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충남 태안신협 문기석(62·사진) 이사장이 인터뷰 때 처음 꺼낸 말이다. 1991년 첫 기부를 시작한 문 이사장은 올해까지 35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웃을 위해 성금과 장학금을 기부해왔다. 누적 금액은 1억6000만원 정도. 지난 15일에도 가세로 태안군수를 찾아 350만원을 기탁했다. “적은 돈이지만 어려운 주민을 위해 써달라”고 당부하면서.
문 이사장은 태안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6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집은 가난했다. 6남매를 모두 학교에 보낼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는 동생들을 위해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의 나이 열다섯 살 때였다.
첫 직장은 태안 읍내에 있는 국수 공장이었다. 낮에는 떡방앗간, 밤에는 국수 공장에서 일하며, 동생들 학비를 보태고 용돈도 줬다. 단기사병(14개월 방위)으로 군 생활을 하면서도 돈을 벌었다. 낮에는 방앗간에서 일하고 저녁에 부대로 출근해 밤새 위병소와 탄약고 보초근무를 섰다. 당시에는 이런 근무 방식도 가능했다고 한다.
1991년 봄, 어린 두 아들의 손을 잡고 인근 사회복지시설로 찾아가 처음으로 30만원을 기부했다. 이후 방앗간에 기금함을 걸고 여유가 생길 때마다 1000원, 1만원씩 모았다. 고철과 폐지도 모았다. 길을 가다 작은 냄비라도 발견하면 얼른 주워 차에 실었다고 한다. 그렇게 모은 고철과 폐지 판 돈도 모두 기부했다.
그는 태양복지회란 지역 모임 회원으로 27년째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주고 있다. 모교인 송암초등학교에도 매년 기부금을 내고 있고, 소외된 이웃을 위한 집수리 봉사와 방역 활동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문 이사장은 “봉사와 기부는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며 “올해로 35년째인데 50년을 꼭 채우고 싶다”고 말했다.
신진호([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