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24일(현지시간) 중국과 정상회담을 계기로 '실용적 관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정상회담이 계획보다 축소되고 우크라이나 전쟁, 산적한 통상 현안을 두고는 이견만 재확인하는 등 '빈손 회담'으로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안토니우 코스타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리창 총리와 잇달아 회동하고 무역, 안보 현안 등을 논의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회담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서로 차이에도 불구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매우 많고 실용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양자 관계를 강화하고 보다 균형되고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EU는 이날 중국산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와 관련해 '실용적 진전'이 있었다고 자평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새롭게 업그레이드 된 (희토류) 수출 공급 메커니즘에 합의했다"며 "수출 허가 과정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할 경우 새 메커니즘을 통해 신속히 확인하고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4월부터 주요 희토류에 대한 수출 허가제를 도입했다. EU 입장에서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에 불똥을 맞게 된 셈이다.
중국이 5월 EU 기업에 대해서는 수출 허가를 신속히 처리하는 패스트트랙을 구축했다고 발표하긴 했지만, EU는 여전히 허가 지연이 속출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해왔다.
이에 이날 기존 패스트트랙 제도를 보완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EU는 통상 불균형 해소를 위한 중국의 근본적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중국 당국의 보조금 '살포'로 인한 과잉생산 문제를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 "문제 개선이 없다면 EU로선 현재 수준의 시장 개방성을 유지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대(對)러시아 정책에 대한 강도 높은 메시지도 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중국이 (러시아 대통령) 푸틴의 전쟁에 어떻게 협력하는지는 우리(EU·중국) 관계를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U 지도부는 북한의 대러 지원 등이 유럽뿐 아니라 동아시아 안보에도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강조하면서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도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이날 시 주석은 오히려 EU를 향해 "규제하는 성격의 경제무역 도구 사용을 자제해 중국 기업이 유럽에서 투자하고 사업할 수 있도록 좋은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하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유럽이 현재 직면한 도전은 중국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이 전했다.
통상관계를 둘러싼 양측의 극명한 입장차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날 양측은 정상회담 전체 성과를 담은 공동성명도 별도로 채택하지 않았다. 대신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한 원론적 입장을 담은 짤막한 공동성명만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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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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