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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곳적 빅뱅의 빛을 기억할 수 있을까? '별'은 안다...남궁환 개인전 'Entoptima : 별의 기억'

OSEN

2025.07.23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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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optima, 76x56cm, 2018, ink on paper

Entoptima, 76x56cm, 2018, ink on paper


[OSEN=강희수 기자] 태곳적 빅뱅의 빛을 기억할 수 있을까? 물론 인간이라면 불가능하다. 그런데 만약, 그 주체가 우주 공간에 태고보다 더 태곳적부터 자리잡고 있는 별이라면? 

엉뚱한 상상같지만, 과학자는 이성적인 추론을 따르며 이 질문에 부응하는 답을 찾아갈 게다. 그런데, 빅뱅의 빛을 묻고 있는 이가 미술가라면?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이 태곳적 빅뱅을 기억할 수도 있다는, 번쩍거린 영감이 그를 움직였다면? 별빛은 곧 작가의 세계관이 영그는 단초가 된다. 

서울과 파리에서 활동중인 남궁환 작가가 'Entoptima : 별의 기억'이라는 주제의 개인전을 여는데, 별빛에 꽂힌 작가의 페르소나들이 꽤나 구체적인 모습으로 빅뱅의 빛을 형상화하고 있다.  

남궁환 작가의 작품세계는 오래된 사물에서 영구히 살아 숨쉬는 기억을 유추하는 작업으로 이름나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선사시대의 빗살무늬 토기에서 '가장 오래된 봄'을 뽑아냈던 작가다. 토기는 곡식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도구다. 인류를 살린, 끈질긴 생명력의 도구다. 생명력은 곧 '봄'이다. 작가가 뽑아낸 '가장 오래된 봄'은 결국 생명력이다. 

남궁환 작가는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2000년)하고 파리 국립고등예술학교(Ecole Nationale Superieur des Beaux-Arts de Paris)에서 조형예술을 전공(2003년)했다. 전통적이면서도 가장 역동적인 도시 서울과 가장 예술적인 도시 파리가 남궁환 작가의 작품 세계로 연결돼 있다. 

Enoptima-Cosmic bone-03, 2024

Enoptima-Cosmic bone-03, 2024


남궁환 작가의 개인전 'Entoptima : 별의 기억'은 7월 23부터 9월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트파크(ARTPARK)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한국에서는 13년만에 열리는 개인전이다. 2020년부터 시작한 세라믹 작업 'Cosmic Bone : 우주뼈 시리즈'가 처음으로 소개된다. 신작 설치 작품이 전시되며 몬트리올 국제예술영화제 단편 경쟁부문에 선정돼 상영된 단편영화 'Memoire des Etoiles, 별의 기억'과 그의 모든 작업을 아우르는 먹작업이 전시된다.

남궁환의 독특한 작품세계는 존재의 인식 작용 '가장 오래된 봄'으로부터 시작된다. 1998년 빗살무늬 토기에서 인식한 '가장 오래된 봄'은 'Entoptic-마음빛'을 찾아가는 관문이었다. 그는 '가장 오래된 봄'에서 우주와 우리의 ‘관계-균형-마음'을 찾아낸다. 관계 속에 각인된 ‘Entoptic-마음빛'은 추출과 전사를 거쳐 작품 세계로 자리잡는다.

작가는 ‘Entoptic-마음빛'이 형상화된 결과물을 ’그림'이라 말한다. 빛을 그리워하는 작가의 마음이 곧 그림이다.

작가에게 그림을 그리는 행위란 각자에게 간직된(각인된) 기억을 자연스럽게 추출해가는 과정이다. 이 행위는 우리 자체를 구성하며 또 우리가 존재하고 작동하는 원리가 된다. 

한 폭의 그림을 생명에 관한 거대한 서사로 인식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림은 인간의 언어와 글이 구실을 하기 훨씬 이전부터 근원적인 표현이었고 소통의 수단이었다. 동시에 삶 그자체였다. 무심한 무생물도 그 안에는 작동의 원리가 있고 생물이라 불리는 존재와 긴밀하게 상호작용해왔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사물들은 변화와 순환의 과정을 겪으며 우리와 상호반영하고 있다. 작가가 인식하는 그림은 인류와 우주, 생명을 담아내는 매우 유기적인 장치이다. 

ENTOPTIMA, 별의 기억, Souffle, 아트파크 설치 작품 2025

ENTOPTIMA, 별의 기억, Souffle, 아트파크 설치 작품 2025


전시회의 타이틀이 작가의 세계관을 말해준다. 'ENTOPTIMA'는 'Entoptic'과 'Optima'의 합성어다. 

작가는 "Entoptic은 내부섬광 또는 내부시상이다. 그것은 우리가 아주 오래 전 빅뱅의 빛을 기억하는, 아니 우리 모두에게 각인되어 있는 근원의 빛이다. 어쩌면 현대 과학에서 말하는 양자세계의 대부분의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와 전자의 불확정적인 운동을 우리가 어떤 내부의 빛처럼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빛을 찾는 과정, 각인된 것을 외부로 전사하는 행위, 그것이 그림이다"고 말한다. 

작가의 설(說)은 계속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최적화(Optima)이다. 최적화를 한다는 것은 그림을 그림에 있어서 그림의 마음, 그 자체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 마음이 온 곳, 즉 아주 오래된 기억들을 꺼내는 과정이다. 우리가 바다 생물이었던 기억, 나무였던 기억, 땅이었던 기억, 물과 바람이었던 기억, 지구였던 기억, 그리고 태초의 빛의 기억일 것이다." /[email protected]


강희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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