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 월가(街)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 중 하나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의 “스테이블 코인 관여” 선언이었다. 대표적인 암호 화폐 회의론자로 꼽혔던 그가 내놓은 발언에 미 금융계가 술렁였다. 씨티은행·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의 수장도 잇따라 스테이블 코인 출시를 시사했다.
스테이블 코인은 중앙은행이 아닌 일반 금융회사나 법인 등 민간에서도 발행할 수 있게 한 암호화폐다. 코인 가치를 미 달러처럼 법정 통화 등에 연동시킨 게 특징이다. 쉽게 말해 1스테이블 코인을 1달러에 샀다면, 다시 팔 때도 똑같은 가치로 돌려받을 수 있다.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는 돌려줄 때를 대비해 현금성 자산을 쌓아둬야 하는데, 발행한 코인 가격만큼 현금을 쌓아두긴 현실적으로 어려워 대부분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스테이블 코인을 제도권 금융산업에 편입시키려고 공들인 배경엔 미 국채 수요를 높이기 위한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관세 전쟁 발표 뒤 미 국채 가격은 내려가고, 국채 금리는 올랐다. 이는 미국의 이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 등의 미 국채 수요는 감소 추세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 하원에서 통과한 지니어스 법안에도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는 모든 코인에 1대1로 미 국채 등을 보유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테이블 코인이 미 국채 가격은 높이고 금리는 낮춰 구멍 난 재정을 메꾸는 효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국채 가격은 변동성이 크다. 만기까지 기간이 길수록 국채 금리에 민감성은 더 커진다. 국채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한다면, 국채 가치가 떨어졌다고 판단한 이들이 대거 현금 인출에 나설 수 있다. 극단적으론 ‘코인 런(coin run)’을 우려해야 할 수도 있다. 나라 재정 문제를 해결해줄 거라 기대한 효자가, 오히려 유동성 위기라는 큰 불효를 몰고 오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
한국에서도 스테이블 코인 도입 논의가 활발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만큼 국정기획위원회에 소분과가 설치됐고, 여당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의 발행과 운영에 대한 법률 제정안을 곧 발표한다. 인터넷은행 등 금융 회사들은 코인 이름 상표권 등록에 나섰다. 아마 우리 정부도 미국과 비슷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해 국가채무는 1175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을 외면해선 안 된다. 법제화 추진을 외치는 정치권과 금융회사 등은 더 신중하고 정교하게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