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익위 감사와 관련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현희 권익위원장의 변호인 역할을 한 것 아닌가 하는 그런 의심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
최재해 감사원장이 때렸다.
" 개원 역사상 75년 만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75년 만에 조은석 위원 같은 분이 처음 들어와서 그렇습니다 "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현 감사위원)이 또 때렸다.
2023년 10월 13일 국회 법사위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감사원 vs 조은석’의 일합이 벌어졌다. 그런데 결과는 너무도 싱거웠다. 감사원 측이 일방적으로 조은석 감사원 감사위원을 몰아붙였지만, 조은석은 한번도 맞대응하지 못했다. 그에게는 그 날 입이 없었다. (이하 경칭 생략)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감사위원은 당연히 참석해야 하는 증인이 아니다. 감사위원 증언에 대한 여야 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조은석은 증언대에 설 수가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감사원 관계자들의 용어는 더 거칠어졌다.
" 우리가 그냥 전부 그 사람 나쁜 사람 만들면서 우리가 잘못한 것을 숨기려고 한다는 그런 뉘앙스의 말씀은 저는 사실관계하고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요. "
최재해의 발언을 통해 한솥밥을 먹던 조은석은 결국 ‘그 사람’으로까지 전락했다. 조은석은 그로부터 13일 뒤인 2023년 10월 26일이 돼서야 제 입으로 항변할 수 있었다. 왜 그랬을까.
조은석과 감사원이 일전을 불사한 이유
발단은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였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전현희는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뒤에도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 2022년 8월 감사원이 출동했다. 배후에 정권이 있었다는 방증은 국정감사 때 적지 않게 제시됐다.
" 일부 보도에 의하면 감사원에 대한 공수처의 압수수색영장에 전현희 위원장의 제보가 권익위의 간부에서 시작해서 용산 대통령실 비서관을 거쳐서 감사원에 제보됐다 이렇게 기재되어 있다는데 맞습니까?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
" 한 보도의 요지를 보면 이렇습니다. ‘공수처의 감사원 압수수색영장에 이렇게 기재가 돼 있다. 권익위 간부 B가 전 위원장 관련 제보를 대통령실 비서관 A에게 했고 대통령실 비서관 A는 이를 감사원에 전달했다’. 두 번째, ‘감사원장과 사무총장이 당시 권익위 부위원장 이정희에게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모두 사퇴하면 감사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 "
전현희 감사 사안은 단숨에 여야의 치열한 전장이 됐다. 이 아사리판에 조은석이 이름을 올리게 된 건 그가 이 사안의 주심 감사위원이었기 때문이다. 전현희에 대한 감사보고서가 감사위원회에 올라온 건 2023년 6월 1일이었다. 그 감사위원회에서 감사위원들은 몇 가지 부분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고 사무처에 수정 요구를 한다. 이후 수정과 재수정 지시 등이 반복되면서 총 세 번의 수정안이 만들어진다. 6월 8일 감사위원 간담회에서 3차 수정안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 일부 내용에 대한 재수정 요구가 다시 하달된다.
그런데 다음날인 6월 9일 주심인 조은석을 비롯한 일부 감사위원의 열람 및 승인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그대로 보고서가 확정되고 공표되는 일이 벌어졌다. 아예 전자 열람 시스템상에서 ‘열람’ 버튼이 사라졌다는 게 조은석 등의 주장이었다. 이른바 ‘조은석 패싱’ 논란이다.
‘조은석 국감’ 된 2023년 감사원 국감
2023년 10월 13일의 감사원 국정감사를 ‘전현희 논란’이 지배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대로 그날 조은석을 비롯한 감사위원들은 증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조은석은 자신에 대한 최재해와 유병호 등의 맹공을 눈뜨고 지켜만 봐야 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이 국감 내내 문제를 제기하면서 결국 여야는 10월 26일의 최종 종합감사 때 감사위원들에게 발언 기회를 주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