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수백개의 매장을 운영하면서 명의 위장 수법으로 세금 수십억원을 탈루한 혐의로 기소된 타이어뱅크 김정규 회장이 항소심에서 중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박진환 부장판사)는 23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등으로 기소된 김 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과 벌금 141억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김 회장과 함께 기소된 타이어뱅크 임원 A씨에게도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141억원을 선고했다. 나머지 피고인 4명에게는 징역 2년~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5년을 각각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2019년 2월 김 회장에게 징역 4년에 벌금 100억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방어권을 보장하는 취지로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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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사실상 1인 회사, 조직적·장기적 범죄"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김정규)은 전국에 수백 개의 대리점을 다른 사람의 명의로 운영하는 수법으로 종합소득세를 포탈하고 허위세금계산서를 발급하는 등 국세 정의를 지키지 않았다"며 “이는 일반인의 건전한 납세 의무에 악영향을 미쳐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밝혔다. 이어 “타이어뱅크는 사실상 김정규의 1인 회사로 조세 포탈과 허위계산서 작성이 조직적, 장기적으로 이뤄졌다”며 “나머지 임직원들도 명의를 빌려주고 범죄를 방조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행정소송 판결에서 대리점 점주들이 각각의 사업자가 아닌 타이어뱅크의 근로자인 것이 인정됐다”며 “점주들이 타이어뱅크에서 받은 돈은 판매 수수료가 아니라 근로의 대가”라고 강조했다.
김정규 회장 측은 항소심 선고 직후 “많은 사업이 있고 열심히 살아왔는데 이런 형량을 받게 됐다. 재판부를 설득하지 못해 억울함이 크다”고 짧게 말했다.
김 회장은 전국 타이어뱅크 매장 가운데 일부를 점주들이 운영하는 것처럼 위장한 뒤 현금 매출을 누락하거나 거래 내용을 축소 신고하는 등 이른바 ‘명의 위장’ 수법으로 종합소득세 80억원을 포탈한 혐의로 2017년 10월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김 회장은 ‘본사 투자 가맹점 모델’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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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수백개 대리점 통해 실제 사업 영위"
2019년 2월 당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백개의 대리점을 통해 실제 사업을 영위했음에도 다수의 명의로 사업자를 등록하는 명의 위장 수법으로 종합소득세를 포탈했다”며 “사실상 1인 회사인 타이어뱅크 회장으로 우월적 지위에서 다수의 직원과 함께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의 채권을 회수한다는 명목으로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도 않고 회삿돈을 횡령했다”고 판단했다.
1심 선고 직후 김 회장 측은 조세 채권의 범위를 판단해달라며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8월 대법원이 행정소송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면서 김 회장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재개됐다. 행정소송 결과에 따라 탈세액이 55억원으로 줄었고 김 회장이 소명 자료를 추가로 제출하면서 항소심에서는 탈루 금액이 39억원으로 공소장 변경이 이뤄졌다. 하지만 행정소송에서도 각 판매점과 대리점이 타이어뱅크, 김정규 회장 사이의 근로관계 위장업체라는 게 인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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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소송 통해 탈루금액 55억→39억원
지난 5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 사건에 연관된 대리점이 과연 얼마나 독립성이 있었는지 살펴봐 달라”며 김 회장에게 징역 7년과 벌금 700억원을 구형했다. 임직원 5명에게는 징역 5~6년을 각각 구형했다. 반면 김 회장 측은 “새로운 사업 모델이 아니었다면 타이어뱅크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일부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사업 전체를 보고 판단해 주길 바란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김 회장은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프레미아를 인수, 회장직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