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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표시 위에 男 성기를…'여성 전용 주차' 놓고 스페인 발칵

중앙일보

2025.07.24 05:07 2025.07.25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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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북서부 레온시 곳곳에 생긴 여성 전용 주차 공간. 왼쪽 사진은 시가 이 정책을 시행한 지 일주일 만에 분홍색 여성 이미지에 남성 성기가 덧그려진 모습. 사진 엑스(X) 캡처
스페인의 한 도시가 여성 전용 주차 구역을 도입하면서 성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23일(현지시간) 프랑스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스페인 북서부 레온시는 최근 도시 곳곳에 여성 전용 주차 공간을 지정했다. 시 당국은 이를 “취약 계층 보호와 안전 확보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호세 안토니오 디에스 시장은 “젠더 관점에서 접근한 정책으로, 여성들이 더 넓고 조명이 밝으며 인도와 가까운 곳에 주차함으로써 잠재적 폭행 위험을 줄이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이어 “이미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도 유사한 정책이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주차 공간에는 분홍색 배경에 치마를 입은 여성의 이미지가 그려져 있어 시각적으로도 일반 주차 구역과 구분된다.

시의 이러한 조치를 두고 현지에서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스페인 뉴스 프로그램 쿠아트로에 출연한 여성들은 “성차별적인 조치”라거나 “여성이 남성보다 운전 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우리에게 별도 주차 공간이 필요하다는 건 완전히 남성 중심적 사고”라고 비판했다.

일부 주차 공간에서는 정책 시행 일주일 만에 분홍색 여성 이미지가 훼손되거나 남성 성기를 덧그리는 훼손 사례가 벌어져 논란을 더했다.

남성 시민들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한 시민은 “스페인 헌법은 모든 국민의 평등을 보장한다”며 “성별에 따라 구역을 나누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치는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는 관련 조례에 따라 여성 전용 주차 구역에 주차한 남성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 역시 법적 정당성 논란에 휘말렸다.

프랑스의 일부 도시에서도 유사한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동부 메츠시는 지난해 8월 초 주차장 내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자 여성이 주차장을 가로지를 필요가 없도록 출입구와 가까운 쪽에 여성 전용 구역을 설치했다.

현지 프랑스블뢰에 따르면 메츠시의 이 조치에 대해 여성들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여성들은 “여성 전용 주차 구역보다 감시 카메라 확대나 보안 인력 배치가 범죄 예방에 더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한영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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