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간 인공지능(AI) 군비 경쟁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23일(현지시간) 분기 기준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한 2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AI 투자액을 대폭 늘리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알파벳은 이날 2분기 매출이 964억 달러(약 132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한 수치다. 주당순이익은 2.31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2% 늘었다.
호실적을 견인한 건 ‘검색’이었다. 구글 검색 광고로 벌어들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542억 달러였다. AI 등 컴퓨팅 인프라 수요가 급증하면서 구글 클라우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2% 급증한 136억 달러를 기록한 것도 주효했다. 많이 번 만큼 투자액도 대폭 늘릴 예정이다. 아나트 아슈케나지 알파벳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클라우드 제품과 서비스 수요가 크게 늘어 올해 자본 지출 예상액을 앞선 750억 달러에서 850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자본 지출 대부분은 데이터센터 건설 등 AI 인프라 투자에 사용할 방침이다. 순다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구글 클라우드는) 상반기에만 10억 달러 이상의 거래를 체결했는데 이는 작년 전체와 동일한 수준”이라며 “AI 인프라 투자는 이러한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알파벳은 AI 인재를 확보하는 데도 막대한 자본을 동원하고 있다. 이달 코딩 스타트업 윈드서프를 인수하면서 약 24억 달러를 지출한 것이 대표적이다. AI 인재 영입 관련 질문에 아슈케나지 CFO는 “업계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적절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빅테크 간 AI 군비 경쟁은 갈수록 가열되는 양상이다. 메타는 지난달 데이터 라벨링 스타트업 스케일AI 지분 49%를 143억 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애플·오픈AI·구글 등 경쟁사들의 인재를 빨아들이며 ‘초지능(Superintelligence) 팀’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8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최근 구글 딥마인드 연구자 20여명을 영입했다. 오픈AI는 오라클과 손 잡고 4.5기가와트(GW) 규모의 추가 데이터센터 개발에 착수했고, xAI 역시 AI 인프라 확장을 위해 100억 달러의 자금을 추가 조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투자자들은 AI 군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며 급증한 기업들의 지출 규모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