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마치 집에 돌아온 것 같습니다." 마커스 래시포드(28)가 스페인 무대에 입성했다.
FC 바르셀로나는 24일(이하 한국시간)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마커스 래시포드 영입 소식을 발표했다. 래시포드는 현지 시간으로 지난 23일 오후 구단주 조안 라포르타와 스포츠 디렉터, 이사진이 참석한 비공개 행사에서 바르셀로나 선수로서 계약서에 서명했다.
영국 BBC는 24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난 래시포드가 바르셀로나로 임대 이적했다. 계약은 1년 임대이며, 바르셀로나가 2026년 여름 3,030만 파운드(약 563억 원)에 완전 이적할 수 있는 옵션을 포함했다"라고 보도했다.
바르셀로나는 지난 시즌 라리가와 코파 델 레이를 석권한 팀이다. 이 팀에 입단한 마지막 잉글랜드 선수는 1986년의 게리 리네커였고, 그 이후 약 40년 만에 래시포드가 명맥을 이었다.
맨유 유스 출신으로 2016년부터 1군 무대에 데뷔한 래시포드는 구단의 상징적인 존재였지만, 지난해 12월 맨체스터 더비 이후로 출전 명단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후벵 아모림 감독 체제에서 방출 대상이 된 그는 지난 시즌 후반기 아스톤 빌라로 임대되며 변화를 꾀했고, 결국 이번 여름 명확한 이적 요청 끝에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게 됐다.
래시포드는 바르셀로나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흥분된다. 이곳은 누구나 꿈꾸는 무대고, 큰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팀"이라며 "바르셀로나가 추구하는 가치는 나에게도 큰 의미다. 가족 같은 분위기와 좋은 선수들이 기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이 이곳을 선택한 큰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한지 플릭 감독과의 대화도 긍정적이었다. 젊은 팀을 성공으로 이끈 그의 지도력은 내가 생각하던 바르사의 이미지와 정확히 일치했다. '바르사식 축구'를 배우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바르셀로나는 래시포드의 임대 기간 동안 그의 주급 전액을 부담한다. 다만 래시포드는 이적을 위해 연봉 삭감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맨유는 향후 1년간 약 1,400만~1,500만 파운드(약 260~279억 원)의 임금 부담을 덜게 된다.
래시포드는 23일 바르사 선수들과 첫 훈련을 소화했으며, 한국으로 떠나는 프리시즌 투어 명단에 포함될 예정이다. 이번 이적은 그의 커리어에서 프리미어리그를 떠나는 첫 번째 사례이기도 하다.
맨유에서 총 426경기에 출전해 138골을 넣은 그는 구단 역대 득점 순위 15위에 올라 있으며, FA컵 2회, 리그컵 2회, 유로파리그 1회 우승을 경험했다. 하지만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는 여전히 갈망하는 타이틀이다.
래시포드는 지난해 12월 맨체스터 더비에서 아모림 감독에 의해 전격 제외된 이후 공식전 출전을 멈췄다. 당시 아모림 감독은 "최선을 다하지 않는 선수보다는 63세 골키퍼 코치를 벤치에 앉히는 게 낫다"라며 공개적으로 래시포드를 비판했다.
이후 빌라에서 17경기를 소화하며 잉글랜드 대표팀에 복귀했지만, 올여름에도 불확실한 미래는 이어졌다. 결국 구단에 이적을 요청한 5인 중 한 명으로 분류돼 팀 훈련에서도 제외됐다.
문제는 아모림 체제 이전부터 시작됐다. 2023년 여름 5년 재계약을 체결한 래시포드는 전 시즌 30골을 터뜨렸지만, 재계약 이후 급격한 부진에 시달렸다. 2023-2024시즌에는 43경기에서 단 8골에 그쳤고, 에릭 텐 하흐 감독에게 13개월간 세 차례 징계를 받았다.
원정 경기 회의 지각, 맨체스터 시티전 완패 직후 생일 파티 참석, 벨파스트 나이트클럽에서의 음주 이후 FA컵 결장 등 구설도 끊이지 않았다.
래시포드는 기자회견에서 "맨유는 오랜 시간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다. 나에게는 단순한 클럽 이상이었고, 인생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감사한 마음뿐"이라며 구단에 대한 악감정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 커리어의 다음 챕터는 트로피를 향한 도전이다. 바르셀로나는 젊고 야망 있는 팀이고, 나는 내 기량과 개성으로 팀을 돕고 싶다.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는 이 구단이 지난 시즌 아쉽게 놓친 목표였고, 나는 그 도전을 함께하고 싶다. 나의 꿈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BBC 수석 기자 사이먼 스톤은 “동기부여되고 집중된 래시포드는 분명히 아모림 감독의 팀에 들어갈 만한 자원이었다. 그러나 그런 모습은 2021년 이후 한 시즌 정도밖에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빌라에서 좋은 장면도 있었지만, 부진한 경기도 많았다. 바르셀로나로 래시포드를 넘긴 것은 맨유 같은 클럽에겐 이례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지금 맨유는 결과를 우선해야 하는 시점이며, 아모림이 끌고 갈 수 있는 스쿼드를 구성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분석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