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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훈의 마켓 나우] 교육부 해체하는 미국, 간판 집착하는 한국

중앙일보

2025.07.24 08:06 2025.07.24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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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훈 법무법인 혜명 외국 변호사·KAIST 겸직 교수
교육은 국방만큼이나 초당적 영역이다. 교육 시장의 대전환에 국가 생존이 걸려있다. 한국 교육에 주어진 골든타임이 몇 달인지 몇 년인지조차 알 수 없다. 정파적 이념이나 이익을 내려놓고 ‘교육 시장 백년지대계’를 수립해야 한다.

최근 미래 교육 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는 세 가지 중요한 소식이 미국 워싱턴 DC와 콜로라도, 용산에서 들려왔다. 첫째, 지난주 미국 연방 대법원은 백악관이 연방 교육부 해체 계획에 따른 소속 공무원 1400여 명의 일괄 해고에 법적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미합중국의 교육을 총괄하는 사령탑이 없어지고, 50개의 주가 각자의 교육 방침에 따라 50개의 개별 교육 시장으로 분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둘째, 콜로라도 덴버에 본사를 둔 기술기업 팰런티어 테크놀로지스가 미국 대학의 신입생 선발 기준이 무용하다고 주장하며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미국 고등학생들이 우리나라 수능시험에 해당하는 SAT나 ACT 점수를 팰런티어에 제출해 선발되면 ‘실력주의 펠로십’ 인턴으로 고용해 대학 이상의 경험과 지식을 제공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획일적 교육으로 ‘붕어빵’처럼 인재를 찍어내는 미국 대학은 오히려 인재 양성에 방해가 되며, 진학할 필요조차 없다는 주장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에 크게 주목받는 빅테크 기업인 팰런티어의 메시지는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셋째, ‘서울대학교 10개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용산 대통령실이 지명 철회를 선언했다. 3차 산업혁명과 4차 산업혁명을 거쳐 생성형 AI 시대에 진입한 글로벌 교육 시장에서 서울대학교를 10개 더 만든다는 발상은 매우 하드웨어적 구상이다. ‘간판’ 위주의 시대착오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전 세계 인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던 미국 교육 시장이 관료주의를 탈피하며 파괴적 혁신을 시작하고 있다. 우리는 100여 년 전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당이 주축이었던 교육 시장이 외국 문물과 함께 들어온 근대화 물결 속에서 공립학교 주도 시장으로 빠르게 강제 전환되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100여 년이 지난 지금, ‘서울권 대(對) 비서울권’ 구도, 그리고 ‘의대·치대·약대·수의대 대 그 외의 나머지 학과’로 구분하는 기형적이고 왜곡된 교육 시장은 미국발 GAI 시대가 불러온 인공지능 기반 혁신 교육 시장으로 흡수되며 단기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교육 시장은 대한민국 내수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다. 파괴적 혁신으로 교육 시장을 새롭게 정립할 모멘텀이 필요하다. 국민과 유권자는 정부와 여야에 초당적 대처를 촉구해야 한다.

심재훈 법무법인 혜명 외국 변호사·KAIST 겸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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