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22조 팔아 9조 남겼다, SK하이닉스 또 신기록

중앙일보

2025.07.24 08:02 2025.07.24 13:31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2분기에도 ‘AI 훈풍’

SK하이닉스가 2분기 9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인공지능(AI) 시장 훈풍 속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2분기 부진한 실적을 내놓은 것과 대조적이다. SK하이닉스는 하반기에도 HBM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4일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에 매출액 22조2320억원, 영업이익 9조2129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35.4%, 영업이익은 68.5% 증가했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었던 지난해 4분기(매출액 19조7700억원, 영업이익 8조800억원) 기록을 넘었다. 영업이익률은 41%로 지난 분기(42%)에 이어 40%대를 유지했다.

이번 실적은 당초 시장 전망을 웃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실적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평균)는 매출 20조7186억원, 영업이익 9조648억원이었다. 특히 같은 기간 경쟁사들이 부진한 실적을 내놓은 것과 비교하면 SK하이닉스의 성장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향 HBM3E 제품 공급 지연 등의 여파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6% 감소한 4조6000억원에 그쳤다. SK하이닉스의 절반 수준이다. LG전자도 물류비와 관세 부담 증가 등으로 영업이익이 6391억원에 머물며 전년 대비 46.6% 줄었다.

송현종 SK하이닉스 사장은 이날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2분기는 무역 분쟁과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수요 둔화 우려가 있었다”면서도 “빅테크 기업의 적극적인 AI 투자로 AI향 메모리 수요 증가와 대외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인 구매가 더해져 예상보다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D램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20% 이상, 낸드는 70% 이상 증가했다.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5세대인 HBM3E 12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하면서 높은 마진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HBM3E 12단의 가격은 HBM3E 8단보다 50∼60%가량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향후 전망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 주요 고객사의 신제품 출시가 예정된 데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모델 추론 기능 강화 경쟁이 이어지고 있는 점, 각국 정부가 ‘소버린 AI(독자적 AI)’ 구축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점 등을 꼽으면서다.

송 사장은 “우수한 제품 경쟁력과 양산성을 토대로 HBM을 전년 대비 2배 성장시킨다는 계획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2분기 큰 폭의 출하량 증가가 있었던 만큼 3분기는 완만한 출하량 증가를 예상한다”며 “D램은 한 자릿수 초중반 수준, 낸드는 다소 제한적인 성장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HBM 공급 과잉에 대한 경고가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7일 보고서에서 “내년에 처음으로 HBM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며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김기태 SK하이닉스 세일즈·마케팅담당(부사장)은 “초기의 급격한 성장률은 아니더라도 AI 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고객 풀이 확대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대 실적 달성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오는 28일 임직원들에게 월 기본급의 150%에 해당하는 상반기 생산성 격려금(PI, Productivity Incentive)을 지급할 전망이다. PI는 SK하이닉스가 실적 목표에 따라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지급하는 성과급이다.





이우림([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