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참사 피해를 키운 것으로 지목된 무안국제공항 내 로컬라이저(Localizer·방위각 시설) 둔덕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조사용역이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김유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2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토부가 무안공항 내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 용역조사를 ‘돈이 없다’는 이유로 1억원에 외부업체에 수의계약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정부가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1주기 음악회와 추모비 건립 등에 10억원을 배정한 것으로 안다”며 “중요한 것은 참사 원인 규명인 만큼 추모행사에 쓸 돈으로 로컬라이저 정밀 재조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3분쯤 사고 항공기가 무안공항 활주로에서 동체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 밖 로컬라이저 둔덕을 충돌한 뒤 폭발한 사고다. 당시 참사로 탑승자 181명(승무원 6명·승객 175명) 중 179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참사 후 유족들은 상당수 전문가들이 참사 피해를 키운 것으로 지목한 로컬라이저 둔덕에 대한 정밀조사를 촉구해왔다.
김 대표는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둔덕을 무안공항 활주로 끝단에 세운 것이 국토부다. 그런데 본인들이 수의계약으로 용역을 준 사고 원인 조사가 객관적일 수 있겠느냐”며 “유족들은 용역조사비가 1억원이 책정됐다는 사조위 측 설명에 ‘추모행사를 할 돈으로 둔덕 조사를 철저히 하라’는 입장을 이미 전달했다”고 말했다.
당초 국토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는 이르면 다음달 23일쯤 무안공항 콘크리트 둔덕에 대한 용역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최근 사조위의 ‘참사 여객기 엔진 조사 중간발표’ 시도 당시에도 참사의 책임을 조종사로 몰아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며 “이번 콘크리트 둔덕 용역 조사 또한 국토부의 책임을 회피하는 도구로 악용될 우려가 높다”고 했다.
앞서 지난 19일에는 사조위 측이 무안공항에서 진행할 예정이던 엔진 정밀조사 브리핑이 유족들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사조위 측은 유족 대상 설명회에서 “사고 당시 조종사가 손상된 오른쪽 엔진이 아니라 정상이었던 왼쪽 엔진을 정지시켰다”는 내용의 중간 조사 결과를 비공식적으로 전달했다.
이에 유족들은 “사조위의 중간 조사결과 발표는 조종사의 잘못으로만 몰아가는 식”이라며 “이번 엉터리 조사결과를 언론에 발표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의 반발에 사조위 측은 “당초 언론에 브리핑하려던 엔진 정밀조사 결과 내용은 공개하지 않겠다”며 “추후 조사 내용은 유족과 협의 후에 발표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언론 브리핑을 취소했다.
한편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지난달 박상우 국토부 장관과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 국토부 공항공사 직원, 공항 내 로컬라이저 업체 관련자 등 총 24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 이들은 각각 관제 업무와 조류충돌 예방 업무를 맡았거나, 공항시설 관련 법률 등을 위반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