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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만의 아시아 정상 꿈꾼다"...남자농구 '원투펀치' 이현중-여준석

중앙일보

2025.07.24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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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농구의 '원투펀치'로 떠오른 이현중(왼쪽)과 여준석. 김성태 객원기자
"들뜨면 안 되죠.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잖아요."

남자 농구 국가대표팀의 '원투펀치'로 자리매김한 이현중(25·일라와라)과 여준석(23·시애틀대)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농구대표팀은 최근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모의고사'로 치러진 일본(11, 13일)·카타르(18, 20일)와의 네 차례 평가전을 전승으로 마쳤다. 아시아컵은 다음 달 5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개막한다. 해외파 듀오 이현중(21.3점)과 여준석(18.3점)이 경기당 평균 39.6점을 합작하며 평가전 4전 전승을 이끌었다.

카타르를 상대로 과감한 덩크슛을 꽂은 여준석. 사진 대한민국농구협회
뛰어난 실력에 잘생긴 외모를 갖춰 경기마다 구름떼 관중이 몰렸다. FIBA 랭킹 53위 한국은 아시아컵에서 호주(7위), 레바논(29위), 카타르(87위)와 함께 '죽음의 A조'에 편성됐지만, 팬들은 "이현중-여준석이 이끄는 황금세대라면 우승도 꿈은 아니다"라며 기대한다. 마지막 담금질 중인 두 선수를 지난 23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났다. 코트 안팎에서 조성된 들뜬 분위기와 달리 담담한 표정이었다.

이현중은 "평가전 승리도 황금세대란 칭찬도 좋지만, 냉정하게 우린 아직 이룬 게 아무것도 없다. 우리의 강점과 보완점을 확인했다는 점에 의미를 둔다"고 말했다. 배우 정해인 닮은꼴로 인기를 모은 여준석은 "지금은 외모보단 동료들과 조직력을 다지는 것만 생각한다"고 밝혔다. 호주 리그에서 뛰는 이현중과 미국 시애틀대 소속 여준석. 두 선수가 대표팀에서 동시에 소집된 건 여준석이 고교생이던 2021년 이후 4년 만이다. 하지만 오래 합을 맞춘 것처럼, 매끄러운 호흡을 선보이며 장신 센터도, 귀화 선수도 없는 대표팀의 해결사로 떠올랐다.

이현중(왼쪽)과 여준석은 선배들이 더 많지만 리더로서 역할도 수행한다. 김성태 객원기자
여준석은 "(이)현중이 형과는 2018년 호주 미국프로농구(NBA) 글로벌 아카데미에서 2년 정도 한솥밥을 먹어서 '케미(호흡)'가 좋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강해서 형이 공을 잡으면 득점 찬스라고 믿고 골밑으로 달린다"고 말했다. 이준석은 "내게 수비가 붙으면 (여)준석이에게 패스하면 되고, 반대의 경우엔 내가 해결한다"고 설명했다.

두 선수의 역할 분배는 평가전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이현중(2m1㎝)은 깨끗한 3점슛을 연달아 림에 꽂고, 리바운드와 골 밑 돌파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무엇보다 몸을 던지는 허슬플레이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이현중은 "나는 원래 공만 보면 몸을 아끼지 않고 달려든다. 쇼맨십보단 벤치 분위기를 위해서다. 주전 선수가 솔선수범해 허슬플레이를 펼치면 후보 선수도 한마음을 뛰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여준석은 과감하고 화려하다.

이현중(왼쪽)의 날카로운 슛은 만화 슬램덩크의 서태웅을 닮았다. 사진 대한민국농구협회
2m3㎝의 큰 키에도 활동량이 왕성하고, 특유의 탄력을 이용해 폭발적인 덩크슛을 터뜨린다. 마지막 평가전이었던 카타르와 2차전에선 그림 같은 앨리웁 덩크를 성공해 경기장 분위기를 뒤집어놨다. 여준석은 "아시아컵에서도 앨리웁 덩크를 해보고 싶다. 화끈한 덩크의 가치는 2득점 이상으로 경기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중과 여준석의 역할은 주득점원에서 끝나지 않는다. 2003년생 여준석은 막내, 2000년생 이현중도 아직 후배보다 선배들이 더 많지만, '원팀'을 만드는 리더로서 역할도 수행한다. 이들은 평가전 내내 쉬지 않고 동료들을 격려했다. 벤치에서 쉴 때도 계속 서서 박수 쳐서 심판에게 주의를 받기도 했다. 때론 관중들의 함성까지 유도했다. 성숙한 리더십의 비결은 오랜 해외 경험이다. 이현중도 여준석도 해외에서 뛰며 일찍이 선진 농구를 배웠다. 동시에 실패를 통해 시행착오도 겪었다.

해외 생활을 통해 좌절을 맛 본 이현중(왼쪽)과 여준석은 대표팀 동료들과 경험을 공유해 동반 성장을 꿈꾼다. 김성태 객원기자
미국 데이비슨대 출신 이현중은 부푼 꿈을 안고 나선 2022 NBA 드래프트에서 어느 팀의 지명 받지 못한 아픔이 있다. 여준석은 2년간 미국 명문 곤자가대에서 뛰었지만, 주전 경쟁에서 밀려 좌절했다. 결국 지난 4월 시애틀대로 소속을 옮겼다. 이현중은 "괴물 같은 선수들이 득실대는 미국에서 실패를 거듭하며 성장했다. 넘어지면서 땅을 딛고 일어서는 법을 배우며 단단해졌다"면서 "여기서 그치면 안 된다. 농구는 팀스포츠다. 내가 겪고 배운 것을 대표팀 동료들에게 전파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실수를 자책하지 말고, 일어나서 다시 뛰자'고 강조한다"고 했다.

이현중-여준석 듀오는 한국 농구의 '희망'을 넘어 '전설'이 되는 꿈을 꾼다. 1997년 이후 28년 만의 아시아 정상을 노린다. 이현중은 "어떤 대회를 나가든 목표는 항상 같다. 아시아컵도 우승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여준석은 "농구 만화 '슬램덩크'를 봤는데, 우리와 닮았더라. 아직 어설프고 투박한 난 강백호, 슛를 비롯 모든 플레이가 뛰어난 현중이 형은 서태웅에 빗댈 만하다. '원팀'으로 뭉쳐 강호를 연파한 만화 속 북산고 스토리처럼 형들과 아시아 정상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피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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