백이 길었던 영향인지 햄스트링, 종아리, 허리 등 다른 부위가 계속 아프다. 어깨 재활을 하느라 다른 부위 근육이 올라오지 않은 듯하다. 김하성의 플레이 자체가 몸을 많이 쓰는 스타일이라 하루아침에 확 바꿀 순 없지만 어느 정도 도루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아야 할 상황이다.
김하성은 지난 2월 탬파베이와 1+1년 보장 2900만 달러, 최대 3100만 달러 조건으로 FA 계약했다. 올해 325타석부터 20타석마다 20만 달러씩, 최대 2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가 있었다. 현재까지 10경기 35타석에 들어선 김하성은 탬파베이의 남은 60경기에서 4타석씩 들어서도 300타석이 안 된다. 메이저리그 콜업이 7월로 예상보다 늦었고, 잔부상이 이어지면서 인센티브 2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7억원은 그림의 떡이 됐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남은 60경기에서 아프지 않고 시즌을 완주하는 게 중요하다. 올해 연봉 1300만 달러를 받는 김하성은 시즌 후 FA가 될 수 있는 옵트 아웃을 갖고 있다. 내년 1600만 달러 선수 옵션을 포기하면 FA가 될 수 있다. 시즌 후 FA 시장에서 평가받기 위해선 분발이 필요하지만 내년 1600만 달러를 받고 재수를 해도 나쁠 게 없다. 지금은 건강이 최우선이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