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학교서 노근리사건 가르치길"…75주기에 워싱턴서 평화포럼
정구도 노근리평화재단 이사장 "영동전투 전사 미군 추모활동도 할 터"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잘한 일도 교육해야 하지만 잘못을 들춰내 재발하지 않게 하는 것도 교육적 차원에서 중요합니다.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미국 초중고 교육 과정에 넣어 노근리사건을 가르치게 될 날이 오길 소망합니다."
6·25전쟁 중 미군에 의해 발생한 한국인 양민 학살 사건인 노근리 사건 75주기를 맞아 열리는 국제평화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찾은 노근리국제평화재단 정구도 이사장은 2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근교에서 열린 한국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노근리 사건은 6·25 전쟁 초기인 1950년 7월25∼29일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에서 유엔군의 일원이었던 미군의 총격으로 피난민을 포함한 민간인 최소 150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정 이사장은 노근리 사건 대책위원회 대변인을 맡아 1990년대에 사건을 전세계에 알린 것을 시작으로 희생자를 기억하는 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왔다.
정 이사장은 사건의 진상 규명도 어느 정도 이뤄졌고, 미국 최고 지도자의 "깊은 유감"(2001년 1월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 성명) 표명도 있었으나 교육을 통한 기억과 재발 방지로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노근리를 방문하는 미국 교사들이 유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건을 교육하는 것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한 뒤 "평시에 전시(戰時) 민간인 피해 사건을 통해 '인간존중'을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미군의 총격으로 숨진 양민뿐 아니라 한국을 돕기 위해 참전했다가 '학살자'의 오명을 얻은 미군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근리 피해자들은 진상조사를 거쳐 어느 정도 명예회복을 했지만 (노근리 사건 직전의) 영동전투에서 사상자가 900여 명 발생한 미군에 대해서는 현지에 참전기념탑도 없다"며 "노근리 희생자들과 미군 전사자들에 대한 공동 추모 행사를 할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노근리가 전쟁의 상처를 넘어 당사자들이 명예를 회복하는 모델이자 전례가 되길 바란다면서 영동전투에서 전사한 미군 유해발굴 촉구, 영동전투 참전 미군의 전공에 대한 재평가 등을 자신이 몸담고 있는 노근리국제평화재단이 할 일로 꼽았다.
재단은 사건 발생 75주기인 25일 미국 워싱턴DC 인근 쉐라톤펜타곤시티 호텔에서 '과거를 넘어 미래를 향해'를 주제로 글로벌평화포럼을 개최한다.
존 틸러리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21세기 한미동맹과 우정의 진정한 의미'를 주제로, 6·25전쟁 참전을 결정한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손자인 클리프튼 트루먼 대니얼이 '한국전쟁과 노근리사건 75주년에 즈음한 도전과 미래 과제'를 주제로 각각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