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이용 계좌와 전화 차단하고
사법 협조자는 형벌 감면해 줘야
정부 바뀌어도 일관된 대책 필요
사법 협조자는 형벌 감면해 줘야
정부 바뀌어도 일관된 대책 필요
첫째, 도박범죄 이용계좌 지급정지가 필요하다. 이미 보이스피싱 범죄 수사에서 사용하는 수단이다. 자금줄을 차단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기초적인 범죄자 검거 및 범죄예방 대책이다. 둘째, 도박 사이트의 신속한 차단과 범행에 사용된 전화번호 이용 중지 조치가 필요하다. 사이트 신고에 대해 포상금까지 주면서 일반 시민들을 독려하고 있지만, 실제 차단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절차를 거쳐야 하기에 최소 2주에서 보통 수개월이 걸린다.
셋째, 사법 협조자에 대한 형벌 감면제도 도입이다. 조직범죄 특성상 내부자 진술이나 조력 없이 수괴를 검거하고 조직을 와해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 동시에 청소년 대상 도박장 개장 행위에 대한 금지규정 신설과 법정형을 강화해야 한다. 그 외에 온라인 도박 광고행위 처벌규정 신설, 도박중독 예방·치유·재활을 위한 기금의 설치, 범죄수익 박탈을 위한 독립몰수 조항 신설 등도 필요하다고 전수진 부장검사는 강조했다.
사실 청소년의 온라인 도박 참여는 사기범죄 피해자가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불법도박 구조상 온라인 도박을 통해 돈을 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당일 토론자로 참여했던 임정민 상담사는 ‘청소년 도박은 일탈이 아니라 유해 환경의 결과이며 고립감에 대한 반응’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토론자는 법무부의 불법도박 문제를 다루는 부서가 올해 정책평가 항목에서 이를 삭제했음을 발견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는데, 부처 정책 평가에서는 빠지는 모순이 발생했다. 최근 필자가 만난 공무원 중에는 청소년 도박 문제를 국정 과제의 작은 꼭지로라도 넣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이도 있었다. 과연 이것이 고민할 문제인가.
과거 영국은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초까지 범죄율의 급격한 상승으로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겪었다. 1979년 집권한 영국 보수당 출신 마거릿 대처 총리는 10여 년 재임 동안 강력한 범죄 대응 정책을 폈다. 경찰권 강화, 공공장소 반사회적 행위 단속 강화, CCTV 확대, 청소년 범죄 처벌 강화, 가석방 요건 강화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 이런 기조는 정권이 바뀌어 노동당 출신 토니 블레어 총리가 집권한 이후에도 이어졌다. 정권의 성격과 상관없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정책을 일관성 있게 집행했다.
그 결과 1990년대 중반 이후 영국 사회는 범죄율이 낮아지고 안전한 국가가 될 수 있었다. 다만 블레어 총리는 대처 총리의 강경 정책에 덧붙여 범죄의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되는 빈곤·교육 등 사회복지 정책에도 관심을 가졌다. ‘강경하되 그 원인에도 대응한다’는 일종의 이중 전략이다.
새 정부는 실용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전 정부에서 마련한 해결책이라 할지라도 필요한 정책이라면 과감히 가져다 써야 한다. 지금 청소년 도박 문제는 일부 비행 청소년의 문제가 아니다. 심지어 학교를 넘어 군으로 침투 중이다. 신속하게 형사사법적 강경 정책을 펴되 피해자에 대한 제도적 보호책도 강구해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준휘 한국범죄학회장,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