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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뛸 수 없어야 은퇴인 시대...40대 도전자들 비너스-폴-파키아오

중앙일보

2025.07.23 06:20 2025.07.2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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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세에 코트에 복귀한 윌리엄스. AP=연합뉴스
전통적으로 30대 중반이면 선수로서 황혼기인 게 프로스포츠 세계다. 현저히 떨어진 체력·스피드·반사신경 등을 극복하지 못해 늦어도 30대 후반이면 더는 버티지 못하고 은퇴했다. 하지만 최근 마흔을 넘긴 나이에도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10~20살 연하의 상대를 압도하는 선수들이 있다. 철저한 자기 관리와 강한 정신력으로 세월을 거스른 그들에게 은퇴란 '더는 뛸 수 없을 때'를 의미한다.

여자 테니스 비너스 윌리엄스(45·미국)는 23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무바달라 시티DC오픈 여자 단식 1회전에서 21살 연하인 페이턴스턴스(23·미국)에 2-0(6-3, 6-4)으로 이겼다. 비너스는 이로써 2004년 47세에 승리한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체코)에 이어 세계여자테니스협회(WTA) 투어 단식에서 승리한 최고령 선수 2위로 기록됐다. 전날 헤일리바티스트(24·미국)와 짝을 이뤄 출전한 여자 복식 승리까지, 이틀 연속 경기에 나서서 모두 이긴 것이다.

21번째 NBA 시즌을 맞는 크리스 폴. AP=연합뉴스
비너스는 지난해 3월 마이애미오픈 직후 자궁근종 수술을 받고 선수 생활을 중단했다. 은퇴해도 이상할 게 없는 나이와 상황이었지만 1년 4개월 만에 코트로 돌아왔다. 비너스는 메이저대회 우승만 7차례에 세계 1위에까지 올랐던 수퍼스타다. 동생 세리나(44)와 2000~10년대 세계 여자테니스계를 양분했다. 세리나는 메이저대회에서 23차례 우승했다. 세리나는 2022년 9월 은퇴했지만, 비너스는 여전히 코트를 누빈다. 비너스는 "지난해 이맘때는 수술을 준비했다. 그런데 지금은 경기를 치른다. 여전히 강하게 공을 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목표는 계속 코트에 남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1일 미국프로농구(NBA) 베테랑 가드 크리스 폴(40)은 로스앤젤레스(LA) 클리퍼스와 1년 계약했다. 이로써 그의 NBA 21번째 시즌을 보내게 됐다. 2011~17년 클리퍼스에서 뛰었던 폴로서는 8년 만의 친정 복귀다. 꾸준한 영상 분석과 철저한 개인 훈련으로 유명한 폴은 NBA의 대표적 '철인'이다. 그는 지난 시즌(2024~25) 샌안토니오 스퍼스에서 정규 시즌 전 경기(82경기)에 출전했고, 평균 8.8득점, 7.4도움, 3.6리바운드, 1.3가로채기를 기록했다. NBA 20번째 시즌에 전 경기를 소화한 건 폴이 처음이다.

47세에 17살 어린 챔피언과 대등한 경기를 펼친 파키아오(오른쪽). 로이터=연합뉴스
폴은 2006년 신인상을 받으며 NBA 무대에 등장해 12차례나 올스타에 뽑혔다. 2013년에는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로도 뽑혔다. 통산 어시스트(1만2499개)와 스틸(2717개) 부문에서 NBA 2위다. 그런 그에게는 남은 숙제가 있다. 지금까지 은퇴할 수 없었던 이유일지도 모른다. 바로 챔피언 반지를 끼는 일이다.

필리핀의 '복싱 영웅' 매니 파키아오(47)는 50대를 바라보는 현역 스타다. 2021년 정계 입문을 위해 은퇴했던 파키아오는 지난 20일 마리오 바리오스(30·미국)와의 세계복싱평의회(WBC) 웰터급(66.7㎏급) 타이틀 매치로 복귀전을 치렀다. 링을 떠난 지 4년 만이다. 그는 자신보다 17살이나 어린 챔피언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펀치와 지구력을 보여줬고, 결국 무승부를 기록했다. 전성기가 무색했던 경기력 비결은 지옥 훈련이었다.

"파키아오의 절대 열세"라던 스포츠 베팅업체와 전문가 전망이 무색해졌다. AP는 "자체 채점에선 오히려 파키아오가 앞섰다"고 전했다. 파키아오도 "내가 이긴 줄 알았다"고 말했다. 삼촌뻘 파키아오에 혼쭐난 바리오스는 "47세라곤 믿기 힘든 '미친' 체력이다. 여전히 무섭도록 강하다"고 평가했다. 현역 생활을 이어갈지 묻는 언론에 파키아오는 "바리오스와의 재대결을 원한다"고 말했다.

피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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