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장우영 기자] 댄서 리정이 ‘스트릿 우먼 파이터’ 이후 댄서와 춤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리정은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Mnet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월드 오브 스우파)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월드 오브 스우파’는 Mnet 메가 히트작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세 번째 시즌이다. 한국을 포함해 뉴질랜드, 미국, 일본, 호주까지 5개국 6크루의 ‘국가대항전’이라는 시도로, 지난 22일 뜨거운 관심 속 9부작으로 종영했다.
TV-OTT 비드라마 부문 화제성 순위에서 7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연일 화제를 모은 ‘월드 오브 스우파’는 각국의 아이덴티티를 담아낸 메가 크루 미션 등을 통해 역대급 마스터피스의 향연을 보여주며 국내외 인기 급샹승 동영상 순위에 오르는 등 글로벌 춤 신드롬에 제대로 날개를 달았다.
리정은 댄서를 넘어 탁월한 안무가로서의 역량을 입증했다. ‘글로벌 아티스트 퍼포먼스 미션’에서 안무를 직접 담당하며 자신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디렉팅 능력을 선보였고, 세계적인 댄서들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당당함과 자신감 넘치는 무대 매너로 K-댄스의 위상을 높였다. 리정의 퍼포먼스는 단순한 춤을 넘어 하나의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OSEN=박준형 기자] 1일 서울 성수동 오우드에서 ‘다이슨 스타일랩’ 론칭행사가 진행됐다.댄서 리정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02.01 / [email protected]
올해로 26세, ‘범접’의 막내이자 센터로 활약한 리정은 어떻게 춤을 시작했을까. 그는 “K팝 키즈로 소녀시대, 원더걸스 등의 노래를 들으며 자랐는데 장기자랑 시간에 친구의 권유로 무대에 올라 원더걸스의 ‘Tell Me(텔미)’ 인트로를 듣는 순간 ‘나는 이걸 하려고 태어났구나’, ‘내 직업이 되겠구나’하고 느꼈다. 그때부터 춤을 안 추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때의 확신 이후 변함이 없다는 리정. 그는 “춤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지금까지 없었다. 춤은 제게 예술이나 장르, 직업을 떠나서 저를 살아있게 하는 존재이자 ‘구원’이라서 포기할 수 없다. 그래서 여전히 포기하지 않길 바라고, 아직까지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없다. 춤은 나를 너무 행복하게 한다. 행복이 없는 삶이 무슨 의미겠나. 춤이 없다면 행복하지 않았을 것 같고, 내개 행복 그 이상의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준다”고 밝혔다.
리정은 4년 전 방송된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통해 주목을 받았다. 리정 뿐만 아니라 댄서들에 대한 관심도가 급증하면서 춤, 댄서들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리정은 그 중심에서 ‘춤 신드롬’을 이끌며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리정은 “그 사이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달라진 건 없다. 너무 좋은 기회로 만들어진 커리어는 내 것이기도 하지만 온전히 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달라진 부분은 댄서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과 문화, 인지도다. 그 전에는 춤은 전문직으로 하는 사람들만 공유하고 사랑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직업적으로 삼고 있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모두 춤을 사랑하고 있다는 점이 달라진 부분 같다”며 “‘스트릿 우먼 파이터’ 이후 많이 느꼈다. 이제는 누가 안무를 만들었는지를 궁금해하고, 리정이라는 사람의 다음 행보를 궁금해해주시는 것이 엄청난 반전 같다. ‘월드오브스트릿우먼파이터’를 통해 느낀 건 너무 많은 분들이 봐주신 것 자체였다. 자극적인 것을 떠나서 어떤 것이 더 좋은 작품이냐를 이야기하는 현상 자체가 꿈이고 기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며, 이 현상이 있을 때 현역이라서 럭키하다. 춤은 음지의 문화여서 우리끼리 공유하고 영상 하나에 1만 뷰도 나오지 않는 작은 업계였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로 주목을 받은 후 대중 투표를 받다보면 조회수와 ‘좋아요’가 중요한데 몇 백만의 조회수와 ‘좋아요’를 기록했음에도 다른 팀보다 낮은 것에 속상해한다. 그럴 때 ‘예전에는 1만 뷰도 안 나왔는데 몇 백만 뷰가 나왔음에도 속상해하다니’라는 마음도 들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춤에 대해 공유하고 생각을 나눠보고 하는 자체가 너무 감사하다. 내 분야가 아닌 것에 대해 토론하는 건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다. 그걸 많은 분들이 해주시니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댄서에 대한 인식이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악플을 쓰는 이도 적지 않다. 댄서이지만 방송에 출연하면서 연예인이기도 한, 이른바 ‘연반인’으로서 리정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초반에 그런 반응들로 인해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지금은 괜찮다. 알아주시는 부분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지나친 악플은 제가 안 보면 그만이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소수의 악플이 나를 힘들게 하진 않는데, 저 뿐만 아니라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나온 댄서들, 나오지 않은 댄서들을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리정은 업계 처우도 많이 달라졌다면서도 더 나아져야 하는 부분을 강조했다. 그는 “나는 댄서로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만나 예전에는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하고 있어서 업계가 예전보다 어떻게 나아졌다고 말하기는 어럽지만, 포털 사이트에 제 이름을 검색하면 직업에 ‘댄서’라고 나오는 부분에서 처우가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협업을 했을 때 홍보 기사에 제 이름이 같이 들어가는 것도, 창작자의 크레딧에 같이 올라가는 것 등 이런 부분을 알아주시는 것이 제게는 발전된 대우라고 생각한다”며 “창작자의 권리가 좀 더 나아져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다. 나는 너무 많이 누리고 있지만, 우리 모두가 누리는 건 아니다. 업계를 대표해서 말씀드리는 것도 아니고 대표도 아니지만 모든 창작자들이 권리를 인정 받을 수 있는 날이 오는 그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너무 좋겠다. 금전적 문제를 떠나 창작자의 권리를 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