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 유소년 시스템을 통해 프로에 입성한 강상윤은 기회를 잡기 어려웠다. 훌륭한 스쿼드를 자랑하는 전북에서 고등학생을 경기에 출전 시키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전북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부산 아이파크와 수원FC에서 임대로 뛸 기회가 생겼다. 경험을 쌓으면서 기회를 부여 받았다. 그리고 올 시즌 퍼스 포옛 감독 아래서 완벽하게 적응했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부상자가 생기고 새롭게 기회가 주어지면서 자신의 장점을 완벽하게 증명했다.
체력과 전술 이해도가 이미 정상급 수준에 올라선 강상윤은 전북의 중원에서 쉼 없이 움직이며 압박과 공격 전환, 후방 지원까지 소화한다. 시즌 초반부터 전북이 승점을 착실히 쌓으며 선두권을 유지하는 배경에는 강상윤의 지칠 줄 모르는 활동량이 있었다. 포옛 감독은 “강상윤은 전술적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제 역할을 해내는 선수다. 미드필더, 윙, 공격적인 2선까지 소화할 수 있다”며 다재다능함을 높이 평가했다.
이 기세는 국가대표팀에서도 이어졌다.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서 대표팀 데뷔전을 치른 그는 첫 경기부터 과감한 전진 패스와 빠른 침투로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데뷔골까지 기록하며 한국 축구의 새로운 기대주로 급부상했다. 대표팀 내부에서도 “중앙 미드필더의 새로운 해답”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한 코칭스태프는 “강상윤은 경기 종료 직전까지도 압박 강도를 유지한다. 이 나이에 이렇게 완성도 높은 활동량을 보여주는 선수는 드물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활약은 결국 세계 무대에도 닿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 국제스포츠연구소(CIES)는 최근 발표한 시장가치 평가에서 강상윤을 K리그 최고가치 선수로 올렸다. CIES가 매긴 그의 추정 가치는 340만~390만 유로(55억~63억 원)였다.
CIES가 유럽 빅리그 주요 선수들과 동일한 기준으로 분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단순히 국내에서만 통하는 평가가 아니다. 사실상 유럽에서도 통할 만한 성장세를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강상윤은 이 소식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23일 강원FC전에서 2-0 승리에 기여한 뒤 취재진과 만난 그는 “그런 평가가 있는 줄 몰랐다”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베테랑 김태환이 관련 기사를 보내줬지만 그는 단순한 매체의 자체 분석이라고만 생각했다. 기자들이 “FIFA 산하 연구소에서 평가한 것이다”라고 설명하자 그는 “진짜요? 처음 들었어요. 믿기지 않는다”며 눈이 동그래졌다.
강상윤은 차분히 자신을 돌아봤다. 그는 “팀이 잘하니 저도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 형들과 구단 덕분이다. 이런 평가를 들으니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올라가야 할 길이 멀다”며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이어 “공격적인 위치에서 더 침착해져야 하고 공격 포인트도 늘려야 한다. 오프 더 볼 움직임은 강점이지만 볼을 소유했을 때는 아직 최고 수준이 아니다. 더 연구하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활동량과 영리한 공격 센스로 박지성, 이재성(마인츠)을 닮았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그는 “누굴 더 닮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두 선배의 경기를 보며 장점을 모두 배우려 한다. 두 분의 장점을 합친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북 내부에서도 그의 가치를 높게 보고 있다. 강원전에서 전북은 전반에 두 골을 넣고 상대 퇴장으로 여유 있는 상황이었지만 포옛 감독은 강상윤을 끝까지 교체하지 않았다. 포옛 감독은 “강상윤은 팀에서 체력적으로 가장 우수하다. 고강도 러닝 테스트에서 항상 최상위권이다. 언젠가는 유럽 무대에서 뛸 선수라고 확신한다”고 단언했다.
강상윤의 다음 목표는 분명하다. 내년에는 북중미 월드컵과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라는 두 개의 큰 대회가 기다린다. 이 무대는 곧 유럽 진출의 쇼케이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강상윤은 “두 대회 모두 너무 중요하다. 모두 나갈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 하지만 그러려면 경쟁력을 더 키워야 한다. 스스로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낀다. 더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