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람사르협약 탈퇴 예정…'정치적 변질' 비난
"크림반도·점령지를 우크라 영토로 간주해"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러시아가 습지 보호를 위한 람사르협약에서 탈퇴할 예정이라고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은 전날 만장일치로 람사르협약 탈퇴 법안을 승인했다. 이 법안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시로 천연자원환경부가 입안했다.
드미트리 테테킨 천연자원환경부 차관은 "람사르협약은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의 지속 가능한 이용을 논의하는 플랫폼이지만, 2022년부터 그 활동이 순수한 과학적·실용적 목적에서 벗어나 정치화했다"며 탈퇴 이유를 밝혔다.
스베틀라나 주로바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부위원장도 "현 정치적·경제적 상황에서 람사르협약 유지는 러시아 국익에 반한다"고 말했다.
코메르산트는 람사르협약 참여국이 크림반도와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에 있는 습지를 여전히 우크라이나 영토로 간주하는 것이 러시아의 탈퇴 결정 이유라고 설명했다.
람사르협약은 물새가 서식하는 중요한 습지를 보전하기 위해 1971년 이란 람사르에서 채택된 협약으로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인 1977년 비준했다.
현재 람사르협약에 등록된 러시아 습지는 35곳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습지로 등록된 15곳이 러시아 영토에 있는 습지로 간주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러시아는 람사르협약 당사국이 2022년 11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규탄하며 러시아군의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한 것도 이 협약이 정치적으로 변질한 근거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러시아 내부에서도 람사르협약 탈퇴로 러시아 생태 보호 체계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 보호구역전문가자문위원회는 외무부에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가 법적 보호 지위를 잃고 지속 가능한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전달했다.
테테킨 차관은 러시아가 자체적으로 국내 습지 보호 강화를 위한 법령을 개발하고 있다며 "협약에서 탈퇴해도 러시아는 이들 습지를 자국 영토로 계속 보호하고 법적으로도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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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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