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올해 2분기(4~6월)에 0.6% 성장했다. 반도체와 석유·화학 업종을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비상계엄에 얼어붙었던 소비 경기가 살아난 덕분이다. 1분기 역성장 충격에서 벗어나 일단 한숨을 돌렸지만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변수다. 한국은행은 미·일이 합의한 15%보다 높은 수준으로 상호관세가 정해지면 올해 성장률이 0.9% 밑으로 추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24일 한은에 따르면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6%(속보치) 증가했다.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하면 0.61%다. 지난 5월 한은이 전망한 수치(0.5%)를 소폭 웃돌았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0.5% 성장했다.
바닥에 머물렀던 경제성장률이 간만에 고개를 들었다. 지난해 1분기 1.2% 상승(이하 전기 대비)했던 성장률은 2분기 -0.2%로 내렸고 3·4분기 각각 0.1% 그쳤다. 올 1분기엔 비상계엄 여파로 -0.2% 뒷걸음질 했다가 2분기 들어서야 반등했다. 1분기 성장률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가 컸다. 수출·소비도 성장률 회복에 한몫 했다.
수출은 1분기 부진(-0.6%)을 딛고 2분기 반도체, 석유·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4.2% 증가했다. 계엄·탄핵 등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1분기 침체(-0.1%)했던 민간 소비도 2분기 0.5% 늘었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4월보다는 5월, 5월보다는 6월이 (소비가) 더 좋아졌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살아났고, 주식시장의 호조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소비도 1.2% 늘었다. 정부 소비 증가율은 2022년 4분기 이후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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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3·4분기 0.8%씩 성장 땐 올 1% 가능할 수도”
하지만 2분기 건설투자(-1.5%)와 설비투자(-1.5%) 침체는 여전했다. 이 국장은 “그동안의 착공 실적, 건설 수주 동향을 보면 빠르게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2분기 국내총소득(GNI)은 전 분기 대비 1.3% 늘어, GDP 성장률(0.6%)을 웃돌았다. GNI는 수출입 가격 등 교역 조건 변화를 감안해 실제 소득이 얼마나 되고, 얼마나 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원유·화학제품 수입 가격이 수출 가격보다 크게 하락한 것이 GNI가 상승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올 2분기 성장률이 반등하긴 했지만 먹구름이 걷힌 건 아니다. 지난 5월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0.8%로 전망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2차 추가경정예산 효과(0.1%포인트)를 더하면 0.9%가 된다.
올 3·4분기 성장률이 각각 전 분기 대비 평균 0.8%는 넘어야 연간 1% 턱걸이가 가능하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1%로, 아시아개발은행(ADB)은 0.8%로 각각 전망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미국 관세 변수다. 이날 한은은 일본 수준(15%)으로 한국과 미국이 상호관세에 합의해야 올해 0.8%(추경 효과 포함 0.9%) 성장 전망을 유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전체 수출에서 대미·대중 수출이 40% 이상 차지하기 때문에, 한·미 협상뿐 아니라, 미·중 협상도 어떻게 되는지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짚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관세 협상 결과가 일본보다 좋지 않다면 연간 1% 성장률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유진투자증권 이정훈 이코노미스트는 “소비 쿠폰은 차치하더라도 금리 인하에 따라 부채 부담은 팬데믹 이전에 근접했고, 최근 주가 상승은 그 자체로 소비심리를 개선시키는 요인”이라며 “하반기부터 내수를 중심으로 반등 폭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