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세인트루이스에서 양도 지명 처리된 에릭 페디.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이상학 기자] 완봉승이 마지막 승리가 될 줄 몰랐다. 2023년 KBO리그 MVP 출신 투수 에릭 페디(32)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방출 수순을 밟고 있다. 잔여 연봉이 약 250만 달러, 우리 돈으로 34억원 수준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도저히 쓸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세인트루이스는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간) 페디를 양도 지명(DFA) 처리했다. 웨이버 기간 원하는 팀이 있으면 이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마이너리그로 이관되거나 FA로 풀린다.
미국 ‘디애슬레틱’은 ‘페디는 6월부터 최근 9경기에서 39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7.32를 기록했다. 피안타 51개, 볼넷 21개를 허용하며 심각한 부진을 겪었다. 그럼에도 세인트루이스는 그가 살아나서 트레이드 가치라도 높여주길 기대하며 선발 로테이션에 계머무르게 했지만 23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3이닝 6실점으로 최악의 투구를 하자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 현재 페디의 계약에는 약 250만 달러가 남아있다’고 전했다. 페디의 올해 연봉은 750만 달러다.
워싱턴 내셔널스의 실패한 유망주였던 페디는 2023년 한국에 와서 인생 역전에 성공했다. KBO리그 NC 다이노스 소속으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며 MVP를 받았다. 스위퍼를 장착해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고, 이를 발판 삼아 2023년 12월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1500만 달러에 계약하며 메이저리그 유턴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31경기(177⅓이닝) 9승9패 평균자책점 3.30 탈삼진 154개로 활약하며 KBO리그 역수출 성공 사례를 썼다. 7월말 가을야구 경쟁팀인 세인트루이스로 트레이드되며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올해 급추락했다. 지난 5월10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에서 데뷔 첫 완봉승을 거뒀지만 이후 12경기(55이닝) 7패 평균자책점 6.38 탈삼진 34개로 부진했다.
[사진] 세인트루이스에서 양도 지명 처리된 에릭 페디.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5경기(17⅔이닝) 4패 평균자책점 13.25 탈삼진 8개로 크게 무너졌고, 세인트루이스도 더는 기다리지 않았다. 투수 유망주 마이클 맥그리비를 본격적으로 써야 할 때가 되자 페디를 DFA 처리하며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불펜으로 쓰거나 트레이드 시장에서 메인 카드가 아닌 패키지라도 활용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세인트루이스는 미련 없이 포기했다.
페디의 시즌 전체 성적은 20경기(101⅔이닝) 3승10패 평균자책점 5.22 탈삼진 63개. 9이닝당 탈삼진이 지난해 7.8개에서 올해 5.6개로 뚝 떨어졌다. 싱커나 커터 구속이 떨어진 건 아닌데 9이닝당 볼넷이 2.6개에서 4.2개로 늘었고, 투구 패턴이 분석됐는지 타자들에게 계속 공략을 당했다.
올리버 마몰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페디가 프로답게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우리는 그에게 여러 번 선발 기회를 주며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했지만 안타깝게도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는 열심히 노력했고, 우리 팀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 이 결정이 앞으로 팀에 기여할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란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세인트루이스에서 양도 지명 처리된 에릭 페디.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잔여 연봉 250만 달러를 감수하며 페디를 원하는 팀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FA로 풀리면 잔여 기간 최저 연봉으로 페디를 쓸 수 있는 팀은 있을 수 있다. 포스트시즌이 멀어진 하위권 팀들은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채우며 이닝을 먹어줄 투수가 필요하다.
만약 새로운 팀에서 반등하지 못하면 오프시즌에 다시 메이저리그 계약을 따내는 게 어려울 수 있다. 이 경우 진지하게 한국 복귀를 고민해야 할지도 모른다. 만약 한국으로 돌아온다면 2028년까지 페디에 대한 보류권을 갖고 있는 원소속팀 NC가 우선권을 갖는다. 현재 NC는 외국인 투수 라일리 톰슨(19경기 113이닝 11승5패 평균자책점 3.35 탈삼진 142개), 로건 앨런(20경기 114⅓이닝 5승9패 평균자책점 3.54 탈삼진 93개)이 안정적으로 활약 중이지만 리그를 지배할 만큼 압도적이진 않다.
가능성이 낮지만 NC가 페디에 대한 보류권을 풀어준다면 KBO리그 다른 팀으로 갈 수 있다. KBO 규정상 외국인 선수 보류권은 트레이드가 될 수 없지만 특정팀과 맞춰 보류권을 해제하며 형식상 무상 트레이드로 대가를 받을 방법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