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는 24일(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지 축구 전문가 3인의 의견을 인용, 마커스 래시포드의 FC 바르셀로나 이적에 대한 현지 반응과 전망을 상세히 전했다.
바르셀로나 구단은 24일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마커스 래시포드 영입 소식을 발표했다. 래시포드는 현지 시간으로 지난 23일 오후 구단주 조안 라포르타와 스포츠 디렉터, 이사진이 참석한 비공개 행사에서 바르셀로나 선수로서 계약서에 서명했다.
바르셀로나는 "공식 입단 첫날, 래시포드는 선수 경력에 있어 특별한 이정표가 될 이번 이적에 대한 기대감과 투지를 드러냈다. 그는 '바르셀로나는 꿈이 이뤄지는 곳이다'라며 '어릴 적부터 이 클럽을 따랐고, 그들의 경기 스타일을 항상 동경했다'라고 밝혔다"라고 전했다. 래시포드는 이어 "이곳에서는 좋은 선수들이 축구를 즐긴다. 저는 축구를 정말 좋아한다"라고 덧붙였다.
바르셀로나의 공격진은 이미 풍부하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라민 야말, 하파엘 디아스(하피냐), 페란 토레스, 다니 올모까지 각 포지션에 검증된 자원이 포진돼 있다. 여기에 래시포드는 어디에 어떻게 들어갈 수 있을까.
라리가 TV 진행자 제이미 이스턴 곰바우는 "데쿠(바르사 단장)는 하피냐와 라민 야말을 번갈아 쓸 수 있는 윙어를 원했고, 하피냐를 10번으로 기용하는 실험도 고려하고 있었다. 이 때 래시포드는 '조커' 역할이 가능한 선수"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왼쪽 윙은 물론, 가짜 9번이나 스트라이커로도 뛸 수 있어 레반도프스키에게 휴식을 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아라(Ara)'의 토니 파딜라는 "사실 니코 윌리엄스가 1순위였다. 그는 거절했고, 그래서 래시포드가 대안이 된 것"이라면서도 "래시포드는 여전히 젊고, 왼쪽과 최전방을 모두 소화할 수 있어 전술적으로는 적합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중계 해설가 조르디 폰스 역시 "한지 플릭 감독은 모든 포지션에 경쟁을 원한다. 하피냐가 모든 대회에서 거의 풀타임을 뛰었기 때문에 휴식이 필요하다. 래시포드는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래시포드의 최근 경기력은 커다란 의문부호다. 몇 년 전 프리미어리그에서 주목받던 그와, 최근 몇 시즌의 래시포드는 명백히 다른 선수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곰바우는 "몇 년 전 그는 프리미어리그 최고 수준의 선수였다. 하지만 아스톤 빌라 시절과 같은 수준이라면 바르셀로나에선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고했다. 다만 "안수 파티와 맞바꿨다고 보면, 바르셀로나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거래다. 래시포드가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입장에서도 가치가 오른다"라고 덧붙였다.
파딜라는 "레반도프스키, 야말, 하피냐가 있는 상황에서 래시포드가 주전으로 많은 경기를 뛰긴 어려울 것"이라며 "페란 토레스와 올모도 경쟁자다. 결국 래시포드가 빅매치에서 기회를 얻으려면,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폰스는 "그는 한때 매우 기대받던 선수였고, 중거리 슛 능력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모든 선수가 길을 잃을 수는 있다. 그가 급여를 낮추며 바르사에서 재도약을 시도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긍정적인 신호"라고 덧붙였다.
래시포드는 게리 리네커(1989년 이후) 이후 약 35년 만에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는 첫 잉글랜드 출신 선수다. 이에 대한 지역 팬들의 반응도 흥미롭다.
곰바우는 "잉글랜드처럼 재능이 많은 나라에서 라리가에 오는 선수가 없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주드 벨링엄이 레알 마드리드에서 엄청난 첫 시즌을 보내며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스페인과 잉글랜드는 세계 최고 축구 국가인데, 선수 이동이 더 활발해질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파딜라는 "지금은 글로벌 시대다. 매년 전 세계 다양한 선수들이 바르셀로나에 온다. 잉글랜드 선수라 조금 낯설겠지만, 신선함이 오히려 기대를 모을 수 있다"라고 했다.
폰스는 "나는 학창 시절 캄프 누에서 '게리 게리 리네커!'를 외치던 기억이 있다"라며 "영국 축구는 응원 문화 등 바르사 팬들이 좋아하는 요소가 많다. 이번에도 많은 팬들이 '어떤 선수인지 지켜보자'며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래시포드는 최근 몇 년간 경기력보다는 사회활동, 언론 노출 등 비축구적 이슈로 주목받아왔다. 이에 대해 현지 반응은 의외로 관대하다.
곰바우는 "래시포드가 안고 온 '짐'이라는 게 고작 사회운동이라면, 그건 짐이 아니라 자산"이라며 "그는 자신이 중요하다고 느낄 수 있는 무대를 찾았고, 그것이 바르셀로나라고 생각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맨유에서 같은 우려를 받았던 안토니도 레알 베티스에서 반 시즌 만에 라리가 최고의 윙어 중 한 명이 됐다. 래시포드도 다르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파딜라는 "지금 바르셀로나에선 오히려 라민 야말의 18번째 생일 파티가 더 큰 화제다. 그 정도로 어린 선수의 사생활이 언급되는 건 드문 일이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폰스는 "나는 선수가 경기장에서 무엇을 보여주는지만 본다. 그 외에 무슨 일을 하든 문제될 건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한때 '차세대 월드 클래스'로 기대받았던 래시포드는 이제 커리어 반등의 갈림길에 서 있다. 바르셀로나라는 무대는 그에게 기회이자 시험대다. 선택은 끝났다. 이제 증명만이 남았다. /[email protected]