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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영의 혁신창업의 길] “의료 데이터의 잠재력을 깨워라”…AI 진료 시대 여는 벤처

중앙일보

2025.07.24 08:18 2025.07.27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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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기획 혁신창업의 길] R&D 패러독스 극복하자 85 휴니버스글로벌 이상헌 대표
클라우드 기반 병원정보시스템을 개발한 휴니버스글로벌의 이상헌 대표가 지난 9일 서울 동대문구 본사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평소 다니던 병원의 누적된 진료 데이터를 이사 간 지역 병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면. 환자의 진료 데이터를 인공지능(AI)이 분석해 의사를 돕는다면. 고려대 재활의학과 교수인 이상헌(61) 교수가 2019년 6월 창업한 휴니버스글로벌은 이를 가능케 하는 정밀 의료병원정보시스템(P- HIS)을 만든다. 병원마다 진료 데이터 형식이 달라 의료정보의 공유나 통합이 사실상 불가능했는데, 휴니버스글로벌은 P- HIS를 통해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이를 하나의 의료 빅데이터로 엮어냈다. 이 시스템은 단순한 병원 전산화가 아니다. 병원과 병원을 연결하고, 의료 데이터를 AI가 활용 가능한 구조로 바꾸는 출발점이자 인프라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금은 154억원. 네이버클라우드, 디에이밸류인베스트먼트 등이 투자사다.

의료정보 표준화해 병원 간 공유
클라우드 기반 빅데이터 통합
AI 적용해 환자 맞춤형 진료
전 세계 플랫폼 구축이 목표

지난 9일 서울 동대문구 휴니버스글로벌 사무실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이 대표는 연쇄창업가다. 2016년 허리 디스크 통증을 줄여주는 ‘가정용 척추 감압 견인기’ 개발사인 휴스파인을 창업했고, 3년 뒤 휴니버스글로벌을 두 번째로 창업했다. 고려대 내에선 고려대학교의료원 창업연구회를 이끌며 동료 교수들의 창업도 지원하고 있다.

“연구는 실현될 수 있어야 의미”

Q : 창업을 적극적으로 하는 이유는.
A : “2000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포닥(박사 후 연구원)을 했다. 스탠퍼드 교수들은 여러 분야에 있는 새로운 기술을 융합해 의료에 적용하고 그걸 가지고 창업하거나, 아니면 창업한 회사에 같이 합류해 스톡옵션을 받고 일했다. 당시엔 ‘스탠퍼드 교수는 좋은 논문 쓰는 것보다 돈벌이에 혈안이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게 스탠퍼드의 힘이고 실리콘밸리의 힘이고 미국의 힘이었다. 새로운 기술이 있으면 어떻게든 의료에 적용해서 치료 못 했던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게 하고, 그걸 통해서 성공하려 하는 실리콘밸리의 역동적인 창업 문화가 인상적이었다. 그런 문화가 세계 최고의 혁신을 이끈다는 걸 5년간 직접 체험했다.”


Q : 고려대의료원 창업연구회 활동은 어떻게 시작했나.
A : “스탠퍼드대에서 연구할 때 봤던 ‘연구→창업→환자 적용’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한국에서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의료원 연구부원장을 맡았을 때 교수들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직접 창업할 수 있게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고, 국내 연구중심병원 중 최초로 ‘의료기술지주회사’를 설립했다. 이 지주회사를 통해 지금까지 약 30개 이상의 의료기술 기반 창업이 이뤄졌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고려대 창업연구회’도 만들었다. 현재 교수 3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한두 달에 한 번 세미나를 열고, 선배 창업자의 경험 공유나 외부 전문가 초청 강연 등을 통해 창업 준비에 필요한 실질적 정보를 나누고 있다. 나도 후배 교수들에게 늘 ‘연구는 실현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고, 이를 위한 창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Q : 첫 번째 창업한 회사 휴스파인은 어떤 회사였나.
A : “스탠퍼드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후 실제로 기술 사업화에 도전했다. 내가 구상한 아이디어는 비수술적으로 척추 디스크를 치료할 수 있는 플라즈마(고온에서 공기가 이온화된 상태) 기반 기기였다. 이 아이디어로 우리 연구팀과 함께 세계 최초로 디스크 탈출 부위에 관을 삽입해 플라즈마로 디스크를 제거하는 치료기기를 개발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도 받았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이후 척추 디스크 치료에서 고가의 병원 전용 장비 없이 가정에서도 쓸 수 있도록 하는 제품을 만든 회사가 바로 휴스파인이다. 시제품을 통해 효과도 입증됐고 현재 양산 단계에 있다. 이 회사는 공동 창업한 제자인 오세준 교수에게 대표직과 지분을 넘겼고, 현재는 최고기술책임자(CTO) 성격의 역할을 맡고 있다.”

시스템 다른 병원 간 데이터 공유도 가능
차준홍 기자

Q : 3년만에 두 번째 창업했다.
A : “2017년에 정부 국책과제로 수행한 ‘정밀의료 클라우드 병원정보시스템’ 개발 경험이 창업 계기가 됐다. 당시 고대안암병원에 세계 최초로 1000병상 이상 대학병원용 클라우드 EMR 시스템을 출시했고, 이로 인해 황조근정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시스템의 성공적인 도입으로 고대병원의 고품질 의료데이터를 확보했고, 이를 기반으로 고려대 성준경 교수팀과 함께 의료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했다. 현재는 이 모델을 활용해 환자 진료 요약, 이상 수치 감지, 약물 제안 등 다양한 AI 서비스를 만들고 있으며, 2대 주주인 네이버클라우드와 협력해 개발 및 병원 인터페이스 연동을 진행 중이다.”


Q : P- HIS가 기존 병원정보시스템과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인가.
A : “P- HIS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여러 병원이 같은 시스템을 쓰도록 설계되어 상호운용성과 빅데이터 통합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기존에는 병원마다 다른 시스템과 용어를 써서 의료 빅데이터 통합에 어려움이 컸다. P- HIS는 동일 시스템이 클라우드 상에 있기 때문에 다른 병원 간 환자 데이터 공유도 쉬워졌다. 2021년 고대 안암병원에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고대 의료원 3개 병원, 천안아산병원·아산충무병원 2곳, 삼육병원 등 총 6개 병원이 사용하고 있고, 다른 병원들도 연계해 나가고 있다.”


Q : 어느 정도 데이터로 의료 AI와 파운데이션 모델을 학습시켰나.
A : “비식별화한 고려대병원 환자 600만 명, 20년치 데이터다. 중증환자와 만성질환자 모두를 포함한 매우 광범위한 임상 데이터를 포괄한다. 그래서 질병 예측, 진단, 치료 과정의 경과 분석 등 다양한 임상 판단 보조가 가능하다. 특히 모든 환자의 진료 기록, 검사 결과, 치료 이력 등이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어 맞춤형 진료 지원에도 적합하다. 현재 의료 파운데이션 모델을 완성했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와 기능을 개발 및 적용하고 있다.”


유럽과 동남아 시장 진출 추진

Q : 해외 시장에도 진출하나.
A : “핀란드에 지사를 세우고 유럽 시장 진출을 진행 중이다. 핀란드는 유럽 내 디지털 헬스와 의료정보체계가 가장 발달한 국가 중 하나로, 우리 플랫폼을 도입하기에 적합한 환경이다. 핀란드 시장을 거점으로 유럽 전역을 겨냥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는 네이버클라우드와 협력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Q : 앞으로의 비전은.
A : “의료 빅데이터 기반 파운데이션 모델을 통해 고도화된 AI 닥터를 만들고, 이를 전 세계 병원 정보시스템과 연계하여 병원과 환자 모두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자체 AI뿐 아니라 외부 우수 AI들과도 연동되는 병원 플랫폼을 구축해, 한국의 의료데이터 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겠다.”

김태훈 고려대 안암병원 연구부원장
휴니버스글로벌의 P-HIS는 모듈형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구조를 통해 병원 규모와 특성에 맞는 유연한 도입이 가능하다. 의료 프로세스의 최적화와 운영 비용 절감 효과도 입증되었다. 앞으로도 AI 기반 정밀의료 개발 및 의료 데이터 생태계 구축을 통해 차세대 의료 혁신을 선도할 것이라 확신한다.

이태규 스케일업파트너스 대표
휴니버스글로벌은 고려대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에 도입을 완료하고 글로벌 의료 데이터 플랫폼 구축 및 유럽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의료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통해 임상연구, 신약개발, 환자 맞춤치료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클라우드 기반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과 AI·빅데이터 기술을 결합해 정밀의료 혁신을 선도할 기업이다.

◆‘혁신창업의 길’에서 소개하는 스타트업은 ‘혁신창업 대한민국(SNK) 포럼’의 추천위원회를 통해 선정합니다. SNK포럼은 중앙일보ㆍ서울대ㆍKAIST를 중심으로, 혁신 딥테크(deep-tech) 창업 생태계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단체입니다. 대한민국이 ‘R&D 패러독스’를 극복하고, 퍼스트 무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에 기반한 기술사업화(창업 또는 기술 이전)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김남영 IT산업부 기자



김남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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