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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이시바 현상…당내선 "물러나라" 당밖선 "그만두지 마"

중앙일보

2025.07.24 20:50 2025.07.24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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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 거취를 놓고 일본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참의원(상원) 선거 참패를 계기로 자민당 내에서 의원총회 개최를 요구하는 서명 활동이 늘어나는 등 ‘이시바 끌어내리기’ 움직임이 확산 중이다. 여기에 이시바 총리가 연임이 필요하다는 근거로 제시했던 미·일 관세 협상마저 끝나면서 옛 자민당 파벌을 중심으로 서명 움직임이 일어나 ‘조기 총재 선거’도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23일 미일 관세협상 타결에 대해 기자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지지통신·AFP=연합뉴스
25일 NHK와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의원 총회 개최를 위한 자민당 의원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자민당 당칙 제6조에 따르면 국회의원과 지역 조직(지부연합회) 대표 과반이 총재 선거를 요청할 경우 임기 도중에도 선거를 실시할 수가 있다. 2002년 도입된 이 제도는 ‘리콜 규정’으로 불리는데, 지금껏 단 한 차례도 실시된 바 없다.

자민당 소속 중의원과 참의원의 의원 총회를 서두르는 모습은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소속 의원 3분의 1의 요청이 있으면 총회 개최가 가능하다. 총회 개최를 위한 서명은 지난 22일 시작된 서명은 옛 모테기 도시미쓰(茂木 敏充) 전 자민당 간사장이 이끌었던 모테기파(平成研究会)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를 중심으로 가장 큰 세력을 유지했던 아베파 의원들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영향력을 휘두르며 ‘킹 메이커’ 역할을 자처한 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총리가 이끄는 유일한 자민당 내 파벌도 이 움직임에 가세했다. 아소 전 총리는 참의원 선거 직후부터 이시바 총리의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지난 23일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와 함께 자민당사에서 이시바 총리를 면담했는데, “이시바 자민당으로는 선거에 이길 수 없다”며 사퇴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거취 문제를 꺼냈다고 한다. 요미우리는 “양원 의원 총회는 당칙이 정하는 정규 의결 기관으로 개최를 통해 총리에 대한 압력을 강하게 하려는 노림수가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총리로 지명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시바 총리는 ‘퇴진’에 선을 그었지만 잠룡들은 활동을 시작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경제안전보장담당상이다.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총리와 결선투표까지 붙었던 인물로 23일엔 아소 전 총리를, 24일엔 옛 아베파 소속의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전 경제산업상을 만났다. 모테기 전 간사장 역시 도쿄의 한 음식점에서 젊은 의원들과 자리를 가졌다.

이시바 퇴진론이 자민당 내에서 확산하는 것과는 반대로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이시바 그만두지마(石破辞めるな)’ 해시태그가 확산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선거 참패는 총리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 정권인 기시다 정권부터 이어진 정치자금 스캔들로 초래된 자민당 자체의 문제라는 주장이다. 교도통신은 정권 보수화를 염려하는 지적이 눈에 띈다며 ‘포스트 이시바’로 언급되는 다카이치 전 경제안전보장담당상이 총리가 되는 것을 우려하는 의견이 보였다고 보도했다.




김현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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